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실외 마스크 의무 없이 맞이한 핼러윈으로 서울 이태원에 대규모 압사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대구 도심에서도 역대급 인파가 몰리고 있어 비상이 걸렸다. 사고 예방을 위해 대구시는 경찰과 동성로 일대에 합동 안전점검을 실시하기로 했다.
지난 29일 오후 10시 15분쯤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일대에서 수만명의 인파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대규모 압사 참사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30일 오후 9시 기준 154명이 숨지고 13명이 다쳐 30일 오전 9시 기준 모두 286명의 사상자가 집계됐다. 소방청 관계자는 "서울시 쪽에서 최종 집계로 발표된 내용이고, 경찰과 합동감식이 예정돼 있다"고 말했다.
거리두기 해제 이후 맞이한 첫 핼러윈 데이를 앞두고 대구 도심에서도 사람이 미어터졌다. 30일 오전 0시 20분쯤 찾은 대구 중구 동성로 일대는 몰려든 인파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사람들이 가득 메운 술집 골목에는 차량들이 통과하기까지 10분 남짓한 시간이 걸릴 정도였다.
핼러윈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백설공주', '아이언맨', '슈퍼마리오' 등으로 코스튬을 한 채 거리를 활보하는 이들이 많았다. 이외에도 빨간 페인트로 얼굴이나 몸을 치장한 채 돌아다니는 사람들도 상당수였다. 핼러윈 순간을 기억하기 위해 기념 촬영하는 지인 모임도 간간이 눈에 띄었다.
페이스 페인팅을 한 박모(29) 씨는 "지난해만 해도 마스크가 의무여서 분장하더라도 큰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며 "오늘은 눈치 안 보고 자유롭게 다닐 수 있고, 다른 때보다 유독 핼러윈 분위기가 느껴진다"고 말했다.
좁은 공간에 사람들이 밀집하면서 위험천만한 모습도 다수 포착됐다. 식당과 술집들이 몰려 있는 곳에는 수백명이 몰려 어깨를 부딪치며 지나갈 수밖에 없었다. 통행이 정체되자 뒤에 있는 한 취객이 취재진의 등을 밀기도 했다.
전날 29일 오후 10시 34분쯤 동성로 6층짜리 상가 건물에 불이 나 5명이 연기를 흡입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건물 내 1층 옷가게에서 발생한 불은 매장 내 옷들과 내부를 태우고 1시간 37분 만에 꺼졌다.
화재가 발생했던 당시 동성로에 있었던 김모(23) 씨는 "검은 연기가 매캐한 냄새와 함께 퍼져서 지나갈 수도 없었다. 핼러윈으로 사람들이 많이 지나가고 있었는데 큰 피해가 생길까봐 많이 불안했었다"고 말했다.
소방 관계자는 "핼러윈으로 사람들이 많아 소방차가 진입하는 게 어려워 진화까지 시간이 걸렸다. 화재 원인은 조사 중이며 내달 2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합동감식이 진행될 예정이다"고 밝혔다.
이태원 사고와 관련해 정부가 내달 5일까지 국가 애도기간으로 선포하면서 대구에서도 예정된 핼러윈 행사들이 상당수 취소됐다. 대구 남구청은 이날 오후 3시부터 앞산 카페거리에서 개최 예정이었던 축제를 취소했고, 이월드도 행사를 전면 취소했다.
아울러 대구시는 사고 예방을 위해 이날 오후 9시부터 대구 중구 동성로 클럽골목 일대에 경찰과 합동 안전점검을 실시할 계획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이태원에서 발생한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위험요인이 있는지 경찰과 함께 살필 계획이다. 클럽 등 업소 내부에도 들어가 사고 위험요인을 확인하고 안전관리에 신경을 써달라고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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