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밥상 민심은 싸늘했다. 100년 둥근 달을 보는 한가위 밥상인데도 '정치 얘기'는 실종(失踪)되었다. 치솟는 물가와 환율, 고유가와 대출금 이자로 가계부채 한숨만 들렸다. 세계 경제는 연일 적신호를 내고 있고 미 연준의 울트라스텝 예고와 한은의 빅스텝 전망에 세계 경제와 주가는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정치라도 국민에게 희망을 안겨줘야 하는데 이준석 사태로 벌어지는 집안싸움과 여야의 정치 계산서로 올라오는 민심 밥상에는 젓가락으로 콕 찍어 삼킬 만한 국민 반찬이 없어지는 것 같다.
처가의 고향 대구에서 이 정도 분위기가 감지될 정도면 요즘 한국 사회 정치를 바라보는 민심의 체감온도는 체념 상태인 것 같다. 뇌피셜이라면 다행이다. 추석 이전으로 돌려 보자. 민심을 봉합해 보려는 대통령실의 인적 쇄신, 윤핵관과 거리두기, 권성동 원내대표의 퇴진, 일부 조직 개편을 하고 일부 비서관들 교체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실의 쇄신과 변화의 바람은 민심의 온도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추석 연휴 동안 코리아리서치가 한 방송사의 의뢰로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천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대통령 국정 지지도 결과를 내놨다. 긍정 평가는 30.4%, 부정 평가는 63.6%로 대구경북(TK)에서도 부정 평가가 54.1%로 나타났다.
보수의 성지 콘크리트 민심에도 균열 조짐이 보이고 있다. 심리적인 지지율 반등을 의식해서일까. 윤석열 대통령은 추석 전 보수 민심의 성지라고 불리는 '서문시장'을 방문해 대선 현장에서나 볼 수 있었던 어퍼컷을 날리고 정치적인 고향에서 민심 회복에 나섰다. 그런데도 대구 방문으로 추석의 민심과 지지율 반등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화력을 점화시킬 수 있는 연료는 부족하고 민심을 채울 수 있는 주유소는 줄어들고 있다. 취임 이후 벌어진 상황들을 돌아보면 당연한 결과다. 당헌·당규를 정비하고 '비비대위'까지 진도를 나가고 있는 집권 여당의 전략에 대구발(發) 정치 훈수를 두고 있는 홍준표 대구시장은 범여권 차기 대선주자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15.9%로 가장 많은 지지를 얻었다. 여당과 대통령의 분위기가 이러한데 표정 관리도 쉽지 않을 것 같다.
이준석 가처분 사태, 김건희 여사 특검법, 대통령실의 인사 문제와 도어스테핑의 소음들, 윤핵관의 퇴진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들이 쌓이면서 추석 민심의 실종은 이준석을 사이에 두고 결말이 안 보이는 집안싸움과 여야의 난투극으로 피로도가 누적된 탓이다. 대통령 취임 이후 한미동맹, 외교, 대북 문제 등 무엇 하나 속 시원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말도 나온다. 대통령의 장점을 국민 반찬으로 개발할 수 있는 탁현민식 사람도 부재해 보인다. 민심의 밥상에는 반찬 없는 '밥 한 그릇'만 놓여 있다.
지금부터가 지지율을 반등하고 추석의 민심 실종을 회복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다. 적폐 청산과 정치적인 이념으로 갈라치기 되어 버린 한국 사회에 보수의 깃발로 공정과 상식, 자유민주주의를 내세운 정치 초보 윤 대통령의 등장은 국정 농단 사태 이후 보수 재건의 희망으로 보였다. 한국 정치를 정치 신인의 감각으로, 검찰 수장 시절 국민들한테 보여준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올곧은 정의감과 리더십은 한국 사회 정치를 변화시킬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국민 기대감은 높았고 TK는 각별한 애정을 보였다. 대통령의 말처럼 정의로운 리더십과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정치적인 감각을 보여줘야 한다. 윤석열 정부가 조리하는 한국인의 밥상에 대통령을 향한 민심의 체리 따봉이 들어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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