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거리응원 사라진 카타르 월드컵…축구팬들 "실내 응원전 찾아 떠나요"

식당‧파티룸‧영화관 등 단체 응원 가능한 곳으로 향하는 축구팬들
안전관리와 함께 거리 응원 재개돼야 한다는 바람도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범어네거리 거리응원 전경. 매일신문DB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범어네거리 거리응원 전경. 매일신문DB

경북대학교 노어노문학과 학회장인 고준모(23) 씨는 21일 개막하는 카타르 월드컵을 앞두고 식당을 빌렸다. 거리 응원을 할 수 없다는 소식에 학우들과 함께 실내 응원전을 펼치기로 한 것.

고 씨는 "28일 가나전 때 40명이 들어갈 수 있는 술집을 예약했다"며 "실내라서 아쉽지만 다 같이 함성을 지르면서 월드컵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이태원 참사로 '카타르 월드컵' 거리 응원이 전면 취소되면서 아쉬움이 가득한 축구팬들이 실내 응원전 장소를 찾아 나서고 있다.

20일 대구시 등에 따르면 지역에서 열리는 공식적인 월드컵 거리 응원은 없을 전망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올해 월드컵 응원 장소를 고민하던 중에 이태원 사고가 발생했다.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해 현재로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문화 현상으로 자리잡은 거리 응원이 사라지자 시민들은 실내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직장인 김석운(31) 씨는 "4년마다 열리는 월드컵인데 북적거리는 분위기에서 보고 싶어서 친구들과 파티룸을 예약했다. 응원 도구를 흔들면서 축제를 즐길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축구팬들은 대형 스크린이 설치된 영화관으로 향하고 있다. 중계권을 확보한 CGV 대구아카데미점의 경우 월드컵 상영 예매율이 높아지고 있다. 오는 24일 우루과이전 생중계가 예정된 한 상영관은 20일 오후 1시 기준 113석 가운데 87석(77%)이 예매됐다. 2차전인 가나와의 경기도 절반 가량 팔렸다.

실내응원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일부 대학들도 식당 위주로 행사를 마련하고 있다. 경북대에선 공대12호관 1층 식당에서 응원 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영남대도 총학생회 차원에서 학생식당을 빌려 준비하고 있다.

경북대 공대식당을 운영하는 이경택(57) 씨는 "축구를 좋아하는 학생들이 한마음으로 응원하면 좋겠다는 차원에서 장소를 제공하기로 했다"며 "조별리그 3차전 모두 계획하고 있고 이용료도 없다. 공간 규모를 고려해서 매 경기 당일 선착순 300명만 받는다"고 말했다.

일괄적으로 거리 응원을 취소하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안전관리 주체를 두고 철저히 대비한다면 재개할 수 있지 않냐는 것. 축구대표팀 응원단 붉은악마는 거리 응원 재개 차원에서 서울시에 광화문광장 사용 허가를 신청하기도 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붉은악마 측에서 협회에 협력해달라는 요청이 왔다. 상황에 따라선 협회가 돕는 부분도 발생할 것"이라며 "광화문광장 응원전이 확정되면 조심스럽게 다른 곳들도 검토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예상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