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뉴스Insight] 무법 주행 전동킥보드, 규제하면 달라질까?

13일부터 헬멧 착용, 운전면허증 필요 등 도로교통법 개정안 시행…경찰청 관련 법 홍보, 단속 지침 마련 예고

13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도로교통법에 따른 개인형 이동장치 관련 운전자의 의무 및 안전수칙이 강화된다. 사진은 지난 2일 서울 시내에서 시민이 전동킥보드를 타는 모습. 연합뉴스
13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도로교통법에 따른 개인형 이동장치 관련 운전자의 의무 및 안전수칙이 강화된다. 사진은 지난 2일 서울 시내에서 시민이 전동킥보드를 타는 모습. 연합뉴스
김교성 디지털 논설위원
김교성 디지털 논설위원

젊은 사람들이 주로 이용하는 전동킥보드를 보면 여러 생각이 든다. 짧은 거리를 이동하는 교통수단으로 활용하지만, 멋 부리는 재미있는 놀이로도 보인다. 전통킥보드가 젊은 층의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음을 실감한다.

얼마 전부터 눈에 들어오는 새로운 풍경이다. 아파트 입구에 공유 전동킥보드가 고정적으로 주차해 있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대학생이 이용 고객이다. 밤늦은 시간에는 화물 차량이 돌아다니면서 이를 회수해 가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이용자들이 늘어나면서 여러 업체가 경쟁할 정도로 돈벌이 되는 사업이 된 것 같다.

금호강 변에 일직선으로 잘 닦인 보행 겸 자전거 도로에서 늦은 밤에 운동하다 깜짝 놀란 적이 있다. 강한 헤드라이트 불빛을 비추며 빠른 속도로 뒤에서 달려오기에 오토바이가 지름길을 택해 불법 운전하는 것으로 여겼으나 지나간 것은 전동킥보드였다. 헬멧 등에 조도가 센 조명등을 달고 나름 안전에 대비했으나 빠른 속도에 사고가 날 뻔했다. 전동킥보드 여러 대가 자전거 동호회처럼 줄지어 다니는 모습도 가끔 볼 수 있다.

대학 캠퍼스는 전동킥보드 무법지대라는 지적이 높다. 업무차 승용차를 몰고 대구 한 사립대에 간 지인은 전동킥보드 이용자 수가 많고 불법 주행에 놀랐다고 했다. 헬멧 등 보호장구를 착용하지 않은 데다 도로 역주행, 남녀 2인 탑승, 보도 주행 등으로 위험천만한 상태였다는 것이다.

배터리 기술의 발전으로 전동킥보드는 더 확산할 전망이다. 출퇴근이나 통학 수단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잠깐 인기를 끌고 사라질 것 같지 않다.

하지만 전동킥보드를 위한 주행 환경은 여전히 미비하다. 13일부터 전동킥보드 등을 규제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시행되는데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개정한 도로교통법은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PM, Personal Mobility)를 탈 때 헬멧 착용 의무, '제2종 원동기장치 자전거면허' 이상의 운전면허증 보유, 동승자 탑승 금지, 보도 주행 금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범칙금을 피할 수 없다.

원동기장치 운전면허 없이 타다 적발되면 범칙금 10만원을 내야 한다. 13세 미만의 어린이가 전동킥보드 등을 타면 보호자에게 과태료 10만원이 부과된다.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으면 2만원, 승차 정원을 초과(전기자전거 2인, 전동킥보드 1인)하면 4만원, 야간에 전조등과 미등을 켜지 않으면 1만원의 범칙금이 각 부과된다. 음주 시 범칙금은 기존 3만원에서 10만원으로, 음주 측정 거부 범칙금도 10만원에서 13만원으로 높아졌다.

보도 주행 중 보행자 인명 피해가 발생하면 12대 중과실을 적용해 보험과 피해자 합의 여부와 관계없이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스쿨존 내 사고, 뺑소니, 음주 인명 피해가 발생하면 특정범죄 가중처벌이 적용된다. 경찰청은 관련 법 홍보와 함께 내부적으로 단속 지침 등을 마련할 방침이다.

전동킥보드 이용자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필요에 따라 잠깐 공유 전동킥보드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불만이 높을 것 같다. 헬멧을 갖고 다니기가 불편하고, 업체에서 이용자에게 대여하더라도 여러 사람이 착용한 탓에 위생문제가 발생한다. 면허증 소지 등 경찰의 단속 방법에 따른 마찰도 불가피하다.

전동킥보드가 법의 테두리 내로 들어옴에 따라 이를 안전하게 사용하는 새로운 교통 문화가 필요하다. 규제를 받게 된 만큼 전동킥보드 이용자들은 법을 준수하고 이를 지키려는 의식을 높여야 한다. 이용 편의 혜택을 누리는 데 따른 법 규제가 뒤따르는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 대학 등 기관·단체는 전동킥보드 확산에 따른 주행 환경 마련에 힘을 쏟고 있다. 포항시의회는 지난 1월 '포항시 개인형 이동장치 이용 안전 증진 조례안'을 의결했다. 이 조례에는 안전한 이용을 위한 환경 조성 및 문화 정착, 교육 및 홍보, 특정 구역 시범사업 시행 등을 담고 있다. 경북대는 교육부가 마련한 '대학 내 개인형 이동장치 안전관리기준'에 따라 시속 15㎞ 이하 주행, 보도나 횡단보도에서 이동장치에서 내려 걸어 다닐 것, 음주 금지, 관련 운전면허 필수 등을 담은 자체 규정을 마련했다.

전동킥보드 타는 것을 나무랄 수는 없지만, 근본적으로 걷기를 강조하고 싶다. 걷기는 자연스럽게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대중교통 역과 집, 학교를 오가는 거리를 전동킥보드로 대신하면 얼마나 시간을 절약할 수 있을까. 차량 운전 대신 씽씽 다니는 재미를 누릴 수는 있을지언정 안전과 건강을 지키는 데는 좋은 선택이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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