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백신 휴가?…한 병 10명 동시 접종, 의료계 '있으나마나'

내달 1일부터 접종자, 의사 소견서 없이 이틀까지 휴가 가능…권고 수준 그쳐
의료기관 종사자 "의료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어…선뜻 휴가 사용 어려울 것"

25일 대구 동구 접종센터인 아양아트센터에서 75세 이상 화이자 백신 접종을 앞두고 진행된 모의훈련에서 의료진이 이상 반응자에 대한 응급조치를 하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25일 대구 동구 접종센터인 아양아트센터에서 75세 이상 화이자 백신 접종을 앞두고 진행된 모의훈련에서 의료진이 이상 반응자에 대한 응급조치를 하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정부가 백신접종 뒤 이상반응을 보일 경우 휴가를 쓰도록 하는 '백신 휴가'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자, 의료계 종사자들은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사실상 권고 수준에 그치면서 개인 사업장에선 반영하기 어려운 대책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28일 정부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뒤 이상반응을 호소하는 사람들을 위해 다음달부터 '백신 휴가'를 도입하기로 했다. 접종 후 이상반응이 있다고 느낄 경우 접종자는 의사 소견서 없이도 휴가를 신청할 수 있다. 백신 휴가는 접종 다음날 하루이고, 추가로 하루를 더 사용할 수 있어, 모두 이틀까지 쓸 수 있다.

1차 백신 접종을 마친 의료계 종사자들은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대구의 한 병원장 A씨는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한 바이알(병) 당 10인 분량이 들어있기 때문에 최소 직원 열 명이 같은 시간대에 백신을 맞는다. 이상 반응이 있다면 발현 시기도 비슷할텐데 직원 10명이 빠지면 의료공백이 우려된다"며 "의료기관 종사자의 경우 한 사람의 공백이 나머지 직원들에게 얼마나 큰 부담이 될지 알기 때문에 선뜻 휴가를 쓰겠다고 나설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다른 의료기관 종사자 B씨는 "권고 수준에 머문다면 사기업 종사자나 자영업자들에게는 있으나 마나한 정책이다. 권고라는 말 자체가 시늉 뿐인 정책"이라며 "연차 제도가 잘 갖춰진 공무원과 달리 대다수 직장인은 휴가를 쓰는 데 눈치가 보이는 게 사실이다. 직업군에 따라 백신휴가 격차도 생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는 '이상 반응'이 통상 접종 후 10~12시간 내에 나타난다는 점을 감안해 접종 다음날부터 쓰도록 했는데 이를 두고도 현실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루 중 백신을 맞는 시간이 접종자별로 천차만별인데 일괄적으로 접종 다음날부터 휴가를 쓸 수 있도록 한 것은 현장의 다양성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달 초 AZ 백신을 맞은 한 간호사는 "접종 뒤 30분~1시간 이내에 오한이나 근육통이 생겼다. 오후 늦게 맞는 사람의 경우 다음날 휴가가 의미 있겠지만 오전 이른 시간에 맞은 사람에게는 당일 휴가가 훨씬 더 절실해 보인다"고 했다.

현재 대구시는 공식적으로 정해진 바가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시에서 모든 기업을 대상으로 백신휴가 도입을 독려하는 데는 무리가 있을 전망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유급휴가의 경우, 예산이나 재원이 투입돼야 하는 부분이어서 시 차원에서 사기업에까지 일일이 다 참여하도록 독려나 강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휴가를 갈 수 있도록 권장하는 수준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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