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화기 너머 구토 소리…" 대구119요원 신속 대처 20대 구명

지난 8일 새벽 대구 중구 다세대주택 원룸서 20대 극단적 선택
발빠른 위치 추적·경찰 공동 대응…신고자 응급 처치 목숨 구해

대구소방 119종합상황실 수보. 대구소방안전본부 제공
대구소방 119종합상황실 수보. 대구소방안전본부 제공

119 상황요원의 신속한 대처와 판단력이 극단적 선택을 한 시민을 살렸다.

지난 8일 오전 6시 30분쯤 대구소방안전본부 119종합상황실로 전화가 걸려왔다. 남성은 상황요원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없었고, 1분 가량 수화기 너머로 구토 소리만 들려왔다. 119 상황요원은 직감적으로 기도가 막혀 숨을 못쉬는 소리라고 판단했다. 전화를 받은 이창복 소방장은 "신고자는 아무런 말이 없고, 구토 소리만 수 차례 반복돼 직감적으로 이상함을 눈치챘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119종합상황실은 전화를 건 A씨의 GPS위치를 추적해 119 구급대를 출동시켰고 경찰에 공동 대응을 요청했다. 이 과정에서 A씨 친구의 도움도 컸다. 경찰과 함께 신고 위치 주변을 수색하던 소방대원들은 A씨가 걱정돼 찾아온 친구를 발견했고, A씨 친구를 통해 A씨의 집을 빠르고 정확하게 알아낼 수 있었다. GPS 위치추적은 휴대전화 신호가 잡히는 일대를 식별할 뿐 아파트나 건물의 정확한 동과 호수를 알아낼 수 없다. 때마침 현장에 있던 A씨 친구의 도움으로 빨리 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소방대원들은 집안에서 혼자 목을 맨 채 있던 A씨를 발견했고, 응급조치를 하면서 호흡과 맥박을 확인했다. 다행히 A씨의 맥박은 뛰고 있었고 이내 호흡도 돌아왔다.

A씨는 현재 인근 병원으로 이송돼 건강을 회복하고 있다. 신고 전화를 받은 이창복 소방장은 "소중한 생명을 구할 수 있어서 다행이고 119 상황요원으로서 보람을 느꼈다"며 "앞으로도 작은 신고 전화 한 통도 놓치지 않겠다"고 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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