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F-35 전투기가 이란 영공을 가르기 전, 이란 땅 안쪽 깊숙이 이미 다른 전쟁이 조용히 시작되고 있었다. 군사 정찰위성도 포착하지 못한 채, 수년간 치밀하게 위장된 상업 경로를 따라 수백 대의 폭발물 탑재 드론이 국경을 넘었고, 이스라엘 첩보기관 모사드는 이란 핵심 방공망과 미사일 기지를 겨냥해 은밀히 발판을 마련해 왔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심층 취재를 통해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가 수년에 걸쳐 수행한 대규모 비밀 작전의 실체를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이란 공격 개시 수개월 전부터 상용 트럭, 선박 컨테이너, 여행용 가방 등을 이용해 폭발물이 장착된 쿼드콥터 드론과 탄약을 이란 내부로 반입했다. 이와 동시에 훈련된 소규모 작전팀을 이란 내 핵심 방공시설 및 미사일 발사기지 인근에 은밀히 배치했다.
이 작전은 지난 4월 이스라엘 공군의 이란 내 주요 타격이 시작되기 전, 작전 전초단계로 수행됐다. 모사드 요원들은 이란의 미사일이 발사 준비에 들어가기 직전 단계에서 현장에서 이를 파괴하는 데 집중했다. 동시에 일부 작전팀은 방공망 교란 임무를 수행하며, 공군의 작전 항로를 개방했다. 이를 통해 이스라엘의 F-35 전투기가 거의 저항 없이 이란 영공에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고 보도는 전했다.
이스라엘 국방군(IDF) 대변인 에피 데프린은 지난 토요일 브리핑에서 "총 70대의 전투기가 이란 수도 테헤란 상공에서 2시간 넘게 작전을 수행했다"며 "이는 지금까지 이란 내에서 우리가 달성한 가장 깊은 작전 거리"라고 밝혔다. 이 전투기들은 이란 군사 지휘부, 핵시설 인근의 방공 포대를 정밀 타격했다.
이란은 이에 대응해 금요일과 토요일 새벽 사이 네 차례에 걸쳐 약 200기의 미사일을 이스라엘로 발사했다. 인명 피해와 건물 파손이 잇따랐으나, 예상보다는 제한적인 반격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마 샤인 전 모사드 간부는 "우리는 훨씬 더 큰 보복을 예상했었다"고 언급했다.
WSJ는 모사드가 2022년과 2023년에도 이란 서부 케르만샤의 드론 공장과 이스파한의 탄약 제조시설을 드론으로 타격했다고 전했다. 현재의 대규모 드론 작전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 모사드는 이란의 탄도미사일 저장 위치에 대한 정보를 다년간 축적했으나, 이 광대한 국토 안에서 실질적인 타격을 위해선 현장 접근이 필요했다.
이에 따라 모사드는 상업적 경로를 위장해 드론을 들여왔고, 외국 제3국에서 팀 리더를 훈련시킨 후 이들이 현지 작전팀을 조직했다. 이들은 현장에서 이란이 미사일을 이동시키는 순간을 포착해 트럭을 먼저 공격하는 방식으로 임무를 수행했다. 이란이 미사일보다 수송 수단이 4배나 부족하다는 구조적 취약점을 정조준한 것이다.
이란 혁명수비대 계열 언론 타스님은 이스라엘의 드론 발사 방식과 관련해 국민들에게 소형 트럭 및 상업용 차량에 주의를 기울이라는 경고성 보도를 내보냈다. 이는 이스라엘의 작전 방식이 이란 내 공공부문에도 상당한 불안감을 유발했음을 방증한다.
모사드의 작전은 단순한 타격에 그치지 않았다. 작전 초기, 일부 팀은 이란 미사일 기지 주변에 배치돼 준비 단계의 미사일을 파괴했고, 동시에 방공망을 무력화시켜 공군의 활동 공간을 확보했다. 이처럼 드론과 현장 작전팀의 조합은 고정된 군사시설뿐 아니라 이동식 무기체계까지 포괄적으로 타격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모사드는 하마스 고위 지도자인 이스마일 하니예를 이란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직후 테헤란 혁명수비대 기지 내에서 암살한 작전도 수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작전은 내부 시설에 폭발물을 사전 배치한 후 원격으로 기폭시키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시마 샤인은 "이란 고위 지도부는 지금 자신들이 이스라엘 정보당국에 노출됐는지, 언제 표적이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기사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작전 초기부터 군사와 정보작전을 밀접히 연계해 전개하고 있다. 앞서 헤즈볼라에 대한 작전에서는 수천 개의 호출기와 통신 장비를 동시다발적으로 폭발시켜, 정보 차단과 혼란 유발에 성공한 바 있다.
이번 이란 내 작전은 대외적으로도 공개된 만큼, 물리적 피해 외에도 심리전 차원의 효과를 동반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WSJ는 이처럼 상업용 기술을 기반으로 한 비정규 전력 운용이 국가 간 안보 지형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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