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쿠팡 과로사 故 장덕준 씨 2주기… 산재 전국 2위 불명예, 대표는 국감장서 진땀

유족 책 출간하면서 쿠팡의 열악한 작업환경 질타
2018~2022년 8월까지 쿠팡서 산재 신청만 4천537건, 사업장 2위 수준
이달 5일 열린 국정감사서 질타 쏟아져…정종철 대표이사 "개선·유념하겠다" 진땀

쿠팡에서 일하다 과로사로 숨진 고 장덕준(당시 27세) 씨의 어머니 박미숙(54) 씨. 박 씨는 최근 쿠팡 내 산재 예방을 위해 물류센터의 열악한 근로환경을 드러낸 책을 출간했다. 임재환 기자
쿠팡에서 일하다 과로사로 숨진 고 장덕준(당시 27세) 씨의 어머니 박미숙(54) 씨. 박 씨는 최근 쿠팡 내 산재 예방을 위해 물류센터의 열악한 근로환경을 드러낸 책을 출간했다. 임재환 기자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했던 故 장덕준(당시 27세) 씨가 과로사로 숨진 지 2년이 흘렀지만 쿠팡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지적하는 목소리는 끊이질 않고 있다. 장 씨의 어머니는 쿠팡을 고발하는 책을 출간했고, 최근 열린 국회 국정감사에선 쿠팡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다.

지난 11일 만난 박미숙(54) 씨에게 2년 전 이날은 절대 잊을 수가 없는 날이다. 출근하는 아들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본 날이기 때문이다. 박 씨의 아들 덕준 씨는 지난 2020년 10월 12일 경북 칠곡 쿠팡 물류센터에서 야간 업무를 끝내고 자택 욕실에서 숨졌다. 그의 사인은 '급성심근경색증'으로 과로사였다.

박 씨는 올해 8월에 '마지막 일터, 쿠팡을 해지합니다'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했다. 박 씨와 언론인, 연구원 등 7명의 필진이 펴낸 이 책에는 쿠팡의 열악한 작업환경을 비판하는 내용이 담겼다. 박 씨는 "과로사로 사망한 아들의 일터를 직접 가보고, 찜통 같은 더위와 휴게실도 제대로 조성되지 않았던 걸 보고 깜짝 놀랐다"며 "물류센터의 열악한 현실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고자 책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박 씨가 비판한 쿠팡의 근로환경은 최근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고스란히 지적됐다. 이달 5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감에선 쿠팡 물류센터의 ▷냉방기 시설 부족 ▷근로자 인권 문제 ▷산재 신청 건수 과다 등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다.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과거 한여름에 쿠팡 물류센터를 찾았을 때 내부 온도가 32도까지 올랐다"며 "냉방기를 수천대 구비했다고 하는데 선풍기만 있었다"고 개선을 촉구했다.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밀집된 구조에서 어떤 형태의 공기 순환을 하더라도 폭염과 추위를 조정하기 어렵다"며 "근무자들이 많아 화재와 재난에도 위험해 보인다. 추후에는 밀집구조를 재검토해야 되지 않겠나"고 지적했다.

근로자들의 인권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특히 지난달 국가인권위원회가 쿠팡의 '작업장 내 휴대전화 반입 금지' 규정이 부당하다는 의견을 내놓자 국회의원들도 같은 입장을 보였다.

이은주 정의당 국회의원은 "인권위가 쿠팡의 휴대전화 반입을 금지하는 규정을 개선해야 한다는데 어떻게 할 것인가"라며 "쿠팡이 벤치마킹하는 아마존은 올해부터 휴대전화 반입금지 정책을 영구 철회했다"고 말했다.

쿠팡은 최근 5년간 산업재해 신청이 가장 많았던 사업장 2위에 오르는 불명예도 안았다. 12일 이주환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올해 8월까지 쿠팡 직원이 신청한 산재는 4천537건에 달했다. 대한석탄공사 5천287건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이에 대해 정종철 쿠팡풀필먼트서비스 대표이사는 "많은 냉방장치를 가동하고 있지만 개선할 부분들을 찾겠다"며 "매장구조는 전문기관을 통해서 컨설팅받고 있는데 대안을 찾아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휴대전화 사용은 사고 발생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어려운 점이 있다. 또 산업재해와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5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의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정종철 쿠팡풀필먼트 대표이사가 더불어민주당 소속 전용기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5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의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정종철 쿠팡풀필먼트 대표이사가 더불어민주당 소속 전용기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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