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선 후보들은 4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4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해 '여야가 합의해도 정부는 반대' 입장을 내놓자 발끈해 정부를 강도높게 비판하며 압박했다.
홍 부총리는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여야가 함께 (증액을 합의)하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묻자 "저는 쉽게 동의하지 않겠다"며 "증액에 대해선 여야 합의에 구속되기보다 행정부의 나름대로 판단이 고려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맞받았다.
이에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임명 권력은 국민이 직접 선출한 권력의 지휘를 받는 게 정상적"이라며 "부총리께서 월권하는 것 같다"고 직격했다.
이 후보는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우리동네 공약' 언박싱 데이 행사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행정부 소속의 부처 책임자가 '여야가 합의해도 수용하지 않겠다'고 미리 단언하는 것은 대의민주주의 체제의 입장에서 보면 매우 부적절하다"며 "책임을 물어야 할 정도의 심각한 발언"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가 주최한 대선 후보 농정 비전 발표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에게 "(증액 반대)는 홍 부총리의 생각"이라고 깎아내린 뒤 "저희는 코로나로 인한 자영업자, 소상공인 손실보상 방안에 대해 구체적인 자금의 사용처와 사용 기준을 명시해 최소한 50조원이 필요하다고 몇 달 전에 말했다"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추경 자체가 그렇고, 여당의 협의를 하자는 제안은 별로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국민들이 평가하실 문제다"라고 당정을 싸잡아 겨냥했다.
앞서 홍 부총리는, 우원식 민주당 의원의 "여당 안으로 이번 추경이 진행될 수 있도록 협조할 수 있느냐"는 물음에 "14조원 규모의 정부 지출 규모가 국회에서 존중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부가 제출한 규모 선에서 추경 논의가 되는 게 적절하다"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은 특수고용노동자와 프리랜서, 문화예술인, 법인택시 기사 등 약 200만명을 지원 대상에 추가해야 한다며 정부 원안에서 약 21조원 증액한 35조원 규모를 추진해왔다.

그는 국민의힘의 증액안을 놓고도 반대 입장을 밝혔다.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이 "국민의힘이 전달한 추경안을 봤느냐"고 질의하자 홍 부총리는 "여러 가지 소요만 제기했지 재원에 대해 말씀이 없고, 실현 가능성 없기에 반영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현행 100만원인 소상공인 지원금을 1천만원으로 올리는 것을 포함한 7가지 요구사항을 기재부에 전달한 바 있다.
헌법 57조에 따르면 국회는 정부의 동의 없이 정부가 제출한 지출예산 각항의 금액을 증가하거나 새 비목을 설치할 수 없다. 정부가 추경 증액을 끝까지 반대하면 하기 힘들게 된다는 얘기다. 정부와 국회가 어떻게 접점을 찾아갈지 주목되는 상황이지만, 홍 부총리가 그동안 코로나19와 관련한 추경안을 놓고 정치권의 요구에 번번이 무릎을 꿇은 점에 비춰 반대 입장을 고수하기 어려울 것이란 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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