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중기의 필름통] 스티븐 스필버그와 리들리 스콧

영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한 장면.
영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한 장면.

두 거장의 영화가 이번 주 나란히 극장가에 걸렸다. 스티븐 스필버그는 뮤지컬로, 리들리 스콧은 스릴러로, 두 영화 모두 2시간 30분의 대작에 감독의 화려한 명성을 담아 관객의 관심을 끌고 있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첫 뮤지컬 영화다. 50년 가까이 30여 편의 영화를 연출하며 온갖 장르의 영화를 섭렵했던 그였다. 리메이크를 허용하지 않으며 작품마다 자기만의 색깔을 보여준 그가 뮤지컬 리메이크라니. 그는 지난달 북미 개봉을 앞두고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내가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앨범을 처음 들었을 때가 10살이었고, 결코 내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드디어 내 꿈을 이룰 수 있었고, 나 자신에게 했던 약속을 지킬 수 있었다." 2020년 세상을 떠난 아버지가 가장 좋아했던 뮤지컬이었다는 말로 이 작품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표했다.

사랑, 원수, 폭력, 죽음이라고 하면 영원한 마스터피스,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떠올릴 것이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이 원작을 1950년대 뉴욕 할렘으로 옮겨 현대적으로 각색한 뮤지컬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10대 갱인 폴란드계 이민자 제트파와 히스패닉 이민자 샤크파의 대결에서 희생된 커플의 비극으로 환생했다.

영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한 장면.
영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한 장면.

뮤지컬은 미국만의 정서를 셰익스피어의 원작에 가미했다. 뉴욕 빈민가, 꿈을 안고 온 이민자, 끓어오르는 젊음, 그리고 이 모든 것을 품어낸 사랑이다. 이탈리아에서 반목하던 두 가문보다 더 극적이며 피부로 다가오는 스토리 라인이다. 1957년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황금기에 초연된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원작의 고전미에 현대적 메시지까지 녹여 넣은 시대의 클래식으로 거듭난 것이다.

무대에서 흥행하자 곧 영화로 만들어졌다. 1961년 영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다. 이 때는 제트파가 이탈리아 이민자 갱으로 묘사됐다. 스티븐 스필버그는 무대가 갖는 연극적 요소를 유지하며 1950년대 뉴욕의 색채를 스크린에 입혔다. 두 갱의 일촉즉발의 갈등이 춤으로 그려지는데, 손가락을 튕기며 나아갈 때는 짜릿한 전율마저 전해진다. 화려한 색감에 역동적인 안무, 거기에 뮤지컬 음악의 두 전설 레너드 번스타인과 스티븐 손드하임이 함께 만든 뮤지컬 넘버가 귀를 즐겁게 하는 작품이다. 2022년 제79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코미디-뮤지컬 부분 작품상과 여우주연상,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영화 '하우스 오브 구찌'의 한 장면.
영화 '하우스 오브 구찌'의 한 장면.

◆ 하우스 오브 구찌

'하우스 오브 구찌'는 화려한 명품의 숨겨진 이면을 리들리 스콧 특유의 무게감과 긴장감 넘치는 연출로 그려낸 영화다. '죽여서라도 갖고 싶은 그 이름'이라는 홍보문구가 영화를 함축적으로 나타낸다. 명품에 어린 광기와 욕망을 자극적이면서 은밀하게 드러낸다.

영화는 1995년 구찌의 후계자 마우리치오 구찌(아담 드라이버)가 아내가 고용한 살인청부 업자에게 살해당한 실화를 배경으로 한다. 화려한 명품의 브랜드와 달리 어둡고 사악한 가문 내 권력 다툼이 명배우들의 연기로 속도감 넘치게 그려진다.

영세한 트럭 운송회사 사장의 딸인 파트리치아(레이디 가가)가 구찌 가문의 후계자인 마우리치오를 만나면서 시작된다. 둘은 불같이 사랑을 하고 결국 결혼에 성공한다. 파트리치아는 가업에 관심이 없던 마우리치오를 흔들어 가문의 핵심 멤버인 삼촌 알도(알 파치노)를 내치고 구찌의 주인이 되려고 한다. 처음 순수했던 모습과 달리 점점 구찌에 집착하면서 악녀가 돼 간다. 마우리치오는 그녀를 멀리하며 다른 여자에게 눈을 돌린다. 그러나 욕망은 결국 파국을 맞게 된다.

영화는 구찌에 스며든 어두운 과거와 허영, 돈과 권력, 사랑과 집착 등을 하나의 거대한 욕망 덩어리로 그려나간다. 터널을 향해 질주하는 허영에의 불꽃은 몰락이라는 지점을 맞는다.

영화 '하우스 오브 구찌'의 한 장면.
영화 '하우스 오브 구찌'의 한 장면.

패션가의 욕망과 파국이라는 드라마틱한 스토리에 맞춰 압도적인 비주얼로 화면을 가득 채운다. 1970년 후반부터 30년에 걸친 시대를 그리기에 그동안의 패션의 변화를 한눈에 볼 수 있다. 파트리치아의 화려한 패션을 위해 레이디 가가는 70여 벌의 의상으로 화면을 장악한다.

레이디 가가는 구찌를 사랑하고, 구찌를 죽인 여자 파트리치아로 놀라운 연기력을 보여준다. 아담 드라이버는 고급스러운 수트로 클래식한 매력을 뽐내며 구찌 가문의 최고 경영자 알도 역의 알 파치노와 구찌 가문의 역사이자 리더 로돌프 역의 제레미 아이언스까지 명배우들이 펼치는 욕망의 전쟁이 관객을 사로잡는다.

김중기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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