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순동의 발효이야기] 김치는 단맛·신맛·쓴맛·짠맛의 조화

Henning의 맛의 4면체, 1916
Henning의 맛의 4면체, 1916

식품의 맛은 단맛, 짠맛, 신맛, 쓴맛의 4가지 기본 맛으로 나누며, 모든 맛은 이 사면체 내에 있다(Henning, 1916). 그러나 감칠맛도 생리적인 기본 맛에 포함한다는 주장도 있다(류미나, 식품저장과 가공산업, 2017). 바꾸어 말하면 식품의 모든 맛은 이 4~5가지 기본 맛을 조합함으로써 창조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치의 맛을 창출하기는 매우 어렵고 그냥 김치 맛이라 할 수 밖에 없을 정도로 복합적인 맛으로 생리적 욕구가 가장 강한 짠맛과 신맛, 감칠맛, 시원한 맛, 매운맛([김순동의 발효이야기] 김치의 매운맛 참조)이 잘 조화된 맛이라 할 수 있다.

짠맛은 소금(NaCl)의 맛이다. NaCl은 Na+이온과 Cl-이온으로 해리된다. Cl-이온은 짠맛을 띠고 Na+이온은 짠맛을 강하게 함과 동시에 부가적인 맛을 낸다. 절임배추의 소금농도를 10%이상으로 하면 짠맛이 너무 강하며 5%정도도 기호성이 떨어진다. 소금농도가 2.5%일 때가 가장 맛이 있고 1%는 싱거우며 3.2%는 약간 짜다(김명선, 1995).

천일염은 정제염에 비하여 짠맛이 약하다. 소금의 과잉섭취가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항고혈압 효과가 있으며 짠맛을 내는 염화칼슘, 황산마그네슘, 염화칼리, 황산칼리 등을 소금 대용으로 사용하고자하는 시도도 있다. 그러나 이들 물질은 약간의 쓴맛을 띠는 문제점이 있다. 쓴맛이 비교적 약한 염화칼리(KCl)를 소금에 50%이하로 혼용하면 소금과 비슷한 짠맛을 띤다(김광옥, 1990).

김치의 신맛은 산(酸)이 해리된 수소이온(H+)의 맛이다. 김치에는 발효 시에 생성된 젖산과 초산, 숙신산 외에도 재료에 함유된 구연산, 사과산, 수산, 주석산 등이 있다. 이들 유기산은 무기산에 비하여 해리도가 낮아 입속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 동일한 농도에서는 유기산의 신맛이 무기산에 비해 오히려 강하게 느껴진다. 젖산은 상큼한 신맛을 띠나 초산은 자극적인 신맛을 띠고 숙신산(이철, 1998)은 신맛보다는 오히려 맛난 맛에 가깝다.

6~7℃의 낮은 온도에서 발효한 김치는 상온(20℃)에서 발효한 경우보다 젖산과 초산 및 숙신산의 함량이 높으며, 탄산의 함량도 높아 상큼하고 맛있는 김치가 된다(민태익과 권태완, 1984). 어린이나 노인은 신맛을 싫어하는 경향이 있으며, 일본인도 신맛을 좋아하지 않는다. 신맛은 찬 김치에서 약하게 느끼며 짠맛과 단맛에 의해 상쇄되어 약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단맛성분의 대부분은 젖산균의 먹이가 되어 더 많은 젖산을 생성하는 원인이 됨으로 젖산균이 이용하기 어려운 올리고당이나 인공감미료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김치의 감칠맛은 단맛, 신맛, 쓴맛, 짠맛이 잘 조화된 맛(旨味)이다. 감칠맛 성분으로는 아미노산류나 핵산관련물질(5'-AMP, 5'-GMP) 등으로 굴, 젓갈, 육류에서 유래하는 맛이다. 김치 담금 재료로 사용하는 배추나 무 등에도 아미노산류가 함유되어 있으나 그 함량이 낮아 호모 젖산균의 영양원으로는 크게 부족하며 채소류만으로 담근 김치에는 주로 헤테로 젖산균이 번식하며, 젓갈을 사용한 김치에 비해 감칠맛이 떨어진다.

젓갈은 어류의 자체효소와 미생물의 효소작용에 의하여 단백질이 분해되어 나온 아미노산의 보고이다. 젓갈은 종류에 따라서 아미노산의 종류나 함량이 다르며 대개 15~18종의 아미노산을 함유하고 있다. 특히, 새우젓에는 맛난 맛을 띠는 글루탐산과 단맛을 띠는 리신과 플로린이, 멸치젓에는 단맛을 띠는 로이신과 쓴맛을 띠는 이소로이신이, 조기젓에는 로이신, 이소로이신, 알긴인, 글루탐산, 발린이, 꼴뚜기젓에는 플로린과 타우린이 함유되어 있다(구영조 등. 1995).

그러므로 한 종류의 젓갈보다 몇 종의 젓갈을 혼합하여 첨가함으로써 맛있는 김치 맛을 낼 수 있다. 절임배추에 고추, 마늘, 생강, 젓갈의 기본양념을 첨가한 김치에 부추, 무, 파를 각각 넣어 맛을 비교한 연구(김명선 등. 1995)에서 보면, 부추>무>파>대조구 순으로 부추를 첨가한 김치의 맛이 가장 좋다. 또, 고들빼기김치에서는 멸치젓을 넣어야 제 맛이 나며(신영숙과 이영신, 1983), 감칠맛이 돋보이는 김치에는 글루탐산과 아스파르트산의 함량이 높다.

김치의 시원한 맛은 감미와 산미가 잘 조화된 맛이다. 헤테로 젖산균이 생성한 탄산가스가 김치 속에 들어가 녹은 탄산(H2CO3)은 사이다와 같은 짜릿하고 시원한 맛을 낸다. 저온에서 숙성시킨 김치가 실온에서 숙성시킨 김치에 비하여 탄산가스의 함량이 높고 시원한 맛도 강하다(천종희와 이혜수, 1976). 또, 고추와 생강을 첨가하지 않은 김치에서 탄산가스의 생성량이 높은 반면 파나 무를 첨가한 김치에서는 생성량이 낮으며, 마늘을 첨가한 김치에서는 높다(김명희, 1987). 또 밀폐용기에서 숙성한 김치는 시원한 맛이 높다(김미경. 1994).

김순동 대구가톨릭대학교 명예교수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