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능 앞두고…구호 지원 플랫폼 들고 폴란드 간 성광고 권오중 군

"전 세계 난민 구조에 앞장서고파"…재해·재난 필요 물품·수요 파악
밸카이브 서베이 직접 개발…우크라 600여명 난민 설문 참여
플랫폼 현지화 작업 위해 지난 4~14일 폴란드로 떠나

지난 15일 북구 성광고에서 권오중 군이 학교 관계자들에게 벨카이브 서베이 투입 전후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성현 인턴기자
지난 15일 북구 성광고에서 권오중 군이 학교 관계자들에게 벨카이브 서베이 투입 전후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성현 인턴기자
지난 7일(현지시간) 자신이 직접 개발한 조사 플랫폼인 밸카이브 서베이의 현지화 작업을 위해 폴란드를 방문한 권오중 군이 폴란드 내 우크라이나라이프센터 관계자들과 회의를 하고 있다. 독자 제공
지난 7일(현지시간) 자신이 직접 개발한 조사 플랫폼인 밸카이브 서베이의 현지화 작업을 위해 폴란드를 방문한 권오중 군이 폴란드 내 우크라이나라이프센터 관계자들과 회의를 하고 있다. 독자 제공

대구 한 고3 수험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코앞에 두고 폴란드를 방문해 우크라이나 난민 구호활동에 나선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다.

성광고 3학년에 재학 중인 권오중(18)군은 지난 4~14일 폴란드에 있는 우크라이나라이프센터를 찾아 난민 지원을 위해 직접 개발한 'Valchive-Survey(밸카이브 서베이)'를 선보였다.

밸카이브 서베이는 직접 가족 단위 필요 물품과 구체적인 사이즈 등을 개인별로 조사할 수 있는 조사 플랫폼이다. 설문을 수정할 때마다 URL이 달라지거나 이용자를 특정할 수 없는 기존 설문 프로그램의 단점을 극복해 재해와 재난 등에서 난민들에게 필요한 품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도록 고안됐다.

우크라이나 난민들이 많이 사용하는 러시아어로 번역된 벨카이브 서베이의 설문 화면 캡쳐. 독자 제공
우크라이나 난민들이 많이 사용하는 러시아어로 번역된 벨카이브 서베이의 설문 화면 캡쳐. 독자 제공

권 군은 한국에서 우크라이나 난민들에게 지원된 기저귀나 식품이 그들의 사이즈나 취향에 맞지 않아 재고가 쌓이는 것을 보고 정확한 조사가 가능한 플랫폼을 개발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렇게 권 군은 학교 후배이자 함께 기숙사 생활을 하던 주진표(16) 군과 함께 학교 측의 배려로 매일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2시까지 벨카이브 서베이 개발에 몰두했다. 벨카이브 서베이 투입을 위해 권 군이 폴란드로 떠나야 할 때 학교 재단이 경비로 200만원을 지원하기도 했다.

수능이 2주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폴란드행을 단행한 이유에 대해 권 군은 "입시는 언제든 재도전할 수 있지만 난민 지원은 한시가 급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폴란드로 떠난 권 군은 현지에서도 하루 3, 4시간을 자며 번역 등 벨카이브 서베이의 현지화 작업에 임했다. 이러한 노력 끝에 지난 13일 오후 4시(현지시간) 우크라이나라이프센터에서 1천200명의 난민을 대상으로 벨카이브 서베이를 투입하는 것이 결정됐다. 이때부터 본격 가동된 벨카이브 서베이를 통해 지난 17일까지 600여 명의 난민이 설문에 참여했다.

권 군은 "현지에 가보니 지원되는 구호물자와 난민들에게 실제로 필요한 물품이 일치하지 않는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더 잘 살필 수 있었다"며 "벨카이브 서베이에 1천 명의 데이터가 쌓이면 우크라이나 정부와 국제구호단체 등에 전달해 구호품의 수요와 공급을 맞추는 데 이바지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이번에 목표한 대학에 반드시 붙어 IT 관련 공부를 진지하게 해보고 싶다"며 지난 17일 무사히 수능을 치른 소감도 전했다.

김경환 성광고 교장은 "권오중 학생과 주진표 학생은 추상적인 평화를 넘어 자신의 삶에서 나눔을 실천하고 구체적으로 평화를 이뤄내는 모습을 보여 줬다"며 "앞으로 건강하고 안전한 사회와 세계를 위해 더 큰 역할을 하는 글로벌리더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지하고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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