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당선인은 '국민 통합'이라는 절체절명의 과제와 마주하게 됐다.
이번 대선은 '인신공격과 추문'(mudslinging and scandal·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 보도)으로 얼룩졌다. 진영으로 쫙 갈라져 사생결단식 대결이 이어지더니 투표 결과마저 유례없는 초박빙이었다. 여기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관리 부실'이 더해져 승복은커녕 불복 심리 확산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코로나19 극복도, 경제위기 타개도, 북핵 해법 찾기도 후순위로 미뤄야 하는 이유다.
역대 최악의 비호감 선거라는 오명과 함께 선거전 내내 진흙탕 네거티브전이 벌어진 것은 예고편에 불과할 수 있다. 윤 당선인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각각 '본부장(본인·부인·장모)', '대장동 개발 특혜'로 상징되는 비리 의혹에 휩싸여 비전을 제시하기 앞서 방어에 주력해야 하는 군색한 처지에서 선거를 치렀다.
대선 때 논란이 된 쟁점들에 대해 본격 수사가 예고된 가운데 갈등이 확대재생산될 수도 있다. 유권자들로선 최선의 선택보다 최악을 피해 투표하게 되면서 냉소와 조롱, 갈등과 분열이라는 생채기가 깊게 났다.
과반수에 못 미치는 득표율은 걱정을 더한다. 윤 당선인은 과반수를 얻지 못했다. 절반 이상의 국민에게 지지를 받지 못한 만큼 힘이 빠질 수 있다.
세대 간 쏠림 현상도 달라지지 않았다. 지역구도의 골도 여전했다. 여기에 과거와 달리 성별 갈등이라는 미증유의 사태가 빚어졌다. 여성가족부 폐지 같은 극단적 젠더 갈라치기가 나오면서 다른 세대에 비해 이념이나 진영보다 실리에 관심이 큰 것으로 분석된 2030의 남녀 표심이 크게 엇갈렸다.
국민 통합이라는 무거운 과제를 받아 든 윤 당선인은 어떻게 해법을 모색해야 할까. 소통과 협치가 아니고선 돌파구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당선인은 유세 때 "더 많은 국민들의 의견을 소중히 받들어 국민 통합을 이뤄내겠다"고 약속했다. 그 다짐대로 국민을 하나로 묶는 것으로 국정 운영의 첫 단추를 꿰야 한다는 의미다.
구체적으로 소통지향적 리더십이 절실하다. 유세 때 보여준 '어퍼 컷' 세레머니는 잠시 잊으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 목소리에 겸허하게 귀 기울이고, 대통령의 제왕적 권한을 내려놓지 않고는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다.
정권인수위원회 구성 등에서부터 탕평 인사를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작은 청와대를 만들고, 법에 명시된 국무총리와 장관의 권한을 보장해야 한다.
의회 권력을 민주당이 잡고 있는 것은 현실적 문제다. 당선인이 협치의 자세로 손을 먼저 내밀지 않고선 조각(組閣)부터 어려움을 겪게 된다. 당장 정부조직법 개편으로 새 정부의 면모를 보여야 하는 만큼 정치권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일에 진력해야 한다.
이승근 계명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당선인은 분열된 민심을 하루빨리 통합시키고, 혼란스러운 정국을 바로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유세 때 제시한 정책들을 현실성 있게 가다듬고 야당과 협치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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