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문희 인권 강사 "혐오 만연한 시대, 가장 먼저 짓밟히는 것 인권"

李 달구벌종합복지관 사람중심지역복지팀장 "다양한 사람들 삶 속에서 인권 지키는 삶 살 것"
기관·공무원, 인식 과거보다 개선…학교 의외로 교육 잘 안되고 있는 곳
"소수자 존재 부정하면 인권 침해, 어릴 때부터 인권 개념에 노출돼야"

인권 강사로 활동중인 이문희 달구벌종합복지관 사람중심지역복지팀장. 이화섭 기자.
인권 강사로 활동중인 이문희 달구벌종합복지관 사람중심지역복지팀장. 이화섭 기자.

'혐오'의 시대다. 다수자가 소수자에게 '불편하다', '싫다'는 이유만으로 배척하는 게 점점 자연스러워지고 있음이 다양한 매체를 통해 드러나고 있다. 혐오가 만연한 시대에 가장 먼저 짓밟히는 건 인권이다. 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나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타인을 짓밟을 권리는 누구에게도 갖고 있지 않다. 그래서 인권은 보호의 대상이고 인권에 대한 교육은 서로가 서로를 짓밟지 않기 위해 필수적이다.

인권 교육은 다양한 경로로 진행되고 있고 의무적으로 인권 교육을 받아야 하는 대상 또한 늘어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인권 교육 강사를 위촉해 인권 교육을 진행한다. 2015년부터 인권 교육 강사로 위촉돼 대구경북지역의 다양한 곳에서 인권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강사 이문희 달구벌종합복지관 사람중심지역복지팀장을 만났다.

이 팀장의 본업은 사회복지사다. 그렇다보니 인권 문제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입장이기도 하다. '인권 강사'라는 두 번째 직함을 갖게 된 이유도 사회복지사로 일하면서 지역민들의 인권에 관한 시각을 바꿔보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장애인 복지관에서 일하면서 느낀 지역민들의 장애인에 대한 시각은 '나와는 다른 존재'라는 부분이 컸어요. 인식 개선을 위해 이런저런 노력을 기울여봐도 바뀌는 게 더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그럴까' 고민하다가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가 쓴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라는 책을 읽게 됐죠.

덴마크의 행복지수에 관한 책이었는데 그 책을 읽다보니 인권에 대한 호기심도 생겼고 장애인 인식 개선을 위한 해답을 찾을 수 있겠다 생각했어요. 그래서 인권위의 인권 강사 교육을 받아보기로 했죠. 그 와중에 저자와 함께하는 덴마크 견학에서 서로 존중하는 삶을 사는 덴마크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인권의 중요성을 더 확신하게 됐어요"

사회복지관련 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공공기관 등 다양한 현장에서 인권을 가르치고 있는 이 팀장에게 대구경북지역의 인권에 대한 인식 변화는 많이 개선됐다고 보는지 물어봤다.

"사회복지 직종이나 공무원들은 그래도 주기적으로 인권 교육을 듣다보니 직장 내 괴롭힘 등에 대해서는 2000년대 초에 비해서는 다들 조심하는 부분이 보입니다. 과거보다는 인권 관련 문제가 수면 위로 많이 올라오고 있는데, 이는 인권 교육을 통해 문제를 느낀다는 것이기 때문에 어느정도는 긍정적인 면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 팀장은 의외로 인권 교육이 잘 안되고 있는 곳이 '학교'라고 지적한다. 대학교의 경우 지난해 2월 고등교육법 개정으로 인권센터 설치가 의무화되었지만 초·중등 교육에서는 아직도 부족하며, 대구의 경우 '인권'이라는 주제로 강의를 요청하는 학교 또한 매우 적다는 것.

이 팀장은 "어릴 때부터 인권에 대한 개념에 많이 노출돼야 인권에 대해 더 존중되는 사회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 팀장은 자녀들에게도 인권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그리고 시민들의 인권 의식 발전을 위해 지자체들이 시민 대상 강좌를 열거나 다양한 경로를 통한 인권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팀장은 우리가 평범하게 사는 생활 속에서도 인권을 지키는 삶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한다. 이 팀장은 '소수자에 대한 인정'이 인권 인식 개선의 첫 걸음이라고 말한다.

"소수자들은 존재하는 사람들이지만 이들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은 인권침해죠. 그 근저에는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의 정서가 깔려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사회복지서비스를 이용하는 소수자들을 '불쌍하니까 도와준다'는 개념보다는 그들의 생존을 위해 지켜야 할 권리임을 인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저 또한 다양한 사람들의 삶에 관심을 갖고 그 속에서 인권을 지키는 삶을 살아가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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