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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백진현 대구시향 지휘자 "시대의 역작, 시향만의 색깔로 일본 청중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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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부터 대구시향 日 투어, 19일 대구 프리뷰 공연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교향곡으로 치유의 메시지
오사카 공연장, 일본 최초 클래식 전용홀…대미 장식
히로시마 공연에선 성악·국악 더해진 활기찬 무대 준비
"양국 교류 가교 역할 책임감…지역 문화자산 자부심"

대구시향 백진현 지휘자 ⓒKIMHYUKSANG
대구시향 백진현 지휘자 ⓒKIMHYUKSANG
이번 대구시향 일본 투어에서 연주될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교향곡 2번 악보(왼쪽)에서는 30년간의 세월이 느껴졌다. 오른쪽은 히로시마 공연에서 연주될 악보. 최현정 기자
이번 대구시향 일본 투어에서 연주될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교향곡 2번 악보(왼쪽)에서는 30년간의 세월이 느껴졌다. 오른쪽은 히로시마 공연에서 연주될 악보. 최현정 기자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과 교향곡 2번 음표가 빼곡히 적힌 200여 장의 두꺼운 악보. 한 공연에서 이 방대한 악보가 전부 연주된다는 사실만으로도 대작임을 느낄 수 있었다. 30여 년 간의 손때 묻은 페이지를 넘기며 백진현 대구시립교향악단(이하 대구시향) 상임지휘자는 "작곡가의 의도를 오랫동안 연구하고 제대로 해석해 표현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구시향은 오는 19일(금) 오후 7시 30분 대구콘서트하우스에서 '2025 월드오케스트라페스티벌'의 개막 공연이자,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 기념 일본 투어의 프리뷰 무대로 라흐마니노프의 두 걸작을 선보인다. 이어 투어는 같은 무대로 22일(월) 후쿠오카, 25일(목) 오사카에서 이어지며, 24일(수)에는 히로시마에서 대구-히로시마 자매도시 28주년 기념 초청 무대에 선다. 투어를 앞두고 본지와 나눈 인터뷰 전문.

-여러 기념비적 의미를 지닌 이번 일본 투어를 앞둔 소감은.

▶예나 지금이나 음악을 통한 문화교류는 계속해서 이뤄지고 있으며, 이것이 음악이 갖고 있는 힘이기도 하다. 이번 일본 투어는 클래식 음악을 통한 문화 교류의 장으로, 무대를 통해 한국과 일본이 함께 미래로 나아가는 발걸음이 됐으면 한다.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이라는 뜻깊은 해에 대구시향이 양국의 가교 역할을 맡게 돼 책임감과 사명감이 크다.

-프로그램 주제는 '라흐마니노프 No.2'로, 피아노 협주곡 2번과 교향곡 2번을 메인 무대로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곡목 선택에 관한 부분은 문화 교류의 일환인 만큼 너무 이질적이지 않으면서도 우리가 표현할 수 있는 곡이어야 했고 일본과의 논의도 있었다. 일본인들이 즐겨듣는 대표적인 클래식인 이 두 작품을 선택해 하나의 언어로서 함께 묶었다.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들을 인간 내면의 깊은 감정과 서정성을 가장 풍부하게 표현한 역작이라고 생각한다. 라흐마니노프가 이 두 곡을 완성하고 세계적인 명곡으로 이르기까지, 힘든 시간이 지나 새로운 희망을 발견하는 회복의 메시지가 관객들에게 위안과 용기로 닿기를 바란다.

-대구 프리뷰 공연을 거쳐 후쿠오카, 오사카에서도 이어지는 도시별 무대의 특징이 있나.

▶대구 프리뷰 공연의 경우 많은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는 곡인 만큼, 티켓 오픈 직후에 서버가 마비되고 매진될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 시민들에게 투어 프로그램을 미리 선보이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후 이어질 후쿠오카, 오사카 공연은 각 도시마다 공연장이 지닌 고유한 음향과 관객 분위기 등에서 미묘한 차이가 있을 것 같다. 우선 아크로스 후쿠오카 심포니 홀은 섬세한 현악기의 뉘앙스가 잘 살아날 수 있고 무대와 객석 간의 거리감이 짧아 직접 대화하듯 연주할 수 있는 공간이다. 라흐마니노프 감성의 흐름을 친밀하게 전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사카의 더 심포니홀은 일본 최초의 클래식 전용 홀로 균형 잡힌 반사음과 잔향이 뛰어나 대규모 오케스트라 사운드에 최적화된 공간이다. 특히 금관악기와 타악기, 대규모 스트링 섹션이 만드는 웅장한 울림이 극적으로 표현될 수 있는 무대로,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과 같은 대곡의 장대한 구조를 가장 이상적으로 펼쳐보일 수 있을 것이다.

대구시향 창단 60주년 기념 음악회 공연 사진 ⓒKIMHYUKSANG
대구시향 창단 60주년 기념 음악회 공연 사진 ⓒKIMHYUKSANG

-협연자로 서는 일본 피아니스트 카네코 미유지와의 음악적 합은 어떻게 기대하고 있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은 굉장히 정형화된 곡에 포함돼있지만 그 안에서 자신의 색깔을 어떻게 나타내는지가 중요한 곡이다. 일본인 아버지와 헝가리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카네코 미유지는 두 문화의 정서를 녹여내며 서정과 명확한 구조감을 동시에 지닌 연주자다. 피아노와 오케스트라가 대등하게 대화해야 하는 이번 곡에서 특유의 섬세한 균형으로 좋은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

-투어 중 대구의 자매도시인 히로시마에서도 특별한 무대가 준비돼있다.

▶2015년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 당시 히로시마 플라워 페스티벌 이후 10년 만에 교민들과 히로시마 시민들을 만나는 의미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주히로시마대한민국총영사관의 2025 코리아 위크(KOREA WEEK) 초청 공연으로, 전통악기와의 협업을 통해 대구의 문화적인 부분을 소개하는 구성으로 기획했다. 지역 출신 성악가들과 대구시립국악단 사물놀이가 함께 무대에 올라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통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공연을 준비했다. 친숙하면서도 활기찬 곡들로 꾸려 또 다른 에너지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 투어를 통해 일본 청중, 클래식 애호가에게 보여주고 싶은 대구시향만의 색깔은.

▶대구시향은 정교한 합주와 세밀한 디테일을 통해 깊이 있고 따뜻한 소리를 추구한다. 각 악기 군별로 작품에 필요한 색깔을 잘 녹여내는 것이 시향의 저력이라고 생각하는데, 투어를 통해 청중들에게 잘 전달되길 바란다. 지역에서 음악을 하면서 예술가들의 능력과 음악에 대한 시민들의 사랑에 늘 자부심을 느껴왔다. 투어 이후에도 대구의 문화 자산이 세계 자산이 될 수 있다는 비전을 품고 글로벌 무대 활동을 확대해 나가겠다.

대구시향 백진현 지휘자. 대구시향 제공
대구시향 백진현 지휘자. 대구시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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