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택시기사가 뽑은 포항10味 맛집] <9>이동 동해해물찜·어미가 ‘해신탕’

산뜻한 해물육수와 찐득한 고기육수 환상적인 조화
전복·가리비에 문어·홍게까지 몸을 위한 호화로운 한상

포항시 남구 이동 '동해해물찜'의 해천탕 한 그릇. 신동우 기자
포항시 남구 이동 '동해해물찜'의 해천탕 한 그릇. 신동우 기자

해신탕·해천탕·해우탕 등 불리는 이름이 많다. 어느새부터였는지 모르겠는데 해물 베이스에 닭처럼 육류를 넣어 함께 끓이는 음식이 유행처럼 번졌다. 워낙 해산물이 풍부한 포항이니 해물+육류 조합의 신선함과 맛은 틀림없이 보장된다.

1인당 2만원 가량하는 비싼 음식이지만, 한 냄비 넘치도록 올려진 해산물은 보기만해도 몸 속부터 기력을 불러낸다. 서서히 더위가 찾아오는 요즘, 입은 뜨겁지만 속은 시원한 해신탕 국물로 내 몸을 위한 호화로운 사치를 부려보자.

◆진득한 한약 국물에 힘이 불끈

설문조사에서 택시기사분들이 소개한 해신탕 맛집 두 곳 모두 포항시 남구 이동에 있다. 포항시청이 있는 오피스 중심 동네다. 그만큼 해신탕이 회식 등 중규모 이상의 식사에 어울리기 때문일터다.

처음 꼽힌 맛집 '동해해물찜'은 이곳에서도 가장 오래된 터줏대감이다. 20여년 전 못과 논밭이던 이동이 본격 개발되면서 함께 터를 잡았다. 여기서는 '하늘 天(천)'을 써서 해천탕이라 부르는데 큰 옹기그릇에 담겨오는 비주얼이 무척 고급스럽다.

꿈틀되는 활전복과 소라, 가리비 밑으로 닭 또는 오리가 다리를 곱게 모으고 웅크려 있다. 이것만으로도 푸짐한데 국물이 어느 정도 끓으면 갑자기 살아 꿈틀거리는 문어가 등장한다. 냄비 밖으로 빠져나오려는 문어와 잠시 사투를 벌이다보면 원래 옅은 회색이던 국물에 서서히 빨간색이 섞여 들어간다.

한약재로 3시간 이상 우려낸 찐득한 국물은 여타 해물탕과 차이가 분명하다. 해물 베이스라기 보다 오히려 곰탕에 가까운 맛과 향이다.

포항시 남구 이동 '동해해물찜'의 심정미 사장은 이동이 개발될 초기부터 자리잡은 터줏대감이다. 신동우 기자
포항시 남구 이동 '동해해물찜'의 심정미 사장은 이동이 개발될 초기부터 자리잡은 터줏대감이다. 신동우 기자

이러한 조리법은 강원도 출신인 심정미(55) 동해해물찜 사장의 추억이 서려 있다. 마을 해녀 어른들이 가마솥에 닭과 한약재를 던져두고 물질에 나선 뒤 갖 잡은 해산물을 와르르 쏟아내던 그 방식이다. 신선함과 정성이 최고의 비결이라는 당연한 소리가 이 한 냄비에서 곧이곧대로 재현된다.

포항시 남구 이동 '어미가'의 해신탕
포항시 남구 이동 '어미가'의 해신탕

◆일식집 풍경 속 즐기는 잔치음식

다음으로 소개될 포항시 남구 이동 '어미가'는 같은 해신탕이라도 완전히 결이 다르다. 해신탕에 더해 '해우(牛)탕'이라고, 닭 대신 갈비를 넣은 독자적인 음식 또한 별미다.

간판에 큼지막히 걸린 김성훈(45) 사장의 얼굴이 가게에 들어가기 전부터 왠지 믿음을 준다. 얼굴을 내건만큼 어미가의 해신탕은 반나절 이상의 정성이 그득하다. 닭과 갈비 등은 여러번에 걸쳐 삶아내며 잡내를 없애고, 육수는 넘치도록 탑을 세운 조개와 홍게가 맛의 중심을 잡는다. 조미료는 단지 소금 약간. 오로지 바다의 향을 담아낸 맑은 국물이다.

떡볶이 냄비처럼 사각의 넓적한 냄비의 비주얼이 일식집 풍으로 차려진 가게 속에서 야유회를 떠올리게 한다. 웅피, 생합, 홍합, 홍게 등 제철 해산물에 더해 오뎅꼬치며 한입만두 등이 들어간 재료가 더욱 잔치 분위기이다.

포항시 남구 이동의 '어미가'는 20년 넘는 김성훈 사장의 일식 주방장 경력이 재료부터 손질까지 고스란히 녹아 있다. 신동우 기자
포항시 남구 이동의 '어미가'는 20년 넘는 김성훈 사장의 일식 주방장 경력이 재료부터 손질까지 고스란히 녹아 있다. 신동우 기자

어미가 해신탕의 정점은 후식으로 나오면 칼국수 사리이다. 이미 우러날데로 우러난 국물에 면이 익어가면 어느덧 훌륭한 해물칼국수로 변신한다. 이렇듯 훌륭한 맛인데 가격까지 착하다. 4인분의 해신탕 대짜가 다른 가게 절반수준인 6만원 정도다. 9만원 가량의 코스로 주문하면 해신탕에 앞서 숭어 등 제철 모듬회 한접시가 제공되고, 마무리 알밥도 별미다. 스무살 때부터 일식을 배운 김성훈 사장이 매일 발품을 팔아 재료를 공수해오니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비해 퀄리티는 매우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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