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농사지은 쌀로 만든 밥은 어떤 맛일까? 농부를 대신해 인공지능 로봇과 드론이 농사짓는 모습은 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에서나 봐왔다. 그런데 벌써 우리의 농촌에 이러한 인공지능 기술이 농작물과 가축을 돌보는 일에 이용되기 시작했다.
'벼는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자란다'는 말처럼 농사 짓는 일은 발품을 많이 팔아야 한다. 그렇지만 우리의 농촌은 젊은 사람들이 떠나가고 고령의 노인들이 많아 농번기마다 일할 사람이 부족하여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인공지능이나 드론과 같은 첨단기술이 농촌에 도입되면서 젊은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농업 생산성도 올라갈 것이라는 기분 좋은 소식이 들려온다. 바로 '스마트팜' 덕분인데 그 변화의 현장으로 가보자.

◆스마트팜, IT기술의 날개를 달다
'스마트팜(Smart farm)'은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무인자동화 등 융합기술을 접목하여 원격이나 자동으로 작물과 가축의 생육환경을 관리하는 지능화된 시설농장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은 정의한다. 쉽게 말하면 오랜 세월에 걸친 경험과 노하우 많은 베테랑 농부에 의존하지 않고 빅데이터와 인공지능과 같은 정보기술(IT)을 이용해서 농사를 짓는 것이 스마트팜이다.
스마트팜의 주요 장점은 우선, 인공지능 기술이 적용됨으로써 사람의 노동력이 적게들고 에너지 비용도 많이 줄일 수 있다. 다음으로, 농작물과 가축의 생육환경을 최적화함으로써 생산성과 품질을 최대로 끌어올릴 수 있다. 이에 더해서 낭비되는 에너지와 사료 등을 줄일 수 있어서 친환경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농촌의 일손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소득증대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는 새로운 농사법이다.
◆인공지능이 케어하는 비닐하우스와 축사
우선, 비닐하우스의 농작물을 보자. 과학이 발달하면서 식물의 광합성 작용과 생육에 필요한 필수 영양소뿐만 아니라 여러 생장조건들이 자세히 밝혀졌다. 따라서 비닐하우스에서 채소를 키울 때에 이러한 식물의 생육조건을 최적화해주면 생산성이 높아진다. 식물이 자라는 환경적인 요소인 온도, 습도, 일사량, 이산화탄소, 배양액농도, pH, 병충해 등을 센서를 이용해서 측정하고 기록하여 제어하는 기술을 적용할 수 있다. 이렇게 수집된 데이터를 인공지능을 이용해서 분석한 후 자동화 및 원격 제어하는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데 이러한 것을 스마트팜이라 한다.
다음으로, 소를 사육하는 축사를 보자. 인공지능을 이용해서 소의 상태를 분석하여 적정한 양의 사료를 공급하는 '밀크티(Milk-T)' 기술을 씽크포비엘이 개발하였다. 소의 사료 섭취량과 우유 생산의 변화 및 소의 유전적 요인과 활동이나 수면 등의 상태를 파악한 후 이를 데이터로 저장한다. 그리고 인공지능을 이용하여 데이터 분석을 통해 최적의 사료양을 파악하여 소에게 공급해주는 기술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소비되는 사료양을 줄일 수 있고 우유 생산량을 늘일 수 있어서 경제적으로 이익일 뿐만 아니라 낭비되는 사료를 줄이고 소가 배출하는 메탄가스 양도 줄일 수 있어 친환경적이다.

◆스마트팜 혁신밸리, 변화를 만드는 거점
정부가 스마트팜을 육성발전시키고자 팔을 걷어붙였다. 2018년 관계부처 합동으로 '스마트팜 확산방안'을 발표하고 전국 4개 지역을 선정하여 기술혁신 확산 거점으로서 '스마트팜 혁신밸리'를 조성하고 있다. 스마트팜 혁신밸리는 청년농 육성과 임대형 스마트팜 지원 및 미래농업 기술연구를 위해 정부가 주도하여 조성하고 있는 첨단융복합 클러스터다. 이 스마트팜 혁신밸리에 경북 상주시, 전북 김제시, 전남 고흥군, 경남 밀양시 등 4개 지역이 선정되어 조성 중에 있다.
김제 스마트팜 혁신밸리가 작년 11월에 준공하였고 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도 작년 12월에 준공하여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또한 나머지 두 곳도 올해 준공할 예정이다.
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는 전국 4곳 중 가장 규모가 크다. 또한 다른 곳과 달리 농업용 로봇, 수출용 플랜트 등을 중점으로 실증할 계획이다. 그리고 혁신밸리 청년 보육체계 등을 연계하여 청년 유입과 성장 및 정착을 원스톱으로 지원하고자 하는 계획을 경북도와 상주시는 가지고 있다.

◆K스마트팜, 해외로 뻗어가다
K-POP, 드라마, 영화, 스포츠, 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류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 농업기술이 세계로 뻗어가는 'K스마트팜'이 새로운 하류를 일으키기 위한 진출을 시작했다.
세계 스마트팜 시장은 2016년부터 현재까지 연평균 16.4% 성장률로 성장하여 올해 483조4800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과학기술일자리진흥원은 내다보고 있다. 또한 국내 시장은 연평균 5% 정도의 성장을 하고 있으며 올해 5조9588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처럼 급성장하고 있는 세계 스마트팜 시장에 한국의 스마트팜 기술이 진출하고 있다. 비가 오지 않는 사막기후의 중동과 비가 많이 오는 동남아 등 우리나라 기후와 많이 다른 나라일지라도 농작물의 생육환경을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의 기술을 이용하여 제어할 수 있다면 지역과 기후에 상관없이 다양한 작물을 재배하는 것이 가능하다.
한국형 스마트팜(K스마트팜)이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으로 진출했다. 지난해 11월 카자흐스탄 알미티 지역에 1 헥타르(ha) 규모의 스마트 시범 온실이 준공했다. 이곳에 우리나라 기업들이 만든 스마트팜 시스템과 시설 등을 구축하여 딸기, 오이, 토마토 등의 작물을 재배해 나간다. 이 채소가 온실 안에서 자라는 최적의 온도와 습도 등의 환경을 자동제어하는 기술이 적용된다.
또한 베트남에도 K스마트팜 온실이 진출하였다. 지난해 1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한국형 스마트팜 시범온실(1ha 규모)' 착공식을 가졌으며 올해 3월 준공 예정이다. 베트남은 기온이 높고 강우량이 많은 지역인 점을 고려해 유수 유입 방지와 근권 냉방시스템을 갖춘 온실로 만들어진다. 이곳에서 한국산 고추와 멜론 등이 재배될 예정이다. 이외에도 사막 기후를 가진 중동 아랍에미리트(UAE) 등에도 K스마트팜이 진출하고 있다.
마켓앤드마켓에 의하면 스마트팜 보급률이 네덜란드는 99%이고 캐나다는 35%나 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스마트팜 보급률은 1%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최근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 IT 기술을 활용한 한국형 스마트팜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어 향후 우리 농촌의 변화를 주도할 것으로 기대된다. 머지않아 '채소는 인공지능의 숨소리를 들으며 자란다'라고 말하는 날이 올 것 같다.

김영호 대전과학산업진흥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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