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신화에 피그말리온이란 인물이 등장한다. 그는 키프로스 섬의 조각가로서 자신의 이상형을 상아로 조각하였고 여인의 모습을 한 조각상과 사랑에 빠지게 된다. 피그말리온은 이 조각상에 '갈라테아'라는 이름을 붙이고 신에게 자신의 배필이 되게 해달라고 기도하였다. 이 모습을 본 키프로스 섬의 수호신인 아프로디테는 그의 정성에 탄복하여 여인 조각상을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고, 피그말리온은 이윽고 갈라테아와 결혼을 하게 되었다. 이 신화로부터 '피그말리온 효과'라는 심리학 용어가 탄생하였다.
피그말리온 효과란 타인의 기대나 관심으로 능률이 오르거나 결과가 좋아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특히 교육심리학에서 교사의 기대에 부응하여 학습자의 노력으로 성적이 향상되는 현상을 말한다. 심리학 용어를 피아노를 전공한 내가 쓸 일이 얼마나 있을까 했지만, 과거 나의 학창시절은 물론이거니와 내가 학생들을 지도하게 된 지금도 일상에 아주 밀접하게 연관되어있다.
내가 가르치는 학생 중 전공을 막 시작하던 즈음엔 매우 소극적이고 내성적인 아이가 있었다. 말을 전달하거나 감정을 전달할 때 좀 시원하게 크게 하면 좋겠다고 레슨 시간마다 넌더리가 날 만큼 반복해서 말을 했지만 타고난 성정을 어느 정도 바꾸는 것은 시간이 필요한 일이었다.
'내가 제일 잘 나가'라는 옛 유행가 가사가 꼭 맞을 법한, 자신감과 자존감이 넘치는, 외향적인 면모가 많은 예능계 학생들 사이에서 이 학생은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당연히 초반의 성적은 기대에 못 미쳤고, 열심히 하는 모습은 기특했지만 왠지 모르게 어딘가 위축되어 있는 모습에 한편으론 안타까웠다.
이 상태를 지속, 방관하는 것은 선생으로서 맞지 않는 일이라 생각되어 고민 끝에 레슨 방식을 조금 바꾸어 보았다. 매시간 이 학생에게 요구사항을 반복해서 말하는 대신 조금이라도 노력한 흔적을 찾아 칭찬하고 "잘 하고 있고, 잘 할 수 있다"고 격려를 해주었다.
처음에 어색해하던 제자는 불과 몇 주가 지났을 뿐인데 눈에 띌 만큼 자신감이 붙어 마침내 그 학기 실기시험 성적에서 본인의 최고 점수를 경신했고, 그 이후의 레슨 시간은 더 이상 예전만큼 힘들거나 하지 않았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했던가. 무조건 하는 칭찬과 사탕발림 같은 말은 경계하고 지양해야 하겠지만, 선생으로서 누군가의 잠재력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말과 행동을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인 것 같다. 피그말리온의 간절함과 사랑이 깃든 정성이 갈라테아를 깨웠듯, 나의 간절함과 정성이 학생들의 잠재력을 깨어날 수 있게 하는 힘이 되길 바란다. 그리고 열심히 노력하는 모두에게 잘 하고 있고, 잘 할 수 있다는 격려를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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