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코로나19로 결혼이 미뤄지기도 하지만 결혼하기 딱 좋은 계절이다. 신랑 신부들이 팔짱을 끼고 힘차게 걸어 나간다. 트럼펫 도입부에 이어 오케스트라의 장대한 연주가 막 결혼식을 끝낸 커플의 행진을 북돋운다. 하객들은 이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로 축하한다.
신부 입장 때 주로 연주되는 음악은 바그너의 '로엔그린' 중 '혼례의 합창'으로 우아하면서도 절제된 느낌을 준다. 순백의 드레스를 입은 신부의 자태가 발걸음과 어우러지면서 예식장에 모인 하객들에게 인상적인 장면을 제공한다.
반면 예식을 마치고 신랑과 신부가 함께 행진할 때 울려 퍼지는 음악은 멘델스존의 '한여름 밤의 꿈' 중 '결혼행진곡'이다. 트럼펫의 팡파르가 가미된 화려한 이 음악은 신랑 신부의 앞날을 축복하는 하객들의 박수와 함께 결혼식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흔히 '결혼행진곡'으로 불리는 두 음악이 언제부터 결혼식에 쓰였을까. 시작은 19세기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바그너의 열렬한 팬이었던 영국의 빅토리아 공주는 1858년 결혼하면서 입장할 때는 바그너의 곡을, 퇴장할 때는 멘델스존의 곡을 연주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곡들은 결혼식 분위기와 잘 어울려 이후 유럽 상류층 여성들이 앞 다퉈 따라했으며, 결혼식 레퍼토리로 자리 잡게 됐다.
그러나 이 두 곡은 상반된 내용을 가지고 있다. 신부 입장 때 연주되는 느리고 엄숙한 바그너의 '혼례의 합창'은 사랑하는 연인과의 이별과 죽음의 내용으로 끝나는 비극적인 곡인 반면, 신랑 신부가 퇴장할 때 연주되는 멘델스존의 '결혼 행진곡'은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극음악 '한여름밤의 꿈' 제5막에 나오는 합창곡으로 웅장하고 경쾌한 팡파레가 울려 나오는 밝고 희망찬 곡이다.
멘델스존의 결혼행진곡은 그가 세상을 떠난 뒤 사장될 위기를 겪기도 했다. 히틀러와 나치가 득세한 1930, 40년대 독일에선 멘델스존이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그가 남긴 음악을 가르치거나 연주하는 게 금지됐다. 하지만 제국음악원 총재였던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한여름 밤의 꿈'을 대체할 작품을 쓰라는 지시를 받자 사임해 버렸다. 결혼행진곡은 나치도 넘볼 수 없는 음악이었던 셈이다.
이유야 어떻든 국악을 사용하는 등 특별한 경우를 제외한 대부분의 커플들은 결혼식 입장 때는 바그너의 '혼례의 합창'을, 퇴장 때는 멘델스존의 '결혼 행진곡'을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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