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북구 매천동 농산물 도매시장 화재와 관련, '인재'(人災) 가능성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각종 소방설비와 마구잡이로 뒤엉킨 전기선 등이 부실하게 관리돼 화재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구소방안전본부와 서부소방서 등은 지난달 매천시장의 종합정밀점검에서 소화설비와 스프링클러 등 설비에 일부 결함이 확인됐다고 27일 밝혔다. 소화기의 경우 성능이 떨어지고 스프링클러에서는 가스가 샌다는 점검결과가 나왔다. 유도등도 일부 미흡하게 관리된 것으로 확인됐다.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매천시장은 매년 1회씩 자체적으로 종합정밀점검을 실시하고 소방에 통보하고 있다. 미흡한 부분을 확인한 서부소방서는 내달 20일까지 지적 사항들을 보완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소방 관계자는 "현재로선 상세하게 조치 명령 내용을 알려줄 수 없고, 조사가 끝나면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발화원인 중 하나로 전기 합선이 지목되면서 관리사무소 측이 전기선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초 발화지점으로 추정되는 곳의 폐쇄회로(CC)TV에는 전기선들이 있는 천장 쪽에서 불이 떨어진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농수산물도매시장은 대구시 산하 사업소로 공무원인 대구시 직원들이 관리·운영 책임을 지고 있다.
화재가 발생한 농산 A동 상인들은 거미줄처럼 엮인 전기선들로 언제든지 불이 붙을 수 있는 구조였다고 설명했다. 상인 A(65) 씨는 "천장을 보면 전기선들이 뒤죽박죽이었다. 오래된 전기선들이 엮여있다 보니 합선으로 불이 붙어도 이상할 게 없었다"고 말했다.
인화물질에 대한 관리가 미흡했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10년 동안 매천시장에서 장사를 했다는 상인 B(34) 씨는 "겨울에 난로를 쓰거나 배달 오토바이 기름을 말통에 받아 점포 내에 둔 상인들도 있다"며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나와 인화물질에 대한 경고를 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소방설비는 보완 지시에 따라 조치를 취하고 있었다"며 "전기선도 검사를 받아 교체가 필요하면 보수했다. 이외에도 기본적인 관리 감독을 해왔다"고 해명했다.
경찰은 발화 원인을 찾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전기 합선 문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식에서 살펴보고 있다"며 "현재는 방화와 같은 범죄로 인한 단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확보된 영상을 분석하면서 여러 가지 원인이 될 만한 요인들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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