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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 세모녀 살해' 김태현, 싸패테스트 진행 중 "시종일관 여유·사과도 대본 읽듯"

서울 노원구 아파트에서
서울 노원구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태현이 9일 오전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서울 도봉경찰서에서 나오다 마스크를 벗고 있다. 연합뉴스

이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태현에 대한 사이코패스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11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경찰청은 범죄분석관(프로파일러) 4명이 김태현을 조사하며 얻은 진술과 그의 범행 방식 등을 토대로 사이코패스 성향을 분석 중이다.

◆ 특이한 패턴의 범죄자, 전형적 싸패모습 아냐

전문가들은 김태현이 지난 9일 취재진 앞에서 무릎을 꿇고 사과한 장면을 연출한 것이 '계획된 것', '진정성이 없다'고 평가했다.

앞서 김태현은 포토라인에서 처음 얼굴을 공개했다. 이 과정에서 김태현은 경찰을 향해 "잠깐만 팔을 좀 놔주시겠어요?"라고 요구하며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김태현은 '마스크를 벗어줄 수 있냐'는 취재진 요청에 스스로 마스크를 벗어 보이기도 했다.

범죄심리 전문가들은 김태현이 미리 준비된 원고를 차분하게 읽는 듯한 표정을 미루어 진정한 사과나 사죄의 태도는 아니라고 분석했다.

임준태 동국대 교수는 "통상의 범죄자들은 반성이나 걱정 때문에 포토라인에 서게 되면 고개를 수그리거나 말을 잘 잇지 못하는 태도를 보인다"며 "(김태현은) 지금까지 경험한 범죄자의 심리 상태를 가지고는 도저히 분석이 안 되는 특이한 패턴의 범죄자"라고 분석했다.

이수정 경기대 교수도 "지금까지 우리가 알던 전형적인 사이코패스와는 모습이 이질적이고 또 변화한 것 같이 보인다. 김태현과 조주빈이 모습이 겹쳐 보인다"고 밝혔다.

서울 노원구 아파트에서
서울 노원구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태현이 9일 오전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서울 도봉경찰서에서 나오다 무릎을 꿇고 피해자들에게 사죄하고 있다. 연합뉴스

◆ 25점 이상부터 '사이코패스', 조두순은 29점

흔히 반사회적 인격 장애증을 앓는 사람으로 해석되는 사이코패스는 '묻지마 살인' 사건이 발생하면 자주 등장하는 용어다.

경찰이 보유중인 사이코패스 체크리스트(PCL-R)는 모두 20개 문항으로, 이 리스트는 사이코패스의 본성인 죄책감·후회·공감 부족, 냉담함, 충동성, 무책임성을 측정하는 데 활용된다.

문항당 0∼2점으로, 총점은 0∼40점이다. 피의자가 문항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따라 '아니다'는 0점, '약간 그렇다'는 1점, '그렇다'는 2점을 받게 된다. 총점이 25점 이상이면 사이코패스로 분류된다.

아동 성범죄자인 조두순은 29점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연쇄살인범 강호순·이춘재 등도 전형적인 사이코패스라는 평가를 받았다. 경찰은 김태현의 사이코패스 분석 결과를 검찰에도 제공할 계획이다.

'노원 세 모녀 살인 사건' 피의자 김태현이 사건 당일인 지난달 23일 서울 노원구의 한 PC방을 나서고 있다. 이 PC방은 피해자 중 큰딸이 종종 방문하던 곳으로 이곳을 찾은 김씨는 게임은 하지 않고 약 13분 동안 머문 뒤 피해자의 주거지로 향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싸이코패스 판정 받아도 형벌엔 관계없어

일각에서는 사이코패스 검사로 인해 김 씨의 범행이 희석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극도로 잔인한 살해 혐의를 자칫 심신미약이나 정신질환으로 피해나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탓이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사이코패스 검사를 하는 이유는 범행 동기나 재범 가능성을 판단해 유사한 범행을 막고 수사기관 등이 관련 정책을 수립할 목적이지 사이코패스 여부는 형벌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앞서 노원경찰서는 지난달 25일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서 검거 이틀 전인 23일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로 김 씨를 체포했다. 김 씨는 온라인 게임에서 알게 된 피해자 큰딸이 연락을 피하고 만나주지 않자 사전 계획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구속영장을 신청해 지난 4일 발부받은 뒤 김태현에 살인·절도·특수주거침입·경범죄처벌법위반(지속적괴롭힘)·정보통신망법위반 혐의를 적용해 9일 송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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