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중기의 필름통] 코믹이 대세인 추석 극장가

'육사오' '공조2' 2파전…여름에 대작 집중돼 다소 단촐해진 라인업

영화 '공조2: 인터내셔날'의 한 장면. CJ ENM 제공
영화 '공조2: 인터내셔날'의 한 장면. CJ ENM 제공

추석 극장가는 늘 코믹이 대세였다.

아직도 추석하면 코믹 액션의 대가 성룡이 떠오르는 관객이 많을 것이다. 80년대와 90년대 20년 동안 추석만 되면 성룡 영화를 보는 것이 연례행사였다. '취권'(1978)은 1979년 추석에 개봉해 이듬해 설까지 이어지며 대흥행을 기록하기도 했다.

성룡의 힘이 빠질 때인 2000년대 들어서는 '조폭마누라', '가문의 영광', '가문의 부활' 등 이른바 한국 조폭코믹영화가 추석만 되면 찾아왔다. 2007년 '두사부일체' 등 10년 가까이 추석 극장가를 잡았다. 이후 '광해, 왕이 된 남자' 등 정통 코믹은 아니지만, 그래도 가족들이 함께 보면 좋은 코믹 영화들이 추석 극장가에 대세를 이뤘다.

올해 또한 코믹 영화가 추석 극장가의 전통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4일 개봉한 '육사오'(감독 박규태)에 이어 이번 주 코믹 액션이 주 메뉴인 '공조2: 인터내셔날'(감독 이석훈)이 가세해 양강 구조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흥미롭게 두 영화 모두 남과 북의 공조를 그리고 있다는 것이다.

영화 '육사오'의 한 장면. 싸이더스 제공
영화 '육사오'의 한 장면. 싸이더스 제공

'육사오'는 로또 1등 57억 원을 둘러싼 남북 군인들의 쟁탈전을 그린 코미디다. 개봉 2주차 주말에 4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끌어 모으며 누적 100만 명을 돌파했다. 흥미로운 역주행이다. '육사오'는 개봉 전에는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유명 스타가 출연한 것도 아니었고, 제작비도 중예산 정도였다. '남북 군인들의 코믹한 접선극'이라는 설정도 새롭지 않았다. 개봉 첫날 박스오피스 2위였다.

그러나 개봉 후 '웃긴다', '재미있다'는 관객의 반응들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탄탄한 스토리와 실감나는 설정에 자연스럽게 터지는 웃음이 성공 포인트였다. 거기에 고경표부터 이이경, 음문석, 박세완, 곽동연까지 배우들의 몸을 사리지 않는 코믹 연기까지 완벽한 시너지를 발휘하며 입소문에 불을 당겼다.

개봉 5일째인 지난 달 28일 드디어 '헌트'를 밀어내고 1위로 역주행하는 저력을 보여주었다. 이후 줄곧 1위를 지켰고, 개봉 3주차에 접어 들어서도 식을 줄 몰랐다. '박수건달'(2013), '날아라 허동구'(2007)를 만든 박규태 감독이 연출했다.

영화 '공조2: 인터내셔날'의 한 장면. CJ ENM 제공
영화 '공조2: 인터내셔날'의 한 장면. CJ ENM 제공

'육사오'의 강적이 이번 주 개봉한 현빈 유해진 주연의 '공조2: 인터내셔날'(감독 이석훈)이다. 남북 형사들의 비공개 공조 수사라는 설정으로 2017년 설 연휴 극장가를 강타했던 '공조' 이후 5년 만에 돌아온 속편이다. '인터내셔널'이라는 부제에 맞게 FBI까지 가세한 공조 수사가 펼쳐진다.

영화는 미국 뉴욕 한복판에서 벌어진 총격전으로 시작한다. 마약 범죄 조직의 리더 장명준(진선규)이 미국 FBI 소속 잭(다니엘 헤니)의 끈질긴 수사 끝에 체포된다. 그러나 북한으로 송환되던 장명준이 대한민국으로 도망친다.

한편, 형사 강진태(유해진)는 북한 형사 림철령(현빈)과 또 한 번 공조 수사를 명령 받는다. 글로벌 범죄 조직을 잡기 위해 다시 만난 남과 북의 형사, 여기에 해외파 잭까지 가세해 예측불허 삼각 공조 수사가 펼쳐진다.

'공조2'는 FBI를 끌어들여 스케일을 키웠다. 통쾌한 액션, 온 가족이 즐기기 좋은 코믹으로 무장하고 있다. 남과 북, 거기에 미국의 엇갈리는 이해관계 속 세 명의 형사가 경쟁과 브로맨스를 오가며 펼치는 액션과 코믹이 재미의 포인트다.

코믹의 중심은 누가 뭐라 해도 배우 유해진이다. 여기에 현빈도 동참한다. 외모가 출중한 미국 형사 다니엘 헤니는 이들에게 경쟁심을 부추기는 역할이다. 임윤아의 존재감도 돋보인다.

영화 '공조2: 인터내셔날'의 한 장면. CJ ENM 제공
영화 '공조2: 인터내셔날'의 한 장면. CJ ENM 제공

추석 극장가는 대작 오락 영화들이 각축을 벌이던 성수기였다. 그러나 올해는 그 풍경이 단출해졌다. 추석을 겨냥해 개봉한 신작 오락 영화가 '공조2' 한 편 뿐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의 광풍 속에서도 2020년 '국제수사'와 '담보', 지난해에는 '보이스'와 '기적'이 경쟁하던 것에 비하면 예전 추석 극장가답지 않은 모습이다.

여름 극장가에 전력을 쏟은 영향도 있다. '외계+인', '한산: 용의 출현', '비상선언', '헌트' 등 제작비 200억 원이 넘는 대작이 1주일 간격으로 개봉해 진을 빼버린 것이다. 지난해 여름 개봉한 류승완 감독의 '모가디슈'가 이번 추석 연휴를 맞아 재개봉하는 진풍경까지 펼쳐졌다. 코로나19 때문에 극장에서 못 본 관객을 위해 재개봉한다는 배급사의 설명도 있었지만, 이래저래 궁핍해진 추석연휴 극장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다.

영화평론가

영화 '육사오'의 한 장면. 싸이더스 제공
영화 '육사오'의 한 장면. 싸이더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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