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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수의 술과 인문학] 열정과 집념으로 만든 명주(fine wine),로마네 콩티

로마네 콩티
로마네 콩티

와인은 역사적 문화적 산물이며 귀중한 문화유산이다. 오늘날 와인을 매개로 한 프랑스 문화는 음식문화가 중요하며, 미식가들도 많고 즐겁게 이야기하기를 좋아하는 프랑스인들의 모임과 음식이 있는 곳에서는 항상 와인이 빠지지 않는다. 와인은 프랑스인들의 일상생활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마치 공기처럼 인간과 같이 호흡하는 문화적 존재며, 프랑스인들은 대체로 낙천적이고 친절하며 와인이 가진 매력만큼이나 느긋하고 밝고 즐겁다.

그들은 자신들의 와인을 아끼고 애용하는데 그치지 않고 생산 유통 소비의 단계를 체계화함은 물론 시대를 이어가는 전통적 문화사업으로 삼아왔다. 와인과 예술을 결합시킴으로써 와인의 위상을 격상시키고 해외로의 수출을 지속적으로 늘리면서 프랑스 문화를 전파하여 왔다. 프랑스의 명품을 일구어내는 지방에는 알자스, 루아르, 론, 샹파뉴, 랑그독 루시옹 등이 있지만, 프랑스 와인 하면 사람들은 으레 보르도와 함께 프랑스 와인 시장의 양대 산맥으로 우뚝 선 부르고뉴. 이 두 지방을 먼저 떠올린다.

자본과 기술이 집약된 샤또(chateau)에서 화려하고 진한 향의 와인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보르도 와인은 한때 역사적으로 영국이 지배하면서 영국 왕실 덕분에 다른 지역의 와인과는 다르게 와인 수출에 있어서도 특권을 누리며 와인 산업이 크게 발전되었다.

그런데 가족 중심의 소규모 와이너리에서 자신들의 가문에서 전해오는 전통기술로 소량의 와인을 생산하며, 각기 와이너리마다 다양한 색깔의 와인을 빚어 내지만 한결같이 아주 맑고 섬세한 와인이라는 공통점을 보이고 있는 부르고뉴 와인은 보르도 와인과는 다르게 교회(수도원과 사원)에 의해 유지되고 발전하게 되었다는 점이 부각 된다.

부르고뉴 포도밭 전경
부르고뉴 포도밭 전경

부르고뉴는 보르도에 비해 포도밭의 규모도 아주 영세하며 날씨도 포도의 재배에 썩 좋은 편이 아닌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이 지방 포도밭의 토양과 지세가 빼어나고 엄격한 포도 수확량의 제한, 그리고 8~9월 포도 수확기에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풍부한 일조량, 나아가서 이 지방에 내려오는 탁월한 양조기법이 보르도에 버금가는 세계적 명주를 낳고 있다.

보르도 와인은 블렌딩 와인이며, 부르고뉴 와인은 단일품종(Monocépage:모노세파쥬)으로 양조 되며 레드와인은 삐노 누아, 화이트는 샤르도네, 보졸레 와인은 가메를 사용한다. 영어로 버건디(Burgundy), 독일어로는 부르군트(Burgund)라고 부르는 부르고뉴 지역에는 2,0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포도원들이 있으며, 지형과 토양이 다양해 생산되는 와인 또한 다양하다.

특히 그 이름만으로도 와인 애호가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로마네 콩티(Romanée-Conti)는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와인 중 하나이자 가장 완벽하고 가장 비싼 부르고뉴 와인 중 하나이다. 체리 향과 함께 생동감 있고 정교하며, 강렬한 바이올렛 부케로 뛰어난 기교의 감미로움을 보이며 수 세기 동안 높이 평가되어 왔다.

신이 내린 기적의 술로 불리며 750ml 한 병에 수 백에서 수 천만원을 호가하는 로마네 콩티는 최고의 입지 조건을 가진 포도원에서, 생산자들이 최고의 와인을 만들기 위해 포도의 재배부터 양조까지 최고의 노력을 투입해서 만든 와인이다. 가장 순수하며 가장 귀족적인 훌륭한 명주(fine wine)는 열정과 집념에서 얻을 수 있다.

화려하고 경쾌한 색채, 열정, 그리고 향기는 모든 감각의 매력을 지니며, 입과 코에서 오르가즘을 한 번에 경험한다. 우리는 매일 매일 즐겁고 행복한 삶을 꿈꾼다. 와인처럼 시간이 가면서 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가치 있는 인생의 동반자가 되기 위해선 삶의 열정과 집념이 필요하다. 성공의 크기는 열망의 깊이에 좌우된다. 명예는 정직한 노력에 있고, 목표를 끝까지 관철하고 말겠다는 집념과 열정 그것이 우리를 성장시킬 원동력이 된다.

글 : 이희수 대한칵테일조주협회 회장(대구한의대 글로벌관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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