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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처음 만난 물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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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수현 시인

임수현 시인
임수현 시인

한동안 수영을 배우러 다닌 적 있다. 아침 9시 초급반, 수경도 사고 가장 눈에 띄지 않는 평범한 검은색 수영복을 샀다. 쭈뼛거리며 수영장에 들어섰을 때 양팔을 번갈아 휘저으며 레인을 타고 수영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나도 저렇게 할 수 있겠지. 부러운 눈으로 힐끔거리며 초급반 수영장 안으로 발을 집어넣었다. 첨벙! 아침이라 물이 찼다. 맨손체조를 따라 하고 발차기 연습을 하고 부표를 붙잡고 수영장 끝에서 수영장 끝으로 왔다갔다 할 때까지는 나도 힘차게 물을 박차고 레인을 자유롭게 헤엄칠 수 있으리라 믿었다. 문제는 자유형을 배우면서 시작됐다.

강사님은 딱 나를 집어서 하는 말 같지는 않았지만, 수영은 배운다고 다 할 수 있는 운동이 아니라고 했다. 그 말의 뜻인즉 물을 무서워하면 안 된다. 그리고 물에 몸을 맡겨야 한다는 거였다. 나는 그 두 가지 다 하지 못했다. 급기야 강사님이 나를 따로 불러 물 속으로 푹 몸을 밀어 넣더니 물을 있는 대로 받아 들여보라고 했다.

물을 조금 덜 무서워하게 된 다음엔 호흡이 문제였다. 들숨 날숨을 번갈아 쉬며 노를 젓듯 팔을 저어야 하는데 숨을 참기만 할뿐 내뱉지를 못했다. 다른 사람은 한 달이 지나고 자유형을 마치고 중급반으로 올라갔지만, 초급반만 3개월 한 드문 사례를 남기고 나는 수영을 그만뒀다.

수영은 나와 맞지 않는구나! 정도였으니 큰 후회 따위는 없었다. 샴푸로 수경 안쪽을 씻으면 뿌옇게 습기 차는 걸 막을 수 있다든가. 수모는 물에 넣었다가 뒤집어써야 하는 것도 알았다. 수영장에서 친해진 몇은 따로 칼국수를 먹으러 가거나 저녁 모임을 한다는 것도 알았고, 수영장에서 본 얼굴과 수영장 밖에서 만난 얼굴을 알아보지 못한다는 것도 알았다.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호흡하는 숨조차 물속에서는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배웠으니, 딱히 애석해할 일은 아니었다.

며칠 전 수영장 앞을 지나다가, 나는 서랍 깊숙이 넣어둔 수경과 수모가 떠올랐으며, 레인을 타고 물고기처럼 유영하던 사람들이 생각났다. 그 때보다 지금이 운동 신경이 더 좋아졌다고 볼 수 없다. 다만 지금은 나를 조금 안다. 부족함과 두려움과 마음대로 되지 않는 세계에 대해 조금 안다. 물의 호흡에 내 호흡을 조금씩 맞춰 가며 나는 앞으로 조금씩 발을 차 나아갈 것이다. 물의 속도, 물의 온도, 물 속으로 비치던 작은 빛줄기, 처음 만난 물속처럼 발을 조심스럽게 밀어 넣을 것이다.

문화센터 안내데스크 앞에는 다양한 강좌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수영 초급반 등록하고 싶어요. 9시요." 초급반은 이미 마감되었고, 수영을 배운 적 있으면 중급반은 자리가 있다고 직원이 나를 쳐다본다. "아쿠아 에어로빅 자리 있나요. 9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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