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어느 뉴스 방송 진행자는 우리의 현실을 '상실의 시대'로 진단했다. 그 상실의 대상으로는 희망, 정의와 공정, 상식, 그리고 염치를 들고 있다.
특히 '염치'와 관련해서 우리 사회는 '후흑'(厚黑)이란 말을 익히게 되었다. 후흑은 두꺼운 얼굴을 뜻하는 면후(面厚)와 검은 속마음을 의미하는 심흑(心黑)을 줄인 말이다. 특정 집단이나 개인이 사욕을 채우기 위해 이것을 악용하면 많은 부작용을 낳게 된다.
이 후흑의 처세술에는 세 가지가 있다. 공(空)은 상황이 불리하면 빠져나갈 구멍을 마련하는 것이고, 충(沖)은 호언장담으로 상대에게 엄포를 놓아 기선을 제압하는 것이며, 농(聾)은 남이 비방하더라도 목표를 위해 못 들은 척 무시하라는 것이다.
이러한 처세술로 뭉친 사람들에 대해서 철학자 최진석은 신문 기고 글을 통해 "'우리'에 갇혀 독립적 사유를 할 줄 모르며, 덕(德)이 결여되어 사람으로 살게 해주는 지지대 가운데 하나인 염치가 없다. 염치가 없으니 덕(德)으로 구현되는 인간성도 없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이들의 이와 같은 집단주의적 연대에 따른 행동은 자신들의 편의에 맞춘 이기적인 법(法) 활용의 사례를 연출하고 있다.
이러한 법 활용 의식은 도덕과 윤리를 억누르게 되어, 이런 사람들이 연대를 맺을수록 공동체의 윤리가 약화되는 것이다.
이러한 후흑 연대의 문제점 중 필자가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후세 교육의 측면이다.
근래 우리 사회에 두드러진 이런 현상은 청소년 교육의 관점에서 매우 부정적인 요소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예컨대 최근 임명된 어느 각료의 비윤리적 면모에 대하여 최영미 시인은 "아이들이 뭘 배울까?" 하는 말로 우리의 우려를 대변해 준 바 있다.
곧, '사회의 교육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반드시 시정되어야 한다.
우크라이나의 소크라테스라 불리는 인간교육자 스코보르다는 "인간의 마음에는 선과 악이 공존하고 있다. 교육은 선이 악을 이기기 위해서 있다"고 전제하고, '마음의 교육'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하여 주목할 것은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바가 '사회를 위한 교육'이 아니라 '교육을 위한 사회'여야 한다는 점이다.
세계적 석학 이케다 다이사쿠 박사는 "근래 청소년 문제가 심각해진 배경에는 사회가 본래 갖추어야 할 교육력이 쇠약해진 데 그 원인이 있다"고 전제하고, "어른들이 아이들이라는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바로잡으려는 자성(自省)의 눈길을 갖지 않는 한 아이들의 마음에 드리워진 깊은 그늘을 거둬줄 수 없다"고 경고했다.
그것은 어른 사회의 도덕성 저하가 아이들 마음에 그대로 반영되지 않을 리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사회의 도덕성이 굳건하게 살아 있고, 정의와 공정성이 바로 서며, 상식과 염치와 희망이 공존하는 풍토를 조성하기 위한, 자발적인 '사회의 교육성' 회복 운동이 절실하다.
아무쪼록 모든 어른들의 의식이 바르게 깨어, 위에서 말한 덕목과 그 가치가 잘 실현됨으로써 우리 사회가 교육적 청정 지대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그리하여 '후흑'이라는 말이 사라지는 사회를 후대에 물려주어야 하는 것은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신성한 책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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