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배부른 고민' 욕할까 말도 못해" TK '무투표 당선자'들의 복잡한 심경

TK 75명이나 무투표 당선… 무혈입성
'행운 주인공' 됐지만 이름 알릴 기회 잃어
"사람들이 '이번에는 쉬느냐' 물어보기도"

20일 대구 수성구 범물동에 대구시장과 구청장, 구의원, 교육감, 재보걸 등 6.1 지방선거에 출마한 17명의 선거 벽보가 순서대로 부착돼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여기 시의원은 단독 출마 무투표 당선이라 벽보 없음.
20일 대구 수성구 범물동에 대구시장과 구청장, 구의원, 교육감, 재보걸 등 6.1 지방선거에 출마한 17명의 선거 벽보가 순서대로 부착돼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여기 시의원은 단독 출마 무투표 당선이라 벽보 없음.

"'행운의 주인공'이 됐지만, 마음이 편치만은 않아요. 모두 선거운동복을 입고서 지역을 돌아다니는 분위기에 홀로 사복을 입고 가만히 있어야 하잖아요. 이름을 알릴 수 있는 확실한 기회인데, 선거에 나왔는지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아 곤란합니다."

6·1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대구경북이 배출(?)한 무투표 당선자들의 표정이 복잡미묘하다. 처음에는 '무혈입성' 기쁨이 앞섰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불안감을 호소하는 이들도 적이 않다. 선거기간에 어떤 활동도 할 수 없어서다.

24일 선관위에 따르면, 대구경북에서만 무려 75명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무투표 당선자로 확정됐다. 기초단체장만 3명(대구 중구·달서구, 경북 예천)이 무투표 당선됐고, 광역의원은 무려 37명이 투표 없이 무혈입성했다. 기초의원에서도 비례대표를 포함해 대구 9명, 경북 26명의 무투표 당선자가 나왔다.

이들은 모두 선거 당일인 다음달 1일 당선자로 확정된다. 경쟁 없는 당선 '행운'이지만, 정작 이들의 속내는 편치만은 않은 분위기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선거운동이 모두 금지돼 선거 사무소도 문을 닫아야 하고, 애써 걸어둔 현수막도 내려야 한다. 이름이 적힌 형형색색 선거운동복도 입을 수 없다.

4일 오후 대구 수성못 유원지에 투표 독려를 위해 설치된 선거 홍보물이 눈길을 끌고 있다. 대구시선관위는 유권자들의 6·1지방선거 투표 참여 분위기 확산을 위해 수성못 일대에 다양한 선거 홍보물을 설치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4일 오후 대구 수성못 유원지에 투표 독려를 위해 설치된 선거 홍보물이 눈길을 끌고 있다. 대구시선관위는 유권자들의 6·1지방선거 투표 참여 분위기 확산을 위해 수성못 일대에 다양한 선거 홍보물을 설치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특히 초선 광역의원들이나 중간에 공백기를 가진 '징검다리 다선'들은 걱정이 태산이다. 지방선거는 4년마다 지역 주민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알리는 최적의 시기인데, 이를 완전히 놓칠 경우 다음 선거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대구시의원에 무투표 당선된 하중환 후보(달성1)는 "선거가 끝날 때까지 아무 것도 못하고 그냥 기다리기만 해야 하는데, 초선 시의원 입장에서 주민들에 이름을 알리지 못하는 부담이 크다"며 "만나는 사람마다 '이번에는 쉽니까'하고 물어봐서 해명하기 바쁘다. 당선됐다고 인사조차 제대로 못 하니 주민들에 대한 도리도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무투표 당선 자체에 대한 불안감도 나온다. 다른 한 초선 무투표 시의원 당선자는 "내심 시의회에 들어가더라도 공무원들이 내가 무투표로 당선된 걸 알고 무시하지 않겠나 싶다"며 "선출직 권위는 선거에서 나오는 것인데 '영'이 안설까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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