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구 고속철도역 개통을 계기로 '낙후 지역' 악명에서 벗어나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된 대구 서구는 '부구청장들의 반란'으로 흥미로운 선거판이 벌어졌다. '현직 프리미엄'을 가진 류한국 구청장의 3선 가도를 그와 함께 일했던 전직 부구청장 2명이 도전장을 내밀며 막아선 것이다. 여기에 풍부한 의정 경험을 과시하는 지방의원 출신, 정치적 재기를 노리는 전직 구청장까지 가세하면서 선거판은 한치 앞도 살피기 힘든 안갯속에 접어들었다.
특히 서구는 '보수 텃밭'인 대구에서도 평균 연령대가 가장 높고, 보수 성향이 강한 지역인 만큼 국민의힘 공천권을 쥐고 있는 김상훈 의원의 의중에도 관심이 모인다.
우선 류 청장은 3선에 대한 굳은 의지를 보이고 있다. 재임 기간 서대구역 유치와 하·폐수처리장 지하화 등 장기간 낙후 지역이라는 꼬리표를 달아야 했던 서구를 변모시킨 공적을 앞세우고 있다.
그는 "8년 간 근무하며 생활 환경과 편의 등 여러 측면에서 많은 변화가 생겼다는 게 주민들의 의견"이라며 "서대구 역세권 개발과 관련해서 앞으로 4~5년이 서구의 발전 기틀을 공고히 하는 데 매우 중요한 시간이다.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야 제대로 된 기반을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1954년생(68세)으로 나이가 많다는 점과 3선 연임에 대한 피로감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다소 소극적으로 보이는 행정 스타일도 경쟁자들의 주요 공격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류 구청장의 앞길을 가로막고 나선 건 다름 아닌 '어제의 부사수'들이다. 김종도·김진상 전 서구 부구청장이 나란히 서구청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다.
두 사람은 모두 대구시 공무원 출신으로, 류 청장 아래서 부구청장을 역임했다. 누구보다 청장의 업무 스타일을 잘 알고, 정치적 장·단점도 꿰뚫고 있는 까다로운 상대가 2명이나 나타난 셈이다.
국민의힘 소속으로 출마할 예정인 두 사람은 행정 베테랑인 만큼 서구 발전의 핵심 코어 시설이 될 출마 일성으로 서대구 역세권 개발사업에 방점을 찍었다.
김 전 부구청장은 "일반 행정 공무원이 아닌 실제 현장에서 각종 건설사업을 진두지휘한 건축직 출신인 만큼, 서대구 역세권과 각종 개발 사업이 산재한 서구에서 능력을 가장 잘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진상 전 부구청장은 50대의 젊은 나이에 더해 대구시에서 통합신공항건설본부장과 대변인 등 굵직한 업무를 맡았던 경험이 있다.
김 전 부구청장은 "서구도 이제는 '행정 세대교체'가 필요한 시점이 왔다. 특히 통합신공항 업무를 담당하며 대구시와 경북도, 중앙 정치권까지 조율해본 경험이 있는 만큼 이를 잘 살려 서대구역 등 역점 사업을 챙길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현 대구시의회 부의장도 출마 예상자로 꾸준히 거론돼 왔다. 실제로 지역 정치권 곳곳에서 출마 권유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장고 중이다. 대구시의원 재선과 서구청장 출마를 두고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재기를 노리는 전직 구청장들도 2명이나 물망에 올랐다.
서구에서만 17번째 출마를 결심한 서중현 전 구청장은 무소속으로 일찌감치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그는 "두 번의 임기를 수행하고 10여년 쉬었는데, 서구 구석구석을 볼 때마다 조금만 신경 쓰면 살기 좋은 동네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구청장직을 수행해 유종의 미를 거둬보고 싶다"고 말했다.
2011년 재·보궐선거를 통해 당선됐다가 류한국 청장에 밀려 2014년 지방선거에서 낙선한 강성호 전 구청장도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한편, 대선 패배 이후 대구경북 전역에서 기초의원을 제외하고는 마땅한 후보를 찾지 못한 '인물난'을 겪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은 서구에서도 뚜렷한 도전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윤선진 전 지역위원장이 공공기관으로 자리를 옮기며 서구가 '사고지역'으로 지정된 점도 악재를 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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