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소득 3만5천 달러 시대

1인당 GNI 전년 대비 10.3% 급증?…국민의 삶이 더 팍팍해진 이유는!

물가 상승이 계속되는 가운데 지난달 24일 한 마트 식품 코너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한국은행은 이날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3.1%로 제시했다. 한은이 당해년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3%대로 내놓은 것은 2012년 4월 3.2%가 마지막이다. 연합뉴스
물가 상승이 계속되는 가운데 지난달 24일 한 마트 식품 코너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한국은행은 이날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3.1%로 제시했다. 한은이 당해년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3%대로 내놓은 것은 2012년 4월 3.2%가 마지막이다. 연합뉴스
석민 디지털논설실장
석민 디지털논설실장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지난해 3만5천168달러를 기록해 처음으로 3만5천 달러 시대에 돌입했다. 3인 가족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연간 소득은 1억2천74만 원이나 된다. 얼핏 부자 나라의 부자 국민이 된 듯한 착각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2020년 근로소득자 1천949만5천 명 중에서 연봉 1억 원을 넘는 사람은 4.7%인 91만여 명에 불과했다. GNI에는 가계뿐만 아니라 정부와 기업의 소득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국민이 부자인 것이 아니라 정부와 기업이 부자라는 해석이 가능한 셈이다.

또 지난해 1인당 GNI가 전년보다 10.3%나 급증했지만, 그 속내를 뜯어보면 속 빈 강정과 비슷하다. 1인당 GNI 증가 폭 3천287달러 중에서 경제성장이 1천272달러, 환율하락(원화 가치 상승)이 1천61달러, 물가상승이 762달러 정도라는 것이 한국은행의 분석이다. 환율·물가를 고려하면 실제 국민소득의 증가는 별로 크지 않다. '국민소득 3만5천 달러 시대 돌입'이라는 굿뉴스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서민·중산층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이유이다. 실제로 국민의 실질적인 구매력을 보여주는 실질 GNI는 전년 대비 3.5% 증가에 그쳤다.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4%에도 못 미치는 수치이다.

게다가 지난해 가계 소비지출에서 식료품·비주류 음료가 차지하는 비중인 엥겔계수는 2000년 이후 최고치인 12.86%였다. 임대료와 수도·광열 지출 등 이른바 주거비가 차지하는 비중인 슈바베계수 역시 17.94%를 기록했다. 2020년 18.56%를 제외하고, 최근 5년 내 가장 높은 수치이다. 한마디로 '먹고 자는' 데 가계지출의 30% 이상이 쓰이다 보니 수준 높은 인간다운 삶을 추구할 수 있는 실질 소비 여력은 오히려 줄어들었다는 분석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페이스북에서 "1인당 GNI가 3만 달러 돌파 4년 만에 3만5천 달러를 뛰어넘었다. 괄목할 만한 성과"라고 자화자찬했다. 사실상 통계로 국민의 진짜 삶을 속인 셈이다. 현명한 국민은 통계가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니라 사람이 통계를 이용해 그럴싸한 거짓말을 한 것임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