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손갤러리 샌정 개인전 'Temporality'전

샌정 작
샌정 작 'Untitled' oil on canvas, 80 x 60 cm (2018년)

전시장에 걸린 그림들마다 회색톤의 바탕이 짙게 깔려 있다. 왜 이 작가는 이렇듯 회색을 좋아하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든다.

독일 뒤셀도르프에 거주하면서 한국을 오가며 활동하는 작가 샌정(58)은 회화에 대한 관습적 해석에서 벗어난 새로운 관계를 맺기 위해 끊임없이 잠재적 감각의 변환점을 모색한다. 그의 그림 전체를 뒤덮은 회색은 사물과 배경을 구분하고 고립시키는 기능보다 마치 사물이 짙은 안개 속에 있는 것같은 막연한 거리감, 혹은 반대로 직접 피부에 와 닿는 습한 기운처럼 우주적 공간을 암시하는 은유적 관점을 준다.

대구 우손갤러리는 지난 20년 동안 현상 이면에 있는 어떤 근본적인 원리를 탐색하는 작업을 통해 회화의 내재성과 특이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샌정의 개인전 'Temporality'(현재성 또는 일시성)전을 마련했다.

이번 전시에서 샌정은 초기 작품에 등장했던 인간, 동물, 자연 풍경, 건축 양식과 같은 재현적 모티브 대신 정사각형, 직사각형, 원형 또는 선과 같은 단순 기하학적 도형과 절제된 색채로 구성된 근작 35점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각자의 자리에서 위치를 잃어버리고 부유하는 것 같은 기하학적 도형과 회색톤의 색채는 금방이라도 무너질 가건물처럼 '일시성 또는 현재성'을 떠올리게 한다.

이러한 샌정의 그림에서 느끼는 '일시성 또는 현재성'은 다름 아니라 학문을 통해 얻은 지식을 포함한 집단적, 사회적, 문화적 배경에서 스쳐간 모든 만남과 개별적 경험에서 얻은 실제를 토대로 하고, 또 관찰하는 과정에서 기억 속 실체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는 작가 자신의 실존인 셈이다. 이 실존의 맞닥뜨림은 이번 그의 그림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전시는 9월 3일(금)까지. 053)427-7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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