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이준석의 ‘후보자 자격시험’, 밀실 공천 막을 적절한 조치

이준석 신임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내년 전국 지방선거 후보 공천과 관련, "자격시험을 통과하지 못한 사람들만 모인 지역에 자격시험을 통과한 야심 있는 사람이 가면 무조건 공천을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 과정에서 '공직 후보자 자격시험'을 공약했던 이 대표가 '공직 후보자 자격시험'을 다시 강조한 것이다. 이 대표는 지난 11일 당 대표 수락 연설에서도 "토론 배틀을 통해 당 대변인과 상근 부대변인을 선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1995년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이래 2018년 제7회 지방선거를 치르기까지 지방선거 출마 후보들의 자질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당선된 후 의정 활동에서도 각종 구설에 휘말린 의원들이 많았다. 공무원들로부터 "도무지 대화가 되지 않는다. 자신의 상임위에 대한 지식이나 이해가 부족하다. 소통은 없고 윽박지르고, 억지만 부린다"는 평가를 받는 의원들도 많다. 이 대표가 밝힌 '공직 후보자 자격시험'은 전문 자격시험처럼 어려운 시험이 아니라 자치단체장 또는 지방의회 의원으로 기본적이고 총체적인 자질을 점검하는 정도일 것이라고 본다.

'자격시험'에 대해 '시험 만능주의냐?'는 비판도 있으나, '자격시험'이 '밀실 공천' '가방모찌 공천'(지역구 국회의원의 자질구레한 심부름이나 뒤치다꺼리를 대가로 공천을 받는 걸 비하한 표현) 등 구태를 막고, 다선 기득권에 막혀 기회를 얻기 어려운 신인들의 도전을 견인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후보자들이 공부를 일상화할 수 있다는 점, 국민의힘이 '인재 영입'뿐만 아니라 '인재 양성'에 나섰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그럼에도 우려는 남는다. 시험 성적과 토론 실력만이 그들의 능력과 비전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자격시험' 성적만큼 중요한 것은 살아온 인생이다. 해당 후보가 과거 어떤 일, 어떤 말을 했으며, 우리 사회에 얼마나 긍정적인 업적을 남겼는지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시스템까지 갖출 때 '공직 후보자 자격시험'은 날개를 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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