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주째 스리랑카 앞바다서 불탔던 싱가폴 선적 침몰 시작…섬 생태계 파괴 '촉각'

천혜의 해변과 우수한 해양환경…인근 몰디브와 함께 세계적 휴양지

2일(현지시간) 스리랑카 콜롬보 인근 해변으로 떠밀려온 싱가포르 선적
2일(현지시간) 스리랑카 콜롬보 인근 해변으로 떠밀려온 싱가포르 선적 'MV X-프레스 펄'호의 플라스틱 잔해 위에 물고기 한 마리가 죽어 있다. 지난달 20일 화재가 발생해 13일간 불길이 잡히지 않았던 MV X-프레스 펄호에 대한 진화 작업은 전날 성공적으로 마무리됐지만, 컨테이너선이 화학물질을 잔뜩 실은 채 침몰해 심각한 생태계 오염이 우려되고 있다. 연합뉴스

스리랑카 앞바다에서 화학물질을 가득 실은 대형 컨테이너선이 화재 발생 2주일 만에 침몰하기 시작하면서 다량의 기름 등 각종 오염물질 유출로 해양 생물들이 떼죽음을 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스리랑카 매체 실론투데이는 3일(현지시간) 스리랑카 서쪽 해안에서 싱가포르 국적의 대형 컨테이너선 'MV X-프레스 펄'호가 선미부터 가라앉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콜롬보페이지는 "배의 절반 이상이 지금 바다에 가라앉고 있다"고 전했다.

스리랑카 당국은 전날 사고 선박을 인양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스리랑카 해군 대변인 인디카 데 실바는 브리핑에서 "사고 선박을 서쪽으로 500~600m 정도 견인하려다가 선미가 가라앉기 시작해서 견인을 포기했다"고 밝혔다.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 앞바다에서 2일(현지시간) 싱가포르 국적의 대형 컨테이너선 MV X-프레스 펄호가 하얀 연기를 내뿜으며 침몰하고 있다. 질산 등 화학물질을 잔뜩 실은 이 선박은 지난달 20일 입항을 기다리다 화재가 발생해 12일 만에야 불길이 잡혔다. 스리랑카 당국은 입항할 경우 환경오염을 우려해 예인선을 이용해 이 선박을 먼바다로 끌어내던 중 침몰을 시작했다. [스리랑카 공군 제공. 판매·광고 금지] 연합뉴스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 앞바다에서 2일(현지시간) 싱가포르 국적의 대형 컨테이너선 MV X-프레스 펄호가 하얀 연기를 내뿜으며 침몰하고 있다. 질산 등 화학물질을 잔뜩 실은 이 선박은 지난달 20일 입항을 기다리다 화재가 발생해 12일 만에야 불길이 잡혔다. 스리랑카 당국은 입항할 경우 환경오염을 우려해 예인선을 이용해 이 선박을 먼바다로 끌어내던 중 침몰을 시작했다. [스리랑카 공군 제공. 판매·광고 금지] 연합뉴스

스리랑카 해양환경보호국은 사고 선박에서 기름이 유출되면서 스리랑카의 수도이자 항만도시인 콜롬보에서 북쪽 30㎞에 걸친 청정 해변지역이 심각하게 오염될 것으로 예상했다.

사고 선박 선주인 'MV X-프레스 피더스' 측은 "선박 일부가 물에 잠겨 있어서 오염 위험이 크다"고 밝혔다. 스리랑카 해양보호단체 '펄 프로텍터스'의 무디사 카투와왈라는 사고 선박 침몰은 "최악의 환경재난 시나리오"라며 "기름 유출 오염이 훨씬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길이 186m의 MV X-프레스 펄호는 지난달 초 인도 서부 하지라를 떠나 콜롬보에 기항 후 싱가포르로 갈 예정이었다. 지난달 20일 콜롬보 북서쪽으로 18㎞ 떨어진 지점에서 입항을 기다리다가 불이 났다. 사고 당시 1486개의 컨테이너에 기름 278t, 가스 50t, 질산 25t 등 화학물질이 실려 있었다.

싱가포르 정부는 화재 발생 12일 만인 지난 1일 가까스로 불길을 잡았지만, 바다 오염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배에서 흘러나온 기름띠가 40㎞ 인근으로 퍼졌다. 해안에는 물고기, 새, 바다거북의 사체가 밀려왔다. 선박에 실렸던 플라스틱 조각들도 해변으로 밀려왔다. 군인과 자원봉사자들이 584t의 플라스틱을 일일이 손으로 제거했다고 콜롬보페이지는 전했다.

27일(현지시간)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 해변에서 한 남성이 바다에 떨어져 이곳으로 떠밀려온 싱가포르 선적 MV X-프레스 펄호의 컨테이너 옆에 서 있다. 지난 20일 스리랑카 인근 해상을 항해하던 컨테이너선 MV X-프레스 펄에서 발생한 화재가 일주일 넘게 계속되면서 싣고 있던 화학물질과 연료유 등의 유출이 우려되고 있다. 연합뉴스
27일(현지시간)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 해변에서 한 남성이 바다에 떨어져 이곳으로 떠밀려온 싱가포르 선적 MV X-프레스 펄호의 컨테이너 옆에 서 있다. 지난 20일 스리랑카 인근 해상을 항해하던 컨테이너선 MV X-프레스 펄에서 발생한 화재가 일주일 넘게 계속되면서 싣고 있던 화학물질과 연료유 등의 유출이 우려되고 있다. 연합뉴스

세계적인 홍차 산지로도 유명한 스리랑카는 인도양의 하얀 모래사장과 야자수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자연풍경으로 인근 몰디브와 함께 '지상 낙원'이라는 별명이 붙은 곳이다.

아울러 고래상어와 만타레이 등이 출몰해 전세계 스쿠버 다이버들에게도 큰 사랑을 받고 있는 곳이다. 저녁에는 해변에 모래사장에 알을 낳으러 오는 바다거북의 행렬도 볼 만큼 해양환경이 잘 보존된 곳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사고 전까지 어업으로 생계를 유지하던 어부들도 망연자실 하고 있다. 네곰보의 어부 수다스 페르난도는 "35년간 고기잡이를 해왔지만 이런 경험은 난생 처음"이라며 "화학물질을 운반하는 배가 우리의 삶을 파괴했다.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CNN에 말했다.

스리랑카 인근 해상에서 화재가 발생한 싱가포르 선적의 컨테이너선
스리랑카 인근 해상에서 화재가 발생한 싱가포르 선적의 컨테이너선 'MV X-프레스 펄'호에서 25일(현지시간) 화염과 함께 검은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다. 인도 서부 하지라를 출항, 스리랑카 콜롬보를 거쳐 싱가포르로 향하던 이 선박은 지난 21일 화재가 발생한 후 현지 해군 선박 등이 투입돼 진화해 나가던 상태로 알려졌으나 이날 내부 폭발 등이 발생하면서 선원 25명 전원이 긴급 구조됐다. [스리랑카 공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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