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코로나 시대, 마스크 없는 인기 관광지 베트남 호이안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유산
경북 청송 세계지질공원과 많이 닮은 도시
실내외 마스크 자율로 답답한 일상 탈출지로 각광
고대 건물이 그대로 보존…과거와 현재를 잇는 신비로운 곳

12월 화창한 날씨의 베트남 호이안. 전통 가옥 사이의 좁은 골목에 전세계에서 몰려든 관광객이 마스크를 쓰지 않고 거리에 나와 있다. 전종훈 기자
12월 화창한 날씨의 베트남 호이안. 전통 가옥 사이의 좁은 골목에 전세계에서 몰려든 관광객이 마스크를 쓰지 않고 거리에 나와 있다. 전종훈 기자

베트남 호이안은 코로나 시계가 멈춘 도시였다.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돼 있어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된 경북 청송과 많은 부분이 닮아있는 도시다. 풍부한 관광자원을 바탕으로 세계인을 구미를 당기는 곳이고 코로나 시대에서 가장 앞서 실내외 마스크를 자율적으로 완화하면서 답답한 일상을 벗어나기 위해 이곳을 찾은 사람들이 급증하는 추세다.

12월 한반도는 살이 아리는 추위를 겪을 때 비행기로 5시간 떨어진 베트남은 따뜻한 봄날이었다. 베트남의 11, 12월은 우기로 매일 비가 내린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지만 기자가 찾은 12월 초는 운 좋게 활동하기 좋은 날씨였다. 비가 오더라도 늦은 밤이었고 낮에는 햇살이 가끔 구름 사이로 고개를 내밀며 이곳의 아름다운 풍광을 사진에 담을 수 있게 선물을 주었다.

베트남 호이안은 다낭에서 차로 1시간 30분 정도 떨어진 곳이다. 시속 40~50㎞의 제한 속도 때문에 한국에서 느끼는 거리보다 훨씬 짧지만 이 시간 동안 시내 외곽의 풍경을 차창 너머로 감상 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시골 풍경처럼 전형적인 농경사회의 모습이었다. 1년 중 우기때만 비가 집중되기 때문에 전답마다 수로를 정비하고 우리나라의 기계화된 농촌 배경과는 달리 소 등의 가축이 농사일을 돕는 모습이 매우 흥미로웠다.

베트남 호이안에는 코코넛 배가 유명하다. 한 외국인 관광객 커플이 노를 저으며 체험하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전종훈 기자
베트남 호이안에는 코코넛 배가 유명하다. 한 외국인 관광객 커플이 노를 저으며 체험하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전종훈 기자

물이 풍부한 도시인 호이안은 입구에 코코넛 배가 유명했다. 배를 끄는 사공을 제외하면 2~3명 정도 배에 탑승해 강을 따라 이색적인 풍경을 관람할 수 있었다. 뱃삯은 한국 돈으로 1~2만원 정도였고 전통 낚싯대를 빌려줘서 중간중간 포인트마다 물고기 낚시도 즐길 수 있었다. 한국 관광객이 많이 오는 곳이기 때문에 한국 문화가 많이 섞여 있는 모습도 보였다. 강나루 옆을 따라 고정된 배가 여럿 있었는데 음향시설을 설치해 이곳에서 베트남 전통노래뿐만 아니라 한국의 성인가요가 흘러나오고 사공들이 직접 그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했다. 자율적이긴 하지만 흥겨운 노래에 보답하기 위해 노래를 부른 사공에게 한국 돈 1, 2천원을 팁으로 요구하거나 받기도 했다.

이곳 전통 배는 마을 단위 산업으로 발전돼 남성들은 배를 몰고 여성들은 관광객을 대상으로 잡화를 팔거나 식당을 운영했다. 마을의 젊은 사람들은 관광업계와의 연계를 주선해 모객을 담당했다. 마을 대형 주차장에 관광버스가 들어서면 이들은 이곳으로 나와 손님맞이를 했고 마을 전체가 관광사업에 유기적으로 역할을 나눠 일해 수익을 올렸다.

호이안은 베트남의 고대 항구도시를 그대로 보존한 곳이었다.

좁은 길을 따라 건물이 들어서 있었는데 16세기에서 20세기까지 베트남 전형적인 건축 양식 그대로 남아있었다. 베트남에서 기독교 문화가 이곳에서 들어온 뒤 전역으로 퍼졌기 때문에 유럽 양식이 짙은 건축물이 많았다. 수십에서 수백년동안 다양한 기능을 했던 건물이 지금은 관광객의 수요에 맞춰 식당과 호텔, 소매점 등으로 그 기능이 변해있었다.

유럽 문화가 자연스럽게 도시에 정착하면서 지금은 유럽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질 않은 곳이기도 하다. 베트남처럼 유럽 대부분 국가도 탈 코로나 시대를 맞이했기 때문에 마스크를 쓰지 않는 아시아 관광지 중 이곳이 그들의 기호와 맞아떨어져서다. 곳곳의 노천카페나 식당에는 유럽인들이 자유롭게 이곳의 문화를 즐기고 있었고 거리의 간판과 메뉴판, 잡화점의 이름표까지 베트남어는 물론 영어와 일부 유럽어가 자리하고 있었다.

베트남 호이안의 길거리 음식은 관광객에게 큰 인기 메뉴 중 하나다. 전종훈 기자
베트남 호이안의 길거리 음식은 관광객에게 큰 인기 메뉴 중 하나다. 전종훈 기자

우리나라의 관광지는 사람이 많이 찾을수록 그들의 편의를 위해 전통적인 요소를 없애고 현대식으로 바꾸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호이안은 더 많은 관광객이 이곳에 머물수록 전통을 더욱 고수하는 곳이기도 하다. 다소 불편하고 비 위생적일 수도 있지만 그들은 그것 또한 문화라 앞세운다. 우리나라에서 단속이 심한 길거리 음식이 이곳은 여전히 관광 먹을거리로 자리하고 있고 카페에 삐걱거리는 작은 테이블도 수십년동안 사용하면서 그 가치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건물 외벽에 습기가 차 푸른곰팡이와 이끼가 덥혀있어도 이들에게는 이것 또한 지켜야 할 가치라고 여기고 있었다. 현대사회에서는 보기 드문 광경이고 여기를 찾은 관광객은 그런 모습에 반해 카메라 셔터를 더욱 누르며 이곳을 담기 바빴다.

이곳에서 통역과 관광해설을 하는 응우옌 반 비(41) 씨는 "호이안에 유럽 관광객이 많은 것은 그들의 가치관과 많이 맞닿아 있어서 그런 것 같다"며 "수백년동안 자신들의 건물이나 문화를 지키고 보존하려는 노력이 국민성 가장 바닥에 자리하고 있고 그것이 유네스코 정신과도 맞물리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베트남 호이안의 모습. 전종훈 기자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베트남 호이안의 모습. 전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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