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바로 다음 날부터 불필요한 과잉 방역을 중단하고 밤 12시까지 자유롭게 영업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최근 선거 유세에서 "홍수가 나면 보를 포기해야 한다. 보에 매달려 홍수를 막겠다고 하다가 피해가 더 커진다"며 "3차 접종까지 하면 24시까지 영업해도 마스크만 쓰면 아무 문제 없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를 작은 족제비에 비유해 "날쌔졌지만 위험성은 떨어졌다. 우리가 집단으로 막지 않아도 개인적으로 막으면 충분하다"며 코로나를 발로 차 버리는 '하이킥' 퍼포먼스까지 연출했다. 그러자 대선 후보인 허경영 캠프에선 발차기가 표절이라고 발끈하며 원조와 짝퉁을 비교하는 사진을 올리는 등 선거를 희화화하고 있다.
과연 이재명 후보 말대로 2년 이상 끌어온 코로나가 힘을 잃어 이젠 개인 단계에서 막으면 충분한 독감 수준으로 전락했을까. 지난 2주 사이 확진자가 100만 명 이상 늘었고, 앞으로의 국내 확진자 발생 정점(頂點)을 점치기 어렵다. 앞서 질병관리청은 하루 최대 확진자가 2월 말쯤에 13만~17만 명으로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빗나갈 가능성이 크다.
국내외 연구기관 10곳이 수행한 코로나19 유행 전망을 종합하면 국내 오미크론 대유행은 2월 말에서 3월 중에 정점에 달하고, 하루 최대 14만∼27만 명의 확진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3월 초부터 하루 확진자가 17만 명을 넘어서고, 현재 400명대 수준인 위중증 환자 수도 1천 명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7일 방역 당국의 예측과는 달리 정점 도래 시점이 다소 미뤄지고, 확진자 규모는 크게 웃돌 것으로 보인다. 당시 김부겸 국무총리가 "10만~20만 명 예측은 아주 비관적인 사람이 그렇게 보는 것"이라던 정부의 시각과는 다른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현재 유행 상황은 코로나19가 '엔데믹'(풍토병으로 자리 잡은 감염병)으로 전환되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오미크론 변이 치명률이 0.18%로 독감의 2배 수준이라 과도한 불안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도 작금의 코로나 대확산세에 대해 "오미크론 유행도 정점을 지날 날이 머지않았다. 정부를 믿고 자신감을 가져 달라"며 "대응 체계를 선제적으로 잘 전환한 결과"라고 낙관론에 가세했다. 하루 확진 10만 명이 넘어도 예상했던 범위라는 것이다.
하지만 국민들이 체감하는 방역 전환은 코로나에 걸려도 스스로 대처해야 하는 '각자도생'이다. 확진자 격리 감시도 없고 증상이 있어도 알아서 '셀프 치료'를 받아야 한다. 재택치료라는 미명 아래 방치된 환자들이 잇따라 숨지는 안타까운 일이 진행 중이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위기 때마다 "코로나 긴 터널의 끝이 보인다"며 낭만적 수사로 큰소리쳤지만, 국민들은 허탈감으로 기억한다.
예측대로 대선 전후로 매일 중소도시 인구 규모 확진자가 쏟아져 7일간의 격리가 이뤄지면 사회 필수 시설의 마비 가능성도 상존한다. 오미크론 치명률을 0.1%로 잡아도 사망자가 하루 200명 이상 속출한다.
대통령은 국민들의 안전과 생명 보호가 가장 큰 책무다. 따라서 대통령 후보라면 표심(票心)을 노리고 당선 다음 날부터 거리두기 고삐를 완전히 풀겠다고 공언할 것이 아니라, 국민을 구하고 안심시킬 치료 대책을 제시해야 했다. 단지 치명률이 낮다고 감염병에 희생되는 목숨을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된다.
정부는 그저 확진자 최고점을 찍고 수치가 내려올 날만 기다리는 것 같다. 그때는 또 누구의 성과라고 자화자찬을 할까.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野, '피고인 대통령 당선 시 재판 중지' 법 개정 추진
검찰, '尹 부부 사저' 아크로비스타 압수수색…'건진법사' 의혹 관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