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나는 큐레이터다] <2>류종필 아양아트센터 큐레이터

“동구 특색 살린 전시 기획 초점
예술가 사랑하는 마음이 기본돼야”

류종필 아양아트센터 큐레이터가 아양갤러리를 소개하고 있다. 이연정 기자
류종필 아양아트센터 큐레이터가 아양갤러리를 소개하고 있다. 이연정 기자

"팔공산과 금호강 등 자연을 벗삼아 대구 동구 곳곳에 자리하고 있는 지역 작가들을 빛낼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구립갤러리의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우리 구만의 특색 있는 전시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죠."

류종필 큐레이터는 동구 아양아트센터 아양갤러리의 모든 전시를 기획, 진행한다. 아양기찻길의 '뷰갤러리'를 꾸미고,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예술교육프로그램을 추진하는 것도 그의 일이다.

지난 17일 아양갤러리에서 만난 그는 15년간 이 일을 해왔음에도 지역민들의 미술 진입 문턱을 낮추고 관심을 갖게 하는 일이 아직도 쉽지 않은 것 같다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원래 작가 활동을 해오다 큐레이터로 전향했다고 들었습니다. 큐레이터로서의 삶은 작가의 삶과 많이 달랐을텐데, 어떠셨는지요?

- 2000년대 초,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전시 관련 업무 담당자가 휴직한 자리를 맡게되며 이 일에 뛰어들었다. 지금은 없어진 두산갤러리 등에서 일해오다 2008년 아양아트센터 전시담당을 맡게됐다.

처음에는 어떤 일을 해야할 지 막연했다. 지금은 예술행정 등 큐레이터 관련 정규 교육이 있지만, 당시에는 미술평을 쓰는 것 등 어려운 점이 많았다. 다만 작가로 활동했었다보니 지역 작가들의 특징, 미술 생태계 등을 잘 알고있었다는 것은 많은 도움이 됐다. 전시 기획을 하려면 어떤 작가들이 있는지 꿰차고있어야하지 않나. 그런 점은 비교적 쉽게 느껴졌던 것 같다.

▶기억에 남는 활동이 있으십니까.

- 지난해 개최한 '동촌 벚꽃예술제'가 기억에 남는다. 아양아트센터와 동촌유원지 일대에 조각·회화 작품을 전시하고, 다양한 체험행사를 펼쳤다.

문제는 코로나19가 여전히 기승을 부릴 때였다는 것이다. 이 시기에 행사를 연다는 우려가 많아 결국 행사를 중단했다.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았지만, 그래도 행사기간에 조각 8점 중 2점을 팔아서 작가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외에도 아양아트센터 홈페이지에 지역 작가들의 작품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온스크린(ON-SCREEN)'을 구축해, 아카이브 기반을 다져놓은 것도 기억에 남는다.

지난해 아양갤러리에서 진행된 아양핸드메이드축제. 아양갤러리 제공
지난해 아양갤러리에서 진행된 아양핸드메이드축제. 아양갤러리 제공

▶아양갤러리 만의 특징과 전시 기획 시 어떤 부분에 초점을 두는지 궁금합니다.

- 429㎡ 규모의 아양갤러리는 지난해 센터 2층에서 1층으로 옮기고, 리모델링을 거쳐 더욱 좋은 공간으로 거듭났다. 센터 입구 정면에 위치해있으며, 따로 출입문을 두지 않고 개방해 누구나 지나다니며 볼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에 비해 방문객이 2배 이상 늘었다.

팔공산, 금호강 등 좋은 자연환경을 갖춘 동구의 특색을 살린 전시를 선보이려고 노력한다. 또한 지역 주민들의 참여를 늘리고자, 전시마다 하나 이상의 체험행사를 함께 마련한다.

▶큐레이터를 꿈꾸는 이들에게 어떤 당부를 전하고 싶으십니까.

- 우선 예술하는 사람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예술을 사랑하고, 예술하는 사람을 사랑해야 전시에도 애착을 갖고 진행할 수 있다. 또한 글로 표현하는 연습이나 행정적인 업무, 어학 공부 등의 부분도 무장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 그러한 부분에서 많이 부족한 점을 느꼈다. 실무적인 부분은 현장에서 직접 부딪쳐보며 배워나가면 된다.

▶앞으로의 목표가 궁금합니다.

- 공연예술과 달리 전시예술은 작가들에게 주어지는 대가가 턱없이 적다. 지금까지 그렇게 해왔다며 액자 표구부터 운송 등 전시 과정 전반에 드는 비용을 작가 혼자 부담하기도 한다. 작가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해주는 환경이 조성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고, 내가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조금씩이나마 바꿔가고싶다. 예술가들의 환경이 좋아지면 자연히 좋은 작품들이 나올 것이라 믿는다.

또한 지역 작가들을 발굴해 제대로 된 아카이브를 구축하고싶다. 예산 등을 차차 확보해서 이 일을 그만두기 전까지 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나가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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