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白紙) 혁명은 오직 자유, 존엄, 우리를 위한 중국을 원한다."
베이징·상하이 등을 중심으로 당국의 고강도 봉쇄 조치를 비판하는 중국인들의 반정부 시위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수도 베이징에서도 성난 주민들이 거리로 몰려나왔다.
일요일인 전날(28일) 밤 10시쯤 베이징 차오양구 량마차오루 인근에 아무런 구호도 적지 않은 A4 용지를 든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영상 속 백지를 든 시민들은 신장위구르자치구 우루무치에서 발생한 아파트 화재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나서 "봉쇄 대신 자유를 원한다""문화혁명 2.0을 끝내라"라는 내용의 구호를 외치며 제로 코로나 철회를 촉구했다. 특히 20~30대 젊은이들이 주축이었다.
이들은 공산당 검열에 대한 저항의 상징인 '백지'와 휴대전화를 손에 든 중국 젊은이들은 공안의 탄압을 기록해 전 세계에 알리고, SNS 배경화면을 흰색으로 바꾸며 저항 중이다.일각에서는 이번 '백지 혁명'이 흰색 방역복을 입어 '대백(大白)'이라 조롱당하는 방역요원에 대한 신세대들의 풍자가 담겼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시민들이 든 백지는 검열에 저항한다는 의미로, 백지 시위는 2020년 홍콩에서 국가보안법에 반대하는 시위 때도 등장한 바 있다.
시위에 참여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경찰이 주변을 봉쇄하자 시민들은 '거짓말 말고 자존심이 필요하다', '문화혁명 말고 개혁이 필요하다', '영수(領袖) 말고 선거권을 요구한다', '노비 말고 공민이 돼야 한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시 주석이 코로나 19 감염 차단을 이유로 경제를 내팽개쳤고, 문화대혁명을 재연하고, 마오쩌둥이 누렸던 영수 자리를 탐하고, 중국인을 노비처럼 부리고 있다고 비난한 것이다.
홍콩 명보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많은 사람이 백지를 들고 불만을 표시했고 현장에 공안이 대거 출동했다"고 전했고, 외신들도 "베이징에서 사람들이 당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과 우루무치 화재 참사에 항의하고자 백지를 들고 시위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경찰은 자정이 지나자 시위대를 연행하기 시작해 오전 3시 30분쯤 시위대를 완전히 해산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온라인 상에도 '백지 혁명'이 들불처럼 퍼지고 있다. 참가자들은 SNS 얼굴 사진과 배경을 흰색으로 바꾸고 '#백지 혁명' '#A4레볼루션'이라는 해시 태그를 달고 길거리에서 백지를 드는 사람이 있다면 그 옆에서 함께 백지를 들고 시위에 참가하고 있다. 지난 27일 중국 난징의 한 기차역에서 한 여성이 홀로 백지를 들고 서 있자 그 옆에 백지를 든 10여 명이 모여 '침묵시위'를 이어가는 장면이 중국 SNS상에서 올라왔다.
중국의 코로나 19일 확진자는 27일 기준 4만 347명으로 사상 처음 4만 명을 돌파, 5일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가혹한 봉쇄 정책에 방치됐다가 숨지는 사례가 잇따른 데 이어 22일 우루무치 화재 사고로 봉쇄돼 있던 주민 10여 명이 사망한 게 도화선이 됐다.
2022 카타르월드컵 중계를 통해 마스크를 벗은 전 세계인의 모습을 본 중국인들의 상대적 박탈감도 또 다른 요인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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