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중기의 필름통] 중국 SF 휴먼 코미디 ‘문맨’

한국 인기 웹툰 원작인 중국 영화
달에 홀로 남은 이의 고군분투
코믹한 설정·실재감 높은 표현 눈길

영화 '문맨'의 한 장면.
영화 '문맨'의 한 장면.

그동안 중국 자본이 들어간 SF 영화들의 실패를 여러 차례 경험했다. 과도한 설정과 주인공의 영웅적인 행동, 그 속에 숨어 있는 중국의 '우주굴기'가 마치 과거 '뻥'이 심한 중국 무협영화를 보는 듯 불편했다.

중국 SF 휴먼 코미디 '문맨'(감독 장츠위)도 그런 것 아닐까. 그러나 이 영화는 그 결이 달랐다. 떠돌이 약장수가 암 환자들의 희망이 된 영화 '나는 약신이 아니다'(2018)처럼 귀엽고 사랑스러운 구석이 역력하다.

소행성이 지구를 향해 날아오자 달을 이용해 지구를 방어하는 '달 방패 계획'이 수립된다. 그러나 계획이 실패하고 긴급 철수 명령이 떨어진다. 지휘관인 마림성(마리)을 짝사랑하던 정비공인 독고월(선텅)은 이어폰을 꼽고 러브레터를 쓰다 그만 귀환 셔틀을 놓치고 만다. 혼자 두고 모두 달을 떠나 버린 것이다.

"왜 나를 확인하지 않고 떠났냐?"며 원망하던 그 순간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한다.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어. 좋은 소식은 내가 살아 있다는 것이고, 나쁜 소식은 지구가 망해버렸다는 것이야." 달에 홀로 남은 독고월은 지구로 돌아가기 위해 머리를 짜낸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살아남은 지구인들에게 중계되고 있는 것도 모르고 말이다.

영화 '문맨'의 한 장면.
영화 '문맨'의 한 장면.

'문맨'은 한국 콘텐츠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독특한 캐릭터에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조석 작가의 인기 웹툰 '문유'가 원작이다. 2016년부터 2년간 연재된 '문유'는 현재까지도 평점 9.6을 기록하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문맨'은 원작의 힘에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한 정비공의 고군분투를 유머러스하게 그려냈다. 지난해 여름 중국에서 개봉해 7천만 관객이 몰리며 폭발적인 흥행을 기록했다.

'문맨'은 오프닝부터 만화적 상상력을 코믹하게 그려낸다. '달 방패 계획'을 찰흙 애니메이션으로 간결하게 요약하며 영화가 가는 방향이 유쾌함과 재치라는 것을 알려준다. 그 길잡이가 바로 독고월이라는 캐릭터다.

독고월은 어릴 적부터 중간만 해왔다. 몸무게와 외모, 학교 성적까지 '중간만 하자'는 보통사람이다. 홀로 남은 달에서의 행동도 실수투성이다. 모두가 그의 실패를 예상한다. 그런 평범한 인물이 영웅이 된다는 점에서 중국 애국주의 영화들과는 다른 스타일을 지향한다.

독고월이 달에서 홀로 살아남을 수 있는 힘은 마림성을 향한 사랑이다. 그녀를 다시 보기 위해 지구에 가야하고,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이다. 차갑고 냉철한 마림성도 독고월의 바보스런 행동들에 차츰 마음이 열리기 시작한다.

'문맨'의 캐릭터들은 생동감이 있다. 그의 귀환을 위해 애쓰는 지구 우주센터의 인물들과 독고월과 같은 처지가 된 캥거루까지 모두 다정다감한 느낌을 준다. 팝송 'Take me home country road'처럼 음악들도 익숙하면서 가사를 음미하게 한다.

'인간에게는 작은 발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거대한 도약'이라는 말을 남긴 닐 암스트롱의 흔적이나 스탠리 큐브릭의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에 등장했던 검은 돌기둥 등도 재미를 더한다.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모노리스는 인류의 진화를 앞당기는 신비의 돌기둥인데 거기에 독고월이 낙서를 하는 풍자로 풀어낸다.

CG와 세트 등도 실재감을 높이기 위해 공을 들였다고 한다. 제작 기간 4년간 총 600여 명의 인원이 투입돼 축구장 6개 크기인 6천 ㎡의 달기지 세트를 제작했다. 달 표면의 질감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운석 구덩이를 조각한 조형을 만들고, 200톤(t)에 달하는 바위를 가루 내 달의 분진을 표현했다. 그래서 꽤 실감나는 공간감을 준다.

영화 '문맨'의 한 장면.
영화 '문맨'의 한 장면.

'문맨'은 코믹한 설정과 이를 휴머니즘으로 연결하는 과정이 다소 상투적이고 익히 예상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코미디영화로서는 무난하다. 독고월에게 희망을 주기 위한 지구인들의 노력이 지극히 작위적인데, 이것 또한 만화적 상상력으로 이해하면 넘어갈 수도 있겠다. 노골적으로 중국을 영웅으로 추켜세우지 않는 것도 다행이다.

무엇보다 '문맨'의 매력은 초 긍정 마인드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좌절하지 않는 주인공의 태도가 재미와 함께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준다.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어. 좋은 소식은 더 이상 나쁜 소식은 없을 거란 것이고, 나쁜 소식은 더 이상 좋은 소식도 없을 거란 것이야." 세상이 망해도 묵묵히 제 갈 길을 가는 의연함(?)이 웃음과 함께 새해 밝은 상상을 하게 한다. 122분. 12세 이상 관람가.

김중기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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