문재인 대통령이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빈소를 직접 조문했다. 문 대통령은 고인 영정에 절을 한 뒤 유족들에게 "아버님과 지난 세월 동안 여러 번 뵙기도 했고 대화도 꽤 나눴고 집회 현장에 같이 있기도 했다"며 "이제 후배들에게 맡기고 훨훨 자유롭게 날아가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고인이 생전 대통령에게 전하고 싶은 통일에 대한 당부 영상을 휴대폰으로 시청하기도 했다.
대통령 조문(弔問)은 그 자체가 메시지를 지닌 고도의 정치 행위다. 조문을 통해 국민에게 화해·포용 메시지를 던지는 것은 물론 국민 통합에 이바지할 수 있다. 지지와 반대, 보수와 진보를 떠나 나라 발전에 기여한 인사들의 빈소를 찾아 대통령이 조문하는 것은 모든 국민을 대표하는 공직자인 대통령의 기본 의무라 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의 백 소장 빈소 직접 조문을 보면서 작년 7월 백선엽 장군 빈소 모습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문 대통령은 6·25전쟁에서 나라를 구한 백 장군 빈소를 직접 조문하지 않았다.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호국 영웅 백 장군 빈소를 직접 조문해야 한다는 여론이 빗발쳤지만 끝내 외면했다. 대통령 명의의 조화를 보내고, 대통령 비서실장이 조문했을 뿐이다.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은 백 장군 별세 애도 성명 한 줄 내지 않았다. 집권 세력은 일제강점기 일본군 복무 기록을 부각시키며 백 장군의 서울 국립현충원 안장을 막았다. 문 대통령은 김종필 전 국무총리 빈소도 직접 조문하지 않았다. 반면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 별세 때 문 대통령은 북유럽 순방을 마치고 직접 동교동 사저를 찾아 유족을 위로했다.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약속과는 정반대로 문 대통령은 국민을 편 가르는 국정 운영을 해왔다. 급기야 조문마저 편을 갈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백 장군 빈소에서 어느 조문객이 한 "나라의 영웅을 어떻게 대우하는지 보면 그 나라의 수준을 알 수 있다"는 말이 아직도 귀에 쟁쟁하다. 편을 갈라 하는 대통령 조문은 국민 통합을 저해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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