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팔 무력충돌, 이스라엘 내전으로 번지나…곳곳에서 쌍방 집단폭력

적대감 폭발…"수면 아래 갈등이 끔찍한 결과 만들어"
네타냐후 총리의 정치적 입지 약화, 팔레스타인 선거 연기 등도 무력충돌 배경

이스라엘 예루살렘에 있는 알 아크사 모스크(이슬람 사원) 주변에서 13일(현지시간) 라마단(이슬람 금식성월) 종료를 기념하는
이스라엘 예루살렘에 있는 알 아크사 모스크(이슬람 사원) 주변에서 13일(현지시간) 라마단(이슬람 금식성월) 종료를 기념하는 '이드 알 피트르' 기도회 참가자들이 팔레스타인 깃발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이스라엘과 가자지구 무장정파 하마스의 대규모 무력충돌이 이스라엘 내 내전으로 확대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이스라엘 전체 인구의 약 21%를 차지하는 팔레스타인계 아랍인과 유대인 사이에 적대감이 폭발, 집단폭력이 잇따르면서다.

뉴욕타임스(NYT), AFP통신 등에 따르면 12일(현지시간) 수도 텔아비브 외곽의 바트얌에선 유대인 수십명이 차량에서 아랍인으로 추정되는 남성을 끌어내 초주검이 될 때까지 때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북부 아크레에서는 반대로 유대인 한 명이 아랍인 주민들에게 폭행당해 중태에 빠졌다. 이곳에선 아랍인 시위대가 유대인 소유 유명 프랜차이즈 해산물 식당에 불을 지르는 일도 있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강경 대응을 선언했다. 그는 아크레와 인근 지역을 방문해 "무질서를 끝내고 질서를 회복시키겠다"며 "필요하면 모든 무력과 권한을 동원하겠다"라고 말했다. 또 아랍인 공동체 지도자들에게 폭력행위 중단을 촉구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치피 리브니 전 법무장관은 NYT에 "이스라엘이 점령한 지역에서 벌어지는 갈등으로 쌓인 불만이 이스라엘 내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는 수년 전부터 나왔다"며 "수면 아래에 있었다고 여겨진 것들이 이제 폭발해 정말로 끔찍한 결과를 만들었다"라고 지적했다.

지난 2014년 50일간 지속됐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교전 이후 가장 심각한 무력 충돌로 사상자는 계속 늘고 있다. 팔레스타인 보건부는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57명이 숨지고 335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에서도 로켓포 공격으로 민간인 7명이 희생됐다. AP통신은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주민 200만명이 고립됐다고도 보도했다.

이스라엘 안팎에서는 전면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레우벤 리블린 이스라엘 대통령은 "광란을 멈춰달라"고 호소했고,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스라엘에 극도의 자제를 요청했다. 이집트와 카타르 등 아랍 국가들은 휴전 중재를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전화 통화에서 충돌이 곧 진정되길 기대한다면서도 이스라엘이 자국을 수호할 적법한 권리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사태의 이면에는 네타냐후 총리의 정치적 입지 약화, 팔레스타인 선거 연기, 동예루살렘 셰이트 자라 정착촌 추방 소송 등의 요인이 있다고 분석했다. 우선 지난 3월 총선 이후 우파 연정 구성에 실패해 야당으로 전락할 처지에 놓인 네타냐후 총리가 극우 세력과 손을 잡았다는 것이 WP의 분석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부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또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15년 만에 치르려던 선거를 지난달 갑자기 무기한 연기한 원인을 여론조사에서 하마스에 뒤처졌기 때문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WP는 전했다. 정착촌 추방 소송은 이스라엘인들이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내쫓기 위한 법적 갈등으로, 이스라엘 대법원은 지난 10일 최종 판결을 내릴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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