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고희에 심리학 박사학위 임무영 치과의원 원장 "긍정심리 계속 연구하고 싶어"

"정말 하고싶은 게 있다면 나이에 관계없이 하세요"

자신의 논문을 든 임무영 원장. 이화섭 기자
자신의 논문을 든 임무영 원장. 이화섭 기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있다. 뭔가를 시작하거나 도전함에 있어서 나이가 많거나 적다는 사실은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는 뜻으로 이 말을 쓴다. 하지만 인생을 어느정도 살아본 사람들은 안다, 그게 쉽지 않음을. 그래서 우리는 나이를 극복하고 어떤 것을 이룬 사람을 두고 대단하다고 여긴다.

지난달 18일 대구대에서 심리학과 박사학위를 받은 '임무영치과의원'의 임무영(70) 원장은 사람들의 상찬에 "나이 들어서 공부하는 게 큰 자랑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오히려 부끄럽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나이는 배움에 문제가 되지 않으며, 하고 싶은 건 나이가 들어서라도 해 보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그래야 죽을 때 후회도 없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현재 자리에서 39년간 병원을 운영하며 치과의사로 살아온 임 원장에게 심리학은 청소년 시절 못다 이룬 꿈 중 하나였다. 8남매 중 장남으로 가족들을 열심히 부양하며 살아오던 임 원장은 불현듯 '정말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걸까'라는 의문을 갖게 됐고, 청소년 시절 품어오던 심리학을 공부하고 싶은 열망이 점점 피어났다. 그러다가 기회가 찾아왔다.

"그 전에도 심리학을 배울 수 있는 대학을 알아봤는데 대다수가 '연세도 있으시니 굳이 나와서 공부하실 것 까지야…'라는 식으로 말하더군요. 그런데 저는 제대로 부딪히며 배우고 싶었어요. 다행이 대구대가 내가 원하는 식으로 공부할 수 있는 곳이란 걸 알았고 후배 한 명이 '원서 마감날짜 다 돼 가는데 가만히 있나'는 소리 듣자마자 바로 원서를 내고 공부를 시작했죠."

석사로 시작한 공부는 쉽지 않았다. 병원 진료가 끝난 뒤 수업을 들으러 가는 강행군은 둘째치고 '들을 때는 알겠는데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나이 든 두뇌가 공부를 쉽지 않게 했다. 결론을 내는 과정에서 자신이 대학시절 배웠던 방식과 달리 다양한 분석방식으로 결론을 내는 사회과학의 방식이나 논문 쓰는 과정에도 익숙해져야 했다. 방법은 더 열심히 하는 것 뿐이었다. 그렇게 50대 후반에 시작한 심리학 공부는 고희가 되고서야 그 열매를 맺었다.

"막상 심리학 공부를 해 보니 '사랑이란 하나일까'와 같은 예전에 품었던 화두는 쉽게 해결이 안 됐어요. 그래서 더 깊게 공부하려고 박사과정까지 도전한 거였고, 그러면서 마음의 평화는 많이 찾았어요. 공부하면서 나 자신에 대한 정체성도 찾고 살면서 품어왔던 고민들에 대한 해결점이 조금씩은 보였습니다."

임 원장이 심리학을 공부하면서 내내 품었던 질문은 '사랑'에 관한 것이었다. 그 중 범위를 좁혀서 연구한 것이 결혼과 행복이었다. '원만성, 겸손성, 정서 지능, 배우자의 신체 매력 및 성만족이 결혼만족에 미치는 효과: 관계유지행동의 매개효과'라는 임 원장의 박사 논문은 결혼 생활의 만족을 부르는 다양한 변수들을 연구한 결과물이며, 임 원장은 "다양한 변수 사이에서 '노력'과 같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다양한 행동들이 매개체로 역할해서 결혼을 행복하게 만든다"고 결론냈다.

그러면서 임 원장은 젊은 세대들이 결혼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길 바란다. 결혼이 불러오는 책임의 무게나 그 안에서 부딪히고 지지고 볶는 과정이 괴롭고 귀찮을 수 있지만 그 과정을 견디고 나면 행복이 찾아온다는 것. 임 원장은 "모든 인간관계의 기본은 가족"이라며 "내가 이뤄놓은 가족간의 관계가 많은 행복을 준다"고 말한다.

앞으로 임 원장은 '긍정심리'에 대한 연구를 계속 해 보고 싶다고 목표를 밝혔다.

"이번 논문을 쓸 때도 긍정심리의 '원만성'과 '겸손성'이라는 요소를 들고 와서 연구를 했어요. 아직 긍정심리라는 분야가 열린 지 얼마 되지 않은데다 긍정심리가 예방의학의 요소를 갖고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좀 더 파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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