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푸드스토리텔러 노유진의 음식 이야기] 나른한 봄날 산뜻한 봄을 먹자

두릅
두릅

따스한 햇살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아름다운 봄이 왔다. 아직은 겨울이 숨어 있는 꽃샘바람이 어깨를 움츠리게 만들지만, 햇살의 온도와 길이가 봄이 왔음을 알려주고 있다.봄은 불의 옛말인 '블'과 오다는 명사형인 '옴'이 합쳐져서 생긴 말이라고 한다. 이 말을 다시 풀어보자면 따스한 불의 기운이 온다는 뜻이다. 따뜻한 불의 기운은 만물을 소생하게 만든다.

봄을 노래한 이해인 수녀님의 시에는 봄의 땅을 가장 잘 표현해 놓은 구절이 있다. '땅은 깊숙이 숨겨 둔 온갖 보물을 빨리 쏟아 놓고 싶어서 어쩔 줄을 모르고, 땅은 너무 바빠 마음 놓고 앓지도 못한다.' 참 맛깔나면서도 제대로 봄의 기운을 이야기해주고 있다.

땅에서 새봄의 양기가 서서히 올라오면 긴 겨울잠을 자던 몸은 활동기에 들어가게 된다. 이때 몸의 원활한 활동을 위해서는 많은 종류의 비타민이 필요하게 된다. 활동량보다 비타민이 부족하게 되면 몸은 나른하고 졸음이 오며 식욕이 저하되는 증상들이 나타나게 되기도 한다.이러한 증상들은 봄철에 많은 사람이 흔하게 느끼는 피로 증상이라고 해서 춘곤증이라 불린다. 충분히 잠을 잤는데도 오후만 되면 졸음이 쏟아지고 업무의 능률도 현저히 떨어진다.

냉이 된장 무침
냉이 된장 무침

춘곤증의 원인은 주로 환경의 변화에 몸이 적응하지 못하기 때문인데 낮의 길이가 길어짐으로 인한 활동량의 변화와 신진대사가 활발해짐에 따른 비타민과 무기질 등 영양소의 필요량 증가와 환경의 변화로 인한 스트레스등 때문이다. 이때 규칙적인 운동과 식사, 충분한 수면, 충분한 영양 섭취 등은 환경변화에 적응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특히 동면에 들었던 겨울에서 봄으로 가는 시기는 가장 큰 환경의 변화를 맞이하는 때로서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한 식품들을 통한 충분한 영양 섭취는 춘곤증을 이겨내는데 매우 유용한 방법이다. 긴 겨울을 이겨내고 땅을 뚫고 솟아난 봄나물들은 향이 짙고 비타민C와 비타민B1이 풍부한 것들이 많다. 대표적인 채소류로는 냉이, 미나리, 달래, 두릅, 부추, 머위, 두릅이 있다.

냉이는 어린 순과 잎이 뿌리와 더불어 이른 봄 상차림에 빼놓을 수 없는 채소로 단백질 함량이 채소 중에서 으뜸이다. 상큼한 향과 씹는 맛이 좋은 미나리는 식이섬유가 풍부해 변비 예방에도 좋으며 약방 감초처럼 다른 음식 재료와 잘 어울린다. 쓴맛을 내는 채소류도 봄철 입맛을 돋우기에 적절한데 더덕의 쓴맛을 내는 사포닌 성분은 폐와 비장 신장을 튼튼하게 해주는 식품으로 잘랐을 때 하얀 즙액이 많이 나오는 것이 신선하다.

달래는 비타민C가 풍부하고 칼슘과 무기질도 풍부하며 동맥경화 예방에도 좋다. 독특한 향미가 있는 곰취는 어린잎을 나물로 먹는데 주로 연한 녹색을 띠는 것을 고르는 게 부드럽고 맛이 좋다. 특히 인삼보다 좋다고 알려진 봄 부추는 강장, 강장 효과가 뛰어나고 알리신이 풍부해 비타민 B1의 흡수력을 도와 꾸준히 먹으면 봄철 무력감과 만성피로를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

딸기
딸기

머위는 쌉쌀한 맛을 내지만 무침이나 볶음, 쪄서 쌈으로 먹으면 인후염이나 기관지 염증에 좋다. 제철 해산물로는 봄철 3, 4월이 산란기로 가장 쫄깃하고 맛이 좋은 주꾸미와 병어, 키조개, 조기, 모시조개, 꽃게가 있다. 해산물은 대체로 저칼로리에 단백질이 풍부한 식품들로서 보관기관이 짧기 때문에 신선할 때 바로 조리해서 먹는 것이 가장 좋다.

그 밖에 봄 과일로는 비타민C의 보고이며 유기산이 풍부해 피로 해소에 좋은 딸기는 잘 익은 빨간색을 구입해 우유와 갈아먹으면 궁합이 잘 맞는다. 만물이 소생하는 자연의 변화에 우리 몸의 균형이 조화롭게 잘 이루어지도록 봄나물과 봄 식자재로 산뜻하고 가벼운 봄 상차림 차리러 오늘은 재래시장으로 나들이 계획을 한번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봄날 아침 식사 / 이해인 / 냉이국 한 그릇에 봄을 마신다 / 냉이에 묻은 흙 내음 /조개에 묻은 바다 내음/ 마주 앉은 가족의 웃음도 섞어 / 모처럼 기쁨의 밥을 말아 먹는다

냉이 잎새처럼 들쭉날쭉한 내 마음에도 / 어느새 새봄의 실뿌리가 하얗게 내리고 있다

푸드스토리텔러 노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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