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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한국인이 좋아하는 숫자

정태수 서예가

정태수 서예가
정태수 서예가

"만물의 근원은 수(數)다." 고대 그리스의 수학자이자 철학자인 피타고라스의 말이다. 그의 말처럼 우리는 일상에서 알게 모르게 수많은 숫자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동양과 서양, 문화적 배경에 따라 같은 숫자라도 호불호가 다르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숫자는 무엇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3, 5, 7이다. 고구려의 상징은 발이 3개인 삼족오(三足烏)였고, 신라의 석탑은 대부분 3층 탑이다.

이처럼 선조들이 3을 좋아한 배경에는 음양오행사상이 녹아있다. 음양의 이치로 보면 1은 최초의 양수(陽數)고, 2는 최초의 음수(陰數)다. 양수 1과 음수 2를 합한 완전수가 3이다. 피타고라스가 숫자 3은 가장 안전하고 완벽한 결정체라고 주장한 것과 우연의 일치일까. 동서양이 상통한다.

숫자 3은 대부분의 종교적 전통이나 철학사상에서 합일을 이루는 개념이다. 기독교에서 3은 성부, 성자, 성령이라는 삼위일체를 나타내고, 불교에서는 법당에 삼존(三尊)이 있다. 인간의 괴로움은 3욕(식욕, 수면욕, 음욕)으로부터 비롯된다고 했고, 도교에서는 신선이 사는 세 궁전을 삼청이라 한다.

또한 오행(五行)사상에 따라 백제의 탑은 5층으로 조성됐다. 게다가 서양의 영향으로 7(럭키 세븐)을 좋아하기도 한다. 여기서 보듯이 3, 5, 7은 한국인이 좋아하는 숫자다.

뿐만 아니라 결혼, 이사, 개업을 할 때 음력 9와 0이 들어간 날을 길일로 여겨 선호하는 사람들도 있다. 반면 숫자 4는 동양권에서 공통적으로 죽음(死)과 발음이 비슷해 싫어한다. 건물 4층을 F로 표시하거나 호텔 객실과 아파트 동 번호에 4를 사용하지 않는 게 그 증거다.

중국인은 전통적으로 6, 8, 9를 선호한다. 6은 순조롭게 일이 풀린다는 뜻의 류(流)와 발음이 비슷하고, 8은 재산을 모은다는 발재(發財)와 비슷한 발음이며, 9는 장수를 의미하는 구(久)와 발음이 비슷해 좋아한다. 베이징올림픽이 2008년 8월 8일 열렸고, 전화번호나 자동차 번호에 8이 반복되면 웃돈을 주면서까지 구하는 현상에서 숫자 8에 대한 그들의 선호도를 알 수 있다.

서양의 기독교 문화권에서는 천지창조를 완성한 날이 7일이어서 7을 행운의 숫자로 여기고, 예수가 십자가에서 죽은 날이 '13일의 금요일'이어서 기피하는 숫자가 13이다.

이처럼 나라별로 숫자에 관해 호불호가 다른 이유는 그 나라의 역사, 전설, 문화가 숫자에 담겨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화를 미신이나 비과학적이라고 무시하기보다는, 그 속에 담긴 의미부터 되새겨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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