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도서관이 영화에 주요 배경으로 종종 등장하고 있다. 직업이 사서이다 보니 도서관이 등장하는 장면을 매우 관심 있게 보게 된다. 도서관이 등장하는 영화 중에서도 '투모로우'와 '라라랜드'를 보면서 굉장히 기분이 좋았다. '투모로우'는 급격한 지구 온난화로 인해 남극, 북극의 빙하가 녹고 바닷물이 차가워지면서 결국 지구 전체가 빙하로 뒤덮이는 기후 재난 영화다. '라라랜드'는 꿈을 꾸는 사람들을 위한 별들의 도시 로스앤젤레스에서 재즈 피아니스트 세바스찬과 배우 지망생 미아의 꿈과 희망을 그리고 있다.
'투모로우' 배경은 세계 5대 도서관 중 하나인 뉴욕 공공도서관이다. 급격한 강추위를 피해 사람들은 도서관으로 대피한다. 추위에 떨던 사람들은 도서관 책을 장작 삼아 불을 피운다. 책을 땔감으로 사용하겠다는 말에 사서는 잠시 고민을 하지만 당장 추위로 얼어 죽을 상황을 인정하고 책을 내어준다. 빙하기로 찾아온 추위를 도서관의 책을 태우며 견뎌낸다. 도서관이 생존의 대피처가 되었다. 여자 주인공 로라 챔프먼이 사경을 헤맬 때 남자 주인공 샘 홀은 도서관에 소장된 의학도서를 찾아 병명과 치료방법을 알아낸다. 도서관과 책이 사람의 목숨을 살리는 데 큰 역할을 한다.
'라라랜드'에 등장하는 도서관은 네바다 볼더에 있는 공립도서관이다. 캐스팅 담당자로부터 미아에게 오디션을 보러 오라는 연락을 대신 받은 세바스찬. 미아의 고향 집을 정확히 모른 채 도서관 앞이라는 단서 하나만으로 먼 길을 달려 밤새 찾아간다. 도서관 앞에 도착해서 자동차의 경적을 세차게 울리자 미아가 익숙한 소리에 놀라 뛰어나온다.
"여긴 어떻게 찾아왔어?" "집 앞에 도서관이 있다고 했잖아!"
미아는 전에 대학교를 그만두고 왜 로스앤젤레스에 왔는지 세바스찬에게 말한 적이 있다. 어린 시절에 도서관에서 극단 배우였던 이모와 함께 자주 영화를 보면서 배우가 되겠다는 꿈을 키웠다고. 도서관은 어린 미아에게 배우의 꿈을 키워 주었다.
두 편의 영화에 등장하는 도서관은 주인공들이 문제를 해결하거나 생명을 구하기도 하고, 어릴 적 꿈을 키워주는 공간이다. 이 영화들은 도서관의 역할과 가치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대체로 외국 영화에서 도서관은 슈퍼마켓처럼 일상적인 장소로 많이 등장한다. 그리고 영화의 배경이 된 도서관은 영화 유명세로 관광명소가 되기도 한다. 이에 비해 한국 영화 속 도서관은 등장인물이 책상에 앉아서 공부하거나, 서가 사이에서 책을 고르거나, 청춘남녀가 빽빽하게 꽂혀있는 책들 틈새로 그윽한 눈길을 주고받는 모습 정도다.
최근 한국 영화가 국제적으로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작년에는 영화 '기생충'이, 올해는 '미나리'가 한국의 문화를 세계에 알리고 있다. 앞으로 도서관이 한국 영화의 배경으로 더 많이 활용되었으면 좋겠다. 주인공이 도서관에서 자신의 꿈을 발견하거나, 책을 읽으며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는 설정이면 어떨까. 그래서 도서관이 관광명소가 되어 더 많은 사람이 방문하여 자료를 찾고 영화를 보고 지식을 만끽하는 장소가 되길 희망한다. 우리 도서관이 '라라랜드'에 나오는 도서관처럼 많은 이들의 꿈을 키우는 곳이 되었으면 좋겠다.
제갈선희 대구2·28기념학생도서관 독서문화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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