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화재로 건물과 농산물은 타버렸지만 사람들의 온기만큼은 남아 있었다. 대구 북구 매천동 농산물 도매시장 상인들로 구성된 봉사단체는 이웃들을 위해 이른 새벽부터 식사를 준비했고, 거래처가 보낸 구호 물품들도 속속 도착했다. 지난 2013년 화재로 피해를 본 상인들도 동참했다.
27일 오전 8시쯤 찾은 매천시장. 사람과 트럭, 오토바이 등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시장 한쪽에서 음식 준비를 서두르는 여성들이 보였다. 매천시장 여성 상인들로 구성된 '농산물도매시장여성봉사회'가 피해 상인들을 위해 아침 식사를 준비하는 모습이었다.
이들은 각자 취급하는 쌀, 채소 등을 가져와 피해 상인뿐만 아니라 거래처 직원들에게도 육개장 등 음식을 제공했다. 이날 오전 5시부터 오전 10시까지 1천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곳에서 식사했다.
김병희 회장은 "봉사에 참여한 회원 모두 각자 생업이 있지만, 시간을 쪼개 7~8명이 돌아가며 봉사하고 있다"며 "이곳 상인들은 모두가 한 가족이라고 생각해 이들의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돕고자 하는 마음에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봉사회원 가운데는 지난 2013년 매천시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피해를 본 상인들도 있었다. 건어물 장사를 하는 신순옥(77) 씨는 "지난 화재로 인해 점포 4개가 다 탔고, 손실액도 수억원이 넘어가는 등 피해가 컸다"며 "이번 화재로 힘들어하는 피해 상인들을 보니 남 일 같지 않아 바로 봉사에 나섰다"고 말했다.
지난 화재로 점포 6개에 손실을 본 조화숙(59) 씨도 "20년 넘게 이곳에서 장사하다 보니 도매시장은 내 삶 그 자체로 느껴진다. 그래서 마치 내 집에 불이 난 것처럼 마음이 좋지 않다"며 "피해 상인들의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아는 만큼, 힘든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상인들에 대한 온정은 시장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A(60) 씨는 수년간 거래해 온 거래처로부터 물과 이온 음료 세트 30여개를 받았다. 그리고 A씨는 이를 또다시 다른 피해 상인들에게 나눴다. A씨는 "모두가 힘든 시기인 만큼, 작은 것이라도 함께 나눠 같이 이 역경을 이겨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피해 상인의 일손을 돕기 위해 경기도에서 대구로 먼 발걸음을 옮긴 이도 있었다. 한 피해 상인의 친척인 B(33) 씨는 "이번 주 목요일과 금요일 휴가를 내고 지난밤에 대구로 왔다. 이번 주 내내 일을 돕고 주말에 다시 집으로 갈 예정이다"라고 했다.
지자체도 도움의 손길을 준비하고 있다. 대구시와 북구청 관계자들은 지난 26일 시장을 방문해 지원 방향을 모색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피해 상인들이 처한 상황을 조사해 필요한 지원을 준비하겠다"며 "식사 및 간식 제공, 피해 복구를 위한 인력 및 물품 지원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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