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기체는 알고리즘이다." 참 어려운 말이다. 유기체는 그럭저럭 알겠는데, 알고리즘은 또 뭔가? 호모 데우스? 이쯤 되면 설상가상. 이래저래 세상을 따라가기가 버겁다. 그러나 한편 생각해보면 앞서가는 시대 담론을 언제까지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 옛말에, '궁하면 통한다'고.
'호모 데우스'는 역사학자 유발 노아 하라리(Yuval Noah Harari)가 '사피엔스'에 이어 인류의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고, 미래를 언급한 책이다. 인류가 세상을 정복하고 삶에 의미를 부여하지만, 결국 지배력을 잃는 과정으로 나누어 3부로 구성했다. 저자는 자신의 주장을 논증하기 위해 인류사 곳곳에서 사례를 가져온다. 평범한 독자가 읽기에 생소한 용어가 가끔 나오지만, 끊임없이 질문하고 대답하는 저자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마지막 장에 다다른다.
기아, 역병, 전쟁을 극복한, "인류의 최상위 의제는 무엇일까?", "이제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이 둘이 책의 화두다. "번영, 건강, 평화를 얻은 인류의 다음 목표는 불멸, 행복, 신성이 될 것이다." 유발 하라리는 이렇게 예측하고, 그 이유와 배경을 500여 페이지에 걸쳐 검토한다.
인간이 신성(divinity)을 획득한다? 무슨 근거로 이렇게 맹랑하게 주장할까? 저자가 말하는 신성은 기독교의 전지전능한 하나님이 아니라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신, 또는 힌두교 천신에 해당하지만, 그래도 그의 주장에 선뜻 동의하기는 어렵다.
책은 말한다. "호모사피엔스의 생명, 행복, 힘을 신성시하는 인본주의가 300년 동안 세상을 지배해 왔다. 불멸, 행복, 신성을 얻으려는 시도는 인본주의가 품어 온 오랜 이상의 논리적 결론일 뿐이다." 일리 있는 의견이다. 신이 권위의 원천이던 중세사회에서 인간 중심의 근대사회로 인류는 오래전에 넘어왔다. 신기술을 등에 업은 현대 과학이 인간의 욕망을 충동질하면 불멸, 행복, 신성은 호모사피엔스에게 안성맞춤 프로젝트가 되겠다. 이렇듯 책은 다소 난감한 의견을 제시하지만, 저자가 펼치는 논증을 함께 검토하다 보면, 어느새 수긍한다.
인간이 신성을 가질 때 결과는 어떨까? 유발 하라리는 다시 한 번 과감하게 예측한다. "신기술로 인간의 마음을 재설계할 수 있을 때 호모사피엔스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게 인류의 역사가 끝나고 완전히 새로운 과정이 시작될 것이다." 황당하기 그지없이 들리지만, 앞서 말했듯이 책이 밝히는 논증을 천천히 따라가 주기 바란다.
'호모 데우스'는 독자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을까? "이 책 곳곳에 등장하는 예측들은 모두 현재의 딜레마에 대해 논의해 보자는 시도이며, 미래를 바꿔 보자는 제안일 뿐이다." 유발 하라리 말처럼 책 내용을 예언이 아니라 예측, 혹은 가능성으로 받아들이는 유연한 태도를 지녀보자. 마음에 들지 않는 가능성은 실현되지 않도록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면 된다.
미래를 쓴 책을 읽을 때면, 저것이 조만간 현실로 나타날까 꺼리는 마음이 들 때도 있고, 때로는 무조건 거부하고 싶은 심리도 올라온다. 그렇지만 불편한 마음으로 미래를 볼 수는 없다. 낯선 말에 괜스레 주눅 들지 말고 한 발 접근해 보자. 궁하면 통한다. 지금보다 더 창의성 있는 방식으로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고 싶은 독자에게 '호모 데우스'를 권한다.
김준현 학이사독서아카데미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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