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중기의 필름통] '코믹·정치·눈물' 다양한 맛으로 찾아온 설 연휴 기대작

영화 '해적:도깨비 깃발'의 한 장면.
영화 '해적:도깨비 깃발'의 한 장면.

설 연휴가 29일부터 시작이다.

이번 설은 오미크론 확산 여파로 과거의 뜨거운 명절 극장 풍경은 보기 힘들 전망이다. 그럼에도 6일간 이어지는 긴 명절연휴를 놓칠 수 없기에 기대작들이 출사표를 던졌다.

◆해적: 도깨비 깃발

가장 기대되는 작품이 '해적: 도깨비 깃발'(감독 김정훈)이다. 2014년 866만 명을 동원한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의 후속작이다. 산적남과 해적녀가 만나 함께 보물을 찾는다는 신선한 스토리와 웃음 만발하는 코믹, 스펙터클한 액션의 세 가지 맛이 다시 만났다. 김남길과 손예진 콤비가 강하늘, 한효주로 세대 교체했다.

고려 말과 조선 초의 어지러운 시기. 자칭 '고려 제일검'인 의적단 두목 무치(강하늘)가 해적선 주인 해랑(한효주)과 만나 한 배에 올라타며 시작한다. 둘은 태생부터 상극이라 사사건건 티격태격이다. 그러던 어느 날 왜구선을 소탕하던 이들이 사라진 왕실의 보물이 어딘가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보물만 찾으면 지긋지긋한 바다 생활도 끝이다. 그러나 보물을 노리는 것은 이들뿐이 아니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귀한 것을 손에 넣는 역적 부흥수(권상우) 또한 보물을 찾기 위해 바다에 뛰어든다.

능청스럽지만 압도적인 검술을 자랑하는 무치와 강인한 리더십으로 천하의 명성이 자자한 애적 단주 해랑과 함께 사고만 치는 해적왕 꿈나무 막이(이광수), 백발백중 명사수 한궁(세훈), 무치의 오른팔 강섭(김성오), 해적단의 돌주먹 아귀(박지환)까지 개성미 넘치는 캐릭터들의 앙상블이 영화의 묘미다.

총 제작비 235억원이 투입된 대작이다. 해양 액션 어드벤처물답게 화려한 볼거리를 자랑한다. 와이어 액션과 강도높은 수중 촬영에 불기둥과 번개섬의 신비로운 비주얼과 고래, 펭귄 등 여러 동물을 CG로 그려냈다. 코믹한 요소와 액션이 버무려진 전형적인 명절용 영화다. 125분, 12세 이상 관람가.

영화 '킹 메이커'의 한 장면.
영화 '킹 메이커'의 한 장면.

◆킹메이커

예매율 1위인 '해적:도깨비 깃발'과 함께 2위를 달리는 경쟁작이 '킹메이커'(감독 변성현)이다. '킹메이커'는 1970년대 대한민국 선거판을 배경으로 한 영화다.

1961년 이북 출신 서창대(이선균)는 선거 유세장에서 젊은 정치인 김운범(설경구)의 연설을 듣고 그의 사무실을 찾아간다. 고지식한 전략으로 승리할 수 없다고 설득한 끝에 그의 선거 캠프에 합류한다. 그리고 4번이나 낙선한 김운범을 대통령 후보로까지 끌어올린다.

'킹메이커'는 1960년대 실존인물을 모티브로 한 영화다. '선거판의 여우'라 불리던 엄창록이라는 인물이다. 그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기는 선거를 설계한 고수다. 세간의 인지도는 낮지만, 선거사를 연구할 때 반드시 거명되는 인물이다.

이선균이 연기한 서창대가 바로 엄창록이다. 서창대는 단순한 네거티브 전략이 고작이던 당시 선거판에서 실제 전쟁터와 같은 전략과 전술로 선거판을 요리한다. 여당에서 고무신을 선물로 돌리면, 야당이던 서창대의 선거캠프에서는 여당 운동원으로 변장해 고무신을 다시 회수한다. 선물을 주었다 빼앗으니 당연히 여당을 욕할 수밖에 없는 상황. 그리고 이를 다시 포장해 자신들의 선물로 돌린다. 돈 한 푼 안들이고 선물을 돌리면서 상대 진영을 궁지로 몰아넣는 묘수다.

영화는 '선거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승리만 하면 되는가'라는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의 변성현 감독이 연출했다. 123분, 15세 이상 관람가.

영화 '효자'의 한 장면.
영화 '효자'의 한 장면.

◆효자·스파이더맨도 기대

이번 설의 다크호스같은 영화가 '효자'(이훈국)이다. 인지도도 낮고, 극장가의 스크린도 몇 개 차지하지 못했지만 상당히 기상천외한 영화다. 장례를 치른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좀비로 돌아온 어머니에게 다섯 형제가 생전에 하지 못한 효도를 하기로 결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효'라는 한국적 코드에 미국식 좀비를 섞었다. 연극을 연출하던 이훈국 감독의 영화 연출 데뷔작이다.

설정만으로는 코믹한 좀비영화를 연상시키지만, 이 영화는 다섯 자식이 서로 다른 불화와 오해를 풀어나가면서 '효도'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영화다. 좀비도 늙고 병든 부모를 봉양해야 하는 지극히 한국 사회를 상징한다. 그래서 관객을 오열하게 하는 에피소드를 여럿 배치해 눈물바다를 만들기도 한다. 김뢰하, 이철민, 정경호 등 배우들의 생생한 연기도 영화에 힘을 더한다. 117분. 15세 이상 관람가.

이번 설 연휴 극장가는 이들 신작과 함께 겨루게 될 작품이 '스파이더맨:노 웨이 홈'이다. 지난달 15일에 개봉해 연말을 넘기면서도 여전히 기세등등한 할리우드 히어로물이다. 720만 명(25일 현재)인 누적 관객수가 이번 설 연휴에 800만 명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김중기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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