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각과 전망] 200회 앞둔 화공

배성훈 경북본사장
배성훈 경북본사장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올해 4월 1박 2일간의 '약속과 민생의 행보'를 위해 대구경북 지역을 순회했다. 안동·상주·구미·포항·경주 등 5개 도시를 연달아 방문한 윤 당선인은 11일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급히 저녁 약속을 했다. 당시 이 지사는 화공 강사로 초빙한 김대기 단국대 교수와 선약이 있는 상태였다. 이 지사가 전후 사정을 말하자 윤 당선인은 "화공이 뭡니까?"라고 물었다. 이 지사는 "'화요일에 공부하자'는 경북도청의 공부 모임"이라고 말하면서 윤 당선인에게 화공 100회를 모은 책자 '새벽에 공부하는 공무원들'을 선물했다. 윤 당선인은 "꼭 읽어보고 공부하겠다"면서 감사 인사를 전했다. 윤 당선인은 12일 오후 서울로 올라와 김대기 교수를 대통령실 비서실장으로 최종 낙점했다.

김대기 교수가 강의한 곳은 '화공 굿모닝 특강'이 열리는 경북도청 다목적홀이다. 경북도청 공무원들은 매주 화요일 오전 7시가 되면 특강을 듣기 위해 발걸음을 옮긴다. 이 지사를 비롯해 간부와 직원 등 200여 명이 강의에 귀를 쫑긋 세운다. 도청 공무원은 물론 소방본부, 교육청 등 다른 기관 직원, 기자들도 단골로 특강을 들으러 올 정도로 인기 강좌가 됐다. 화공 특강 강사로 초청받지 못하면 유명 인사가 아니라는 세간의 평도 들린다.

경북도청 공무원들의 '열공 모드'는 이 지사의 열정에서 비롯되었다. '변해야 산다. 알아야 면장을 한다'는 그의 말처럼 화요일 새벽마다 전문가들과 함께 공부하면서 도정 운영의 틀도 변화했다. 공부하는 주제도 다양하다. 관광, 농업, 신공항 등 도정 현안에서부터 ▷4차 산업혁명과 미래사회 ▷도심항공교통(UAM) ▷스마트시티 ▷빅데이터 ▷메타버스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있다. 4년에 걸친 새벽 공부는 단순한 지식 전달에 그치지 않고 경북도의 '연구 중심 혁신 도정' 실현을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지사에게는 실오라기 같은 인연도 한번 맺으면 동아줄로 키워 성과를 내는 특기가 있다. 강의 후 도지사 집무실에서 열리는 티타임에는 누구나 참석해 강사와 대화를 나눈다. 티타임을 통해 국내 최고 전문가들을 경북의 홍보맨으로 만드는 셈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새벽 강의에 오는 강사들을 위해 전날 저녁 식사를 같이하면서 경북과의 스킨십을 두텁게 한다.

특강에 초빙된 강사들은 경북도청에 와서 세 번 놀란다고 한다. '도청 건축물'에 놀라고, '주변 경관'에 놀라고, 마지막으로 강의를 듣는 '집중력'과 '진지함'에 놀란다.(경북도 홈페이지 '키워드로 보는 #이철우') 앞서 언급한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과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모두 화공 특강 강사로 다녀갔던 인사들이다. 이 지사는 한 인터뷰에서 "화공 특강 강사진 가운데 정·재계 주요 역할을 담당하며 경북에 힘을 보탤 사람이 많이 나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올해 초 이 지사가 들고나온 '메타버스 수도 경북'도 화공의 산물이다. 여러 전문가와 함께 강사로 초빙한 류철균 대구경북연구원장은 '메타버스 수도 경북'을 홍보하면서 중앙정부 예산을 따러 다니고 있다.

2018년 시작된 '화공 굿모닝 특강'은 곧 200회를 앞두고 있다. 다녀간 190여 명의 강사들은 친(親)경북맨이 되었다. 최근 이 지사의 관심은 지방 소멸의 대안을 만들고 미래 대한민국 살리기에 맞춰져 있다. 화공에서 얻은 풍부한 지식과 긴밀한 네트워크가 1970년대 대한민국을 이끈 경북처럼 다시 한번 '경북의 힘으로, 새로운 대한민국'의 원동력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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