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8살쯤부터 혼자 도서관에 갔다. 우리 집 바로 앞에 도립도서관이 새로 생겼는데 엄마랑 같이 한 번 가보고 그 다음부터는 내내 혼자 도서관에 놀러 갔다. 지금과는 다르게 그때는 도서관 입구에서 20원을 내야 들어갈 수 있었는데 도서관에 가면 우선 기분이 좋았다. 조용하고 깨끗한 공간, 그 공간을 가득 채운 알록달록한 동화책, 책장 넘기는 소리, 그리고 친절한 사서 선생님. 나는 정해진 일과처럼 학교 마치고 도서관에 가서 죽치고 앉아 동화책도 보고 매점에 들러 과자도 사먹고, 자판기에서 코코아도 뽑아 마시며 야무지게 시간을 보내고는 했는데 물론, 사서 선생님께 달라붙어 귀찮게 하는 일도 많았던 것 같다.
"선생님, 이 책 중에 어떤 책이 제일 재미있나요? 선생님이 골라 주세요." 그러면 사서 선생님은 내가 읽을 만한 책들을 열심히 골라 주시곤 하셨는데 그때 그 좋았던 기억이 오래오래 남아, 나는 문헌정보학과를 선택하였고 대학교 졸업 후 바로 도서관에서 일할 수 있게 되었다.
처음 출근할 때 나는 얼마나 마음이 설레었던가! 어릴 때 나에게 친절하게 대해 주셨던 그 사서 선생님처럼 이용자들에게 항상 웃고 친절한 사서가 되겠노라 다짐했더랬다. 시간이 흘러 도서관 근무 경력이 10년쯤 됐을 때 마치 기계처럼 책을 꽂고 웃음기 없는 얼굴로 이용자를 대하는 나를 발견 했다. "힘이 없어 보이시네요, 일이 재미가 없어요?" 자료실에 자주 오시는 이용자분이 본인이 읽고 있는 책이 나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며 책 한 권을 추천해 주셨다.
책 제목은 '선심초심'. 출간된 지 4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사랑받는 고전인 이 책은 아무것도 없이 텅 빈 선심, 모든 가능성에 열려 있는 초심에 대한 이야기로 정통 선불교 지도자인 스즈키 순류의 평소 설법 내용을 제자들이 간추려 에세이 형식으로 출간한 것이다.
내용은 쉽고 간단하게 서술되어 있었지만 그렇다고 금방 이해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차분하게 정독하니 뭔가 새로운 통찰을 내 마음 속에 던져 주었다. 특히 초심을 강조하는 부분을 읽으면서 나 자신의 초심을 돌아볼 수 있었다. 초심자의 마음은 어떤 것인가. 그것은 단순하고 순수한 마음, 모든 가능성에 열려 있는 편견 없는 마음이다. 처음 시작하는 사람의 마음을 늘 유지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지만, 그 마음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다시 한번 되짚어 볼 수 있었다.
비록 실천은 잘하지 못하더라도 몇 구절만 읽어도 금세 편안해져 마음이 힘들 때면 가끔 이 책을 꺼내 읽는다. 나처럼 어떤 마음가짐으로 사람과 상황을 대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운 사람이 있다면 이 책으로 마음의 위안을 받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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