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사삼국지] 김상욱과 나헌 '배신과 책임감'

김상욱(1980-), 나헌(?-270). 연합뉴스, 코에이 삼국지11
김상욱(1980-), 나헌(?-270). 연합뉴스, 코에이 삼국지11

※21대 대선 기간을 맞아 대한민국 정치사 속 인물들을 삼국지정사·연의·게임·드라마·영화 등을 뒤섞어 분석해봅니다. 네이버 뉴스에서 '시사삼국지'를 검색해보세요.

▶유비의 아들 유선 시기 쇠락하던 촉나라의 동쪽 국경 영안을 시쳇말로 '우주방어'한 장수가 있다. 바로 나헌이다.

삼국지연의를 보면 촉나라 말기는 수도 성도와 그 북쪽 지역에서의 격전만 부각된 경향이 있다. 아무래도 제갈량의 후계자 강유가 버틴 전선이라서 저자 나관중이 분량과 각색에 신경을 썼을 게다. 위나라 종회와 등애의 공격에 강유가 버티다 무너진(정확히는 싸울 힘이 남아있는데 성문을 연 유선의 자살골) 서사다.

촉나라의 또다른 국경인 동쪽 지역은 어땠을까? 이곳도 유선이 찬 자살골 영향을 받는다. 촉나라가 오나라에 구원 요청을 보낸 게 늦게 당도, 오나라가 촉나라로 병력을 보냈지만 제대로 싸워보기도 전에 유선이 항복했다는 소식을 듣고 철군했다.

이때 나헌은 불과 2천명의 병력으로 영안을 수비하고 있었다. 촉나라 정부는 10만명이 넘는 위나라 주력 군대가 몰린 북쪽 국경과 달리, 동쪽 국경은 바로 옆에 접한 오나라의 원군이 신속히 올 것으로 보고, 비상식적으로 적은 병력만 나헌에게 준 것으로 보인다.

▶나헌의 위기는 촉나라가 멸망하고 불거진다. 오나라가 이젠 멸망한 촉나라 영토 따먹기에 나섰고, 그 첫 타깃이 나헌이 지키는 영안이 된 것. 이에 나헌은 성 밖으로 나가 야전에서 오나라 군대를 격파하는 등 6개월 동안 영안을 지켜냈다.

그러다 위나라, 정확히는 곧 진나라를 세우게 되는 사마씨 세력에 투항한다. 이에 진나라 형주자사 호열의 원군이 와 오나라 육항이 이끌던 군대는 후퇴한다.

나헌의 진가는 이윽고 진나라 첫 황제가 되는 사마염에게 촉나라의 인재들을 천거한 것으로 나타난다. 나라는 망해도 백성들은 남았고, 그들을 위해 옛 촉나라 신하들이 계속 일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는 정치적으로는 촉나라 민심 수습으로도 평가된다.

국민의힘 김상욱 의원이 2024년 12월 14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 참석해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 참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상욱 의원이 2024년 12월 14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 참석해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 참여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문수냐 한덕수냐' 대선 후보 단일화를 두고 자중지란이 계속되고 있는 국민의힘에서 8일 김상욱 국회의원이 탈당했다.

그는 이날 오전 국립서울현충원 참배 후 탈당 선언을 하면서 "국민의힘이 정통 보수정당으로서 국가와 국민을 위한 기능을 수행하기를 간절히 바라왔고, 그 충정으로 외롭고 힘들지만 충언을 계속했다. 그러나, 이제 가능성이 사라진 극단적 상황에 놓인 국민의힘을 아픈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탈당의 변을 밝혔다.

김상욱 의원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와 이어진 탄핵소추 과정에서 국민의힘 최전선에 서서 '탄핵 찬성'을 외친 인물이다. 이어 국민의힘 안에서 징계가 거론되고 탈당 요구도 나오는 등 내부 공세에 직면하기도 했다. 그러자 김상욱 의원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탈당이 먼저라고 맞받아쳤다. 이는 나헌이 유선의 환관 황호가 득세하며 좌천된 것에 비유해볼만하다. 결국 최종 결과는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이었으니, 황호가 틀렸고 나헌이 맞았다는 판정도 내릴 수 있다.

사실 나헌이 진나라에 투항한 시기는 촉나라 멸망 이후다. 김상욱 의원에게도 지금 국민의힘은 단일화 내홍을 보듯 사실상 '망한' 정당일 수 있다. 아울러 나헌과 늘 비교되는 인물이 강유인데, 강유는 점령군 수장 종회를 꼬드겨 촉나라를 부활시키려다(종회·강유의 난) 실패했다. 방법이 달랐을뿐, 둘 다 책임감이 행동의 바탕이 됐다. 촉나라 부활을 시도한 반란과 영안의 백성들을 지킨 6개월의 수성전이 그랬다. 그리고 김상욱 의원에게는 (그의 말을 그대로 빌리면)'보수의 가치'를 수호하는 것.

▶생각해 볼 문제=이게 배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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