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여환 가정의학과 전문의 "삶과 죽음 사이의 '죽어감'도 삶의 일부분"

전 대구의료원 호스피스센터장 김여환 전문의
호스피스서 지켜본 죽음…책 '천 번의 죽음이 내게 알려준 것들'으로 펴내

책
책 '천 번의 죽음이 내게 알려준 것들'을 낸 김여환 가정의학과 전문의. 이화섭 기자

일반적인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죽음'이란 것은 '절대 내게 오지 않았으면 하는 개념'이다. 사람들이 죽음을 두려워하는 이유로 왜냐하면 죽을 때 겪게 될 고통이 무섭고, 죽은 다음의 세계가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기 때문에 공포스러우며, 죽은 뒤 '나'라는 존재가 사라지면 다른 사람의 기억 속에 어떻게 기억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의 생각에 대해 대구의료원 호스피스 완화의료센터장으로 지내며 천 번의 죽음을 곁에서 지켜본 가정의학과 전문의 김여환 씨는 "헬시 에이징(Healthy Aging), 그러니까 건강하게 늙어감의 마지막은 결국 웰 다잉(Well Dying), 잘 죽는 것"이라며 "'어떻게 죽어갔으면 좋겠다'를 미리 생각해야 나중에 자신도, 주변 사람들도 우왕좌왕하지 않고 편안한 마지막을 맞을 수 있다"고 말한다. 김 씨는 자신이 대구의료원 호스피스 병동에서 만난 환자들과의 이야기를 엮어 펴낸 책 '천 번의 죽음이 내게 알려준 것들'을 통해 이런 깨달음을 전하려 한다.

김 씨는 이 책을 통해 다양한 모습의 '죽음을 앞둔 사람들'과 그들이 마지막을 맞이하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또 죽음을 맞이하는 법에 대한 몇 가지 오해들을 푸는 데 많은 분량을 할애하고 있다. 김 씨가 책을 통해 가장 많이 강조하는 부분이 바로 진통제 사용에 대한 부분이다. 책에는 보호자들이 환자의 진통제 내성을 두려워해 일부러 진통제 처방을 거부하거나 진통제를 약에서 몰래 빼 버리는 사례들이 실려 있다. 김 씨는 이런 사례들이 진통제에 대한 오해에서 기인한다고 본다.

"환자의 암성 통증은 진통제를 통해 충분히 조절할 수 있어요. 모르핀 등의 진통제로 통증을 줄이면 환자의 고통도 줄면서 그만큼 더 나은 다음을 준비할 수 있죠. 하지만 환자나 보호자들은 '마약성 진통제를 자꾸 쓰면 중독된다'며 우려하죠. 하지만 모르핀은 내성이 없기 때문에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진통제예요. 진통제와 함께 환자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걱정해주며 감정을 달래주다 보면 진통제 사용량도 줄어들어요."

김 씨는 자신의 동기들이 이미 전문의가 됐을 39살 때 수련의 생활을 시작했다. 1991년 의대 본과 2학년 때 결혼한 뒤 13년간 전업주부로 살다가 시작한 수련의 생활이었다. 김 씨는 이 때 죽음과 통증에 관한 관심을 가지게 되는 한 장면을 목격한다.

"담도암으로 입원한 환자였는데 목사님이셨대요. 온 몸에 황달이 너무 심했고 심한 통증에 고함은 물론 욕설까지 하는 등 난리도 아니었죠. 그런데 주변에서는 '인생을 잘못 살아서 저런 고통을 받는다'며 손가락질을 하더라구요. 그게 너무 강렬하게 머릿속에 남아있었는데 전공을 가정의학으로 선택하고 '통증은 조절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배우면서 다시 그 환자 생각이 났어요. 그러면서 통증을 줄이는 방법이나 호스피스 시스템과 같은 '죽음을 맞는 방법'에 대한 고민을 본격적으로 하게 됐죠"

이제 김 씨는 더이상 호스피스 의사가 아니다. 현재 김 씨는 대구의 한 병원에서 가정의학과 전문의로 활동하고 있으며, 스포츠 생활지도자 2급 자격증까지 취득하며 건강하게 나이드는 방법들을 연구하고 있다. 김 씨는 "자신이 연구하는 건 노화를 없애는 '항노화'가 아니라 건강하게 늙어가는 '헬시 에이징'"이라고 정의한다.

천 번의 죽음을 옆에서 본 김 씨에게 인생의 마지막에 후회없이 잘 떠나기 위한 방법을 물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환자들을 관찰해보니 가장 행복해하는 순간이 다른 사람을 위해 뭔가를 했을 때였어요. 자신이 세상을 떠났을 때 남아있는 사람들을 위해 기도해 주고 자신이 나를 위해, 타인을 위해 열심히 살았음을 보여주려고 노력한 분들은 편하게 떠나시더라구요. 삶과 죽음 사이에는 '죽어감'이라는 과정이 있는데 이 과정도 결국 삶의 일부분이고 이걸 생각하면 죽어가는 과정에서도 할 수 있는 게 너무 많다는 걸 기억하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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