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침체된 유통단지 활성화 방안] <하>도·소매상 ‘투 트랙’ 전략

시설 간 연결…엑스코·펙스코 방문객 '쇼핑 한 바퀴' 유도해야
소매상 "문화 공간·거리 필요"…도매상 "도로 환경 개선 시급"
휴식+쇼핑 '가든파이브' 참고

대구 북구 종합유통단지 전경. 유통단지관리공단 제공
대구 북구 종합유통단지 전경. 유통단지관리공단 제공

대구 북구 산격동 종합유통단지(이하 유통단지)에 도·소매상이 섞여 있는 만큼 영업 형태에 따라 활성화 방안을 달리 수립해야 한다는 견해가 제기되고 있다. 유통 분야 전문가들은 좋은 제품을 합리적 가격에 파는 등 기본에 충실할 것을 제안했다. 더불어 유통단지 내부 연결성과 접근성을 높일 방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교통·문화 인프라 확충하고 지자체 '적극행정' 펼쳐야

각 시설의 성격에 따라 활성화 방안도 다르게 제시됐다. 개인 소비자를 상대하는 소매시설 상인들은 유통단지 접근성부터 높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유통단지가 도심과 떨어진 데다 다소 낙후된 주거지와 검단일반산업단지에 둘러싸여 발전하기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어서다. 전시·공연 공간을 조성하거나 거리를 꾸미는 식으로 '볼거리'를 제공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영호 전자관조합 이사장은 "컴퓨터나 PC 부품은 대학생이 많이 사러 오고, 입학철이 대목이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유통단지는 차가 없는 젊은 사람이 오기에는 부담"이라며 "전자관은 개인 소비자 위주로 장사하는 건물인데, 소비자가 즐길 문화가 하나도 없다. 유통단지만의 문화공간을 만들고 낙수효과를 노려야 한다"고 말했다.

도매시설 상인들은 도로 인프라 개선을 주문했다. 화물차에 물건을 다량 실어 가는 고객이 많은 도매시설 상인들은 도로 환경 개선이 매우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출퇴근 시간에 고객 차량뿐만 아니라 유통단지 근무자 차량까지 더해져 유통단지삼거리, 복현오거리 등 주변 교차로에 심각한 정체가 발생한다고 상인들은 전했다.

일부는 대구시의 소극적인 행정을 지적했다. 당초 대구시가 유통단지를 기획해 분양한 뒤 방관적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구시는 유통단지 관리업무를 전담하는 종합유통단지관리센터를 설치해 종합유통단지관리공단에 운영을 위탁한 상태다.

민병렬 업무편익시설협의회장은 "대구시가 유통단지를 공적으로 개발했으니 마무리도 해야 하는데 손을 놓고 있는 것으로 비친다"며 "대구공항이 통합 이전하면 유통단지 쪽도 고도 제한이 풀리면서 새 국면을 맞을 수 있다. 지금부터 상인들과 힘을 합쳐 유통단지 미래를 설계하자고 제안하고 싶다"고 했다.

지난 26일 낮 12시쯤 대구 북구 종합유통단지 내 엑스코 앞 광장에는 엑스코 방문객들이 서둘러 이동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지난 26일 낮 12시쯤 대구 북구 종합유통단지 내 엑스코 앞 광장에는 엑스코 방문객들이 서둘러 이동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26일 낮 12시쯤 대구 북구 종합유통단지 내 NC아울렛 광장에는 방문객들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엑스코 광장과 NC아울렛 광장 간 거리는 약 200m에 불과하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26일 낮 12시쯤 대구 북구 종합유통단지 내 NC아울렛 광장에는 방문객들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엑스코 광장과 NC아울렛 광장 간 거리는 약 200m에 불과하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엑스코·펙스코 방문객을 도매단지로… 연결성 높여야

최우선 과제는 유통단지 시설 간 연결이다. 유통단지 내에서 운영 중인 전시컨벤션장인 대구 엑스코(EXCO)와 펙스코(FXCO)에는 사람이 몰리지만 유통단지 내 여타 상가에는 방문하지 않는다. 엑스코 연평균 방문객은 250만명에 달하고, 펙스코에는 개관 이후 월평균 3만여명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방문객을 각 공동관으로 끌어올 방안이 시급하다.

임규채 대구경북연구원 경제일자리연구실장(경제학 박사)은 "가장 큰 문제는 '내부적 접근성'이다. 엑스코 가는 사람은 많은데 도매단지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라며 "지금 상태로 유통단지를 활성화를 한다는 건 쉽지 않다. 엑스코부터 도매단지 끝자락에 있는 전자상가까지 연결해 한 바퀴 돌면서 쇼핑도 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고할 만한 사례로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조성한 송파구 '가든파이브'가 언급된다. 복합쇼핑센터(가든파이브 라이프)를 포함한 전문 상가와 물류단지, 활성화단지 등 3개 영역으로 구획된 유통단지다.

복합쇼핑몰에서 다양한 여가 활동을 한꺼번에 즐기는 '몰링족(malling+族)'을 겨냥해 단지 곳곳에 옥상정원, 아이스링크, 문고 등 휴식 공간을 조성했다는 특징이 있다. 가든파이브 라이프의 경우 지난 2017년 중소상인과 대형 유통업체가 상생하는 모범 사례로 선정돼 한국유통대상 국무총리상을 받았다.

◆"판매시설 활성화 핵심은 상품" 실버세대 겨냥 제안도

유통단지 이용객을 늘리려면 상인들의 자구 노력도 필수적이다. 소비자는 기본적으로 저렴하고 좋은 물건을 찾아간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판매시설 활성화 핵심은 상품에 있다는 것이다.

한 유통 전문가는 "제품이 저렴한 데다 점원이 친절하고 서비스가 좋으면 경쟁력이 있다"면서 "인터넷에서 팔 수 있을 만큼 저렴하게 물건을 떼 오면 된다. 서울 용산전자상가 도매업자들이 이런 식으로 영업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유통단지에 차별화된 콘셉트가 없다는 지적과 함께 정기 할인행사로 인지도를 높이고, 온라인으로 물건을 사는 데 서툰 노년층을 겨냥한 서비스를 도입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컴퓨터를 사면 기본 프로그램을 설치해 주거나 장기 AS를 보장하는 식이다.

김범준 계명대 산학부총장 겸 산업일자리고도화 컨소시엄사업단장(전자공학과 교수)은 "지자체와 정치권에서 제도적으로 지원하고, 민간에서 필요한 사업을 계획해 시행하는 식으로 '삼박자'가 맞아야 한다"라며 "유통 과정에서 단가를 낮추기 위한 자체 노력이 필요하다. 지자체는 전시성이나 보여주기식 행사가 아닌 상인과 점주가 자구책을 마련하도록 실효성 있는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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